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눈치보는 M세대의 ‘조용한 휴가’…“게으름뱅이처럼 보일까봐”

김윤진 기자

입력 2024-05-30 17:04 수정 2024-05-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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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밀레니얼세대(1981~1996년생)’ 사이에서 휴가원을 내지 않고 휴양지, 사무실 밖 등에서 소극적으로 업무를 보는 ‘조용한 휴가(Quiet Vacationing)’가 퍼지고 있다고 포브스 등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코로나19 당시 정해진 시간에 해고를 면할 정도로만 일하면서 사실상 사직 상태처럼 지냈던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에 이어 조용한 휴가라는 개념까지 생긴 것이다. ‘조용한 사직’이 “받는 돈 이외의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강하다면 ‘조용한 휴가’는 “상사의 압박이 심한 사무실 대신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뜻이 크다.

여론조사회사 해리스폴이 4월 26~28일 직장인 11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세대 근로자 중 37%가 ‘상사나 고용주에게 알리지 않고 쉬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X세대(1965~1980년생)’와 ‘Z세대(1997~2012년생)’ 응답자가 각각 24%만 ‘그렇다’ 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조용한 휴가를 선호하는 계층은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이들은 마감일을 지키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휴가를 요청하지 않는다. “많은 돈을 받는 회사에서 게으름뱅이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휴가를 신청하는 것이 불안하다”는 논리다. 해리스폴 조사에서 밀레니얼세대 응답자의 61%가 “휴가를 신청할 때 긴장된다”고 답했다.

특히 적지 않은 회사나 상사가 공식 휴가를 냈을 때도 업무를 지시하는 경향이 잦다는 것 또한 이들이 휴가를 내지 않는 이유로 거론된다. 해리스폴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6%가 “휴가 중에도 상사의 메일을 받았다”고 답했다. 56%는 “휴가 중에도 업무 관련 전화나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조용한 휴가에 대한 여론은 엇갈린다. 비판론자들은 “휴가를 신청하지 않으면서 평소보다 적게 일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이며 발각되기라도 하면 동료들에게도 피해가 간다”고 지적한다. 반면 “직장에서 번아웃되거나 과소평가되었다고 느끼는 전문직 종사자가 잠시 재충전한다면 더 많은 집중력과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다만 조용한 휴가를 막기 위해 유급휴가 일수를 늘리는 방안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리스폴에 따르면 매년 11~15일의 유급휴가를 보유한 근로자는 휴가 일수를 다 사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16일 이상을 받으면 휴가 사용률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매 분기마다 일정 일수의 휴가를 사용하게 하는 방법이 더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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