ICT 옷 입는 캄보디아… 창업 열기로 성장률 年7% 질주
위은지 기자
입력 2018-08-06 03:00 수정 2018-08-06 03:00
훈 센 총리 장기집권 오명에도 인구 절반 24세 이하 ‘젊은 국가’
스마트폰 확산 공유경제 눈떠… 영어수준 높고 디지털화 빠른 진행
‘북미버스’ 등 스타트업만 4000개
지난달 3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대학생 소넨 씨(20·여)는 툭툭을 탈 때 주로 그랩을 이용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랩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차량 호출 앱이다. 소넨 씨가 앱으로 툭툭을 호출한 지 3분 후, 프놈펜 독립기념탑 인근 호출 위치로 초록색 툭툭 한 대가 도착했다. 운전사의 운전대 앞엔 툭툭의 실시간 위치가 나타나는 스마트폰이 부착돼 있었다. 프놈펜 길거리에서 툭툭을 잡기 위해 손을 흔드는 모습은 더 이상 찾기 어렵다.
○ ‘독재국가’ 비판에도 경제는 급성장
제1야당을 강제 해산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면서 지난달 29일 총선에서 또다시 승리한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전 세계적으로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 경제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1인당 국민소득이 1384달러(약 156만 원)에 불과한 아시아 최빈국 중 한 곳이지만 최근 5년간(2012∼2017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7%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6.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캄보디아 정부가 공을 들이는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이다. 2023년까지 ‘디지털 경제’로의 체질 변화를 목표로 세웠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도시 전체, 지방의 70%에 데이터 통신망을 보급하고 ‘전자정부’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 중이다. 스마트폰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캄보디아 비영리단체 ‘오픈인스티튜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5∼65세 캄보디아 인구 중 48%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전년 대비 2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청년 인구가 많은 ‘젊은 국가’라는 것도 강점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캄보디아 총인구 1620만 명 중 14세 이하가 약 31%, 15∼24세가 약 18.4%다.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24세 이하다.
청년들 사이에선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영어는 필수라는 인식이 강하다. 학교가 부족해 캄보디아 공립학교는 대부분 오전·오후반 2부제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프놈펜에서는 오전 수업을 마친 뒤 오후에 사설 영어학원에 가는 학생이 많다. 사설 영어 교육기관 CAM-ASEAN의 소파냐 세앙 회장은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거나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선 영어가 필수이다 보니 다른 아시아 지역 학생들보다 영어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 캄보디아에 부는 스타트업 열풍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현재 프놈펜 내 코워킹 스페이스(공유 사무실)는 10곳 이상, 스타트업 수는 4000곳가량으로 추정된다. 2015년 10월 설립된 ‘북미버스(BookMeBus)’는 캄보디아의 대표 스타트업 중 하나다. 인터넷 및 모바일 앱을 통해 캄보디아 내 버스, 보트, 개인택시 업체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기반 플랫폼이다. 티켓을 사기 위해 터미널을 직접 찾아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줘 캄보디아 여행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설립 4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이 업체는 현재 40곳 이상의 운송 업체에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랑다 체아 북미버스 창업자(29)는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개발하기엔 자금이 부족한 영세 운송업체들이 북미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며 “북미버스의 등장으로 운송 시장이 디지털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6월 캄보디아 내 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목표로 벤처캐피털 ‘옥탄’을 설립한 르티 세아 월드브리지그룹 회장은 “캄보디아의 젊은 기업가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아 부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다”며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사업 노하우도 함께 전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수준 높은 핀테크 기업들이 캄보디아에 진출하길 희망했다. 그는 “한국의 핀테크 기술이 캄보디아에도 전수되었으면 한다”며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만큼 캄보디아의 스타트업 인프라에 투자하면 ‘신뢰’를 중시하는 캄보디아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놈펜=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스마트폰 확산 공유경제 눈떠… 영어수준 높고 디지털화 빠른 진행
‘북미버스’ 등 스타트업만 4000개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대표적인 코워킹 스페이스(공유 사무실)인 ‘임팩트허브 프놈펜’의 내부. 2013년 문을 연 이곳은 젊은
기업가들을 위한 업무 공간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멘토링 프로그램 등도 제공하고 있다. 임팩트허브 프놈펜
홈페이지
“최근 2년 사이 ‘그랩’으로 툭툭(오토바이 택시)을 부르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 바가지요금을 쓰는 경우가 없거든요.”지난달 3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대학생 소넨 씨(20·여)는 툭툭을 탈 때 주로 그랩을 이용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랩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차량 호출 앱이다. 소넨 씨가 앱으로 툭툭을 호출한 지 3분 후, 프놈펜 독립기념탑 인근 호출 위치로 초록색 툭툭 한 대가 도착했다. 운전사의 운전대 앞엔 툭툭의 실시간 위치가 나타나는 스마트폰이 부착돼 있었다. 프놈펜 길거리에서 툭툭을 잡기 위해 손을 흔드는 모습은 더 이상 찾기 어렵다.
