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멈추자 살길 막혀… 지역 사라질 위기”
보령=이호 기자
입력 2024-04-18 03:00 수정 2024-04-18 03:00
화력발전소 59기중 28기 폐쇄