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 우나 장관 “국제 사이버 테러에 맞서 우방국 간 보안 생태계 구축해야”

이지훈기자

입력 2018-08-04 03:00 수정 2018-08-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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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총괄 INCD 이갈 우나 장관

매년 전 세계의 사이버 보안 기술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모인다. 이스라엘 총리실이 지원하고 텔아비브대와 국가사이버국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사이버 위크(Cyber Week)’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갈 우나 이스라엘 국가사이버국 장관(위쪽)은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보안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새로운 독트린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외교부 제공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사이버국(INCD)의 이갈 우나 장관이 내린 결론이다.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도, 이를 활용하는 것도 모두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것.

6월 17일부터 5일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열린 ‘사이버 위크 2018(Cyber Week 2018)’에서 만난 우나 장관은 “인간에게 선과 악, 양면이 모두 있듯이 사이버 보안 기술은 좋게 쓰면 좋게 쓰는 것이고 나쁘게 쓰면 나쁘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목표는 나쁘게 쓰는 것들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고 궁극적으로는 ‘공적 신뢰’를 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60년 건국 이래 주변국들과 분쟁을 벌여온 이스라엘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방위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해왔다. 사이버 보안 기술 개발도 초기에는 생존 전략의 하나였다. 2000년대 들어 전쟁과 테러 위협이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확대되자 이스라엘은 사이버 안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시작했다.

우나 장관은 “이스라엘의 목표는 단 하나다. 사이버 공간에서 다른 적들보다 우리가 강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비용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가 방위 차원에서 시작한 ‘사이버 보안 기술’은 이제 미래의 먹거리가 됐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해마다 사이버 보안 기술 기업 400여 개가 탄생한다. 지난해 글로벌 사이버 투자 자본의 약 20%가 이스라엘 기업들에 집중됐다. 기술 수준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평가된다. 그는 “안보를 1순위로 하지만 국가사이버국은 군사적 테러 대응, 기업 지원, 대학·연구기관과 연계한 투자 등을 총괄한다”며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사이버 분야에 이스라엘이 투자하는 금액은 상당히 크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보’와 ‘산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는 ‘관치’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적극 개입하고 있다. 2002년부터 사이버 보안을 총괄하고 타 부처와 연계 업무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관을 총리실 산하에 두고 운영 중이다.

올해로 8번째 열린 ‘사이버 위크’ 역시 총리실이 지원하고 있다. 매년 전 세계 80개국에서 보안기술자, 정치인, 기업인 등 8000여 명이 찾아와 사이버 테러 대응 방안을 토론한다.

우나 장관은 한국도 사이버 보안 기술 발전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스라엘과 한국은 모두 가까운 곳에 적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높은 교육열, 징병제, 산업 발달 수준 등이 비슷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 테러 기술을 가진 북한과 맞서고 있는 한국 역시 이스라엘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며 “이스라엘처럼 한국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사이버 보안 강국 이스라엘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우나 장관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국제적인 벡터(vector·숙주) 위협에 직면했다”며 “위협을 완벽하게 차단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나 시장경제 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기술 교류를 통해 우방국을 확대하는 사이버 보안 생태계(eco-system)를 구축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어 “이를 토대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제법을 만들고 전 세계 주요국들을 우방국으로 삼아 사이버 협력 체계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텔아비브=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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