○ ‘독재국가’ 비판에도 경제는 급성장
제1야당을 강제 해산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면서 지난달 29일 총선에서 또다시 승리한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전 세계적으로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 경제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1인당 국민소득이 1384달러(약 156만 원)에 불과한 아시아 최빈국 중 한 곳이지만 최근 5년간(2012∼2017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7%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6.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캄보디아 정부가 공을 들이는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이다. 2023년까지 ‘디지털 경제’로의 체질 변화를 목표로 세웠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도시 전체, 지방의 70%에 데이터 통신망을 보급하고 ‘전자정부’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 중이다. 스마트폰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캄보디아 비영리단체 ‘오픈인스티튜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5∼65세 캄보디아 인구 중 48%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전년 대비 2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청년 인구가 많은 ‘젊은 국가’라는 것도 강점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캄보디아 총인구 1620만 명 중 14세 이하가 약 31%, 15∼24세가 약 18.4%다.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24세 이하다.
청년들 사이에선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영어는 필수라는 인식이 강하다. 학교가 부족해 캄보디아 공립학교는 대부분 오전·오후반 2부제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프놈펜에서는 오전 수업을 마친 뒤 오후에 사설 영어학원에 가는 학생이 많다. 사설 영어 교육기관 CAM-ASEAN의 소파냐 세앙 회장은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거나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선 영어가 필수이다 보니 다른 아시아 지역 학생들보다 영어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 캄보디아에 부는 스타트업 열풍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현재 프놈펜 내 코워킹 스페이스(공유 사무실)는 10곳 이상, 스타트업 수는 4000곳가량으로 추정된다. 2015년 10월 설립된 ‘북미버스(BookMeBus)’는 캄보디아의 대표 스타트업 중 하나다. 인터넷 및 모바일 앱을 통해 캄보디아 내 버스, 보트, 개인택시 업체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기반 플랫폼이다. 티켓을 사기 위해 터미널을 직접 찾아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줘 캄보디아 여행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설립 4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이 업체는 현재 40곳 이상의 운송 업체에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랑다 체아 북미버스 창업자(29)는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개발하기엔 자금이 부족한 영세 운송업체들이 북미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며 “북미버스의 등장으로 운송 시장이 디지털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6월 캄보디아 내 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목표로 벤처캐피털 ‘옥탄’을 설립한 르티 세아 월드브리지그룹 회장은 “캄보디아의 젊은 기업가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아 부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다”며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사업 노하우도 함께 전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수준 높은 핀테크 기업들이 캄보디아에 진출하길 희망했다. 그는 “한국의 핀테크 기술이 캄보디아에도 전수되었으면 한다”며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만큼 캄보디아의 스타트업 인프라에 투자하면 ‘신뢰’를 중시하는 캄보디아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놈펜=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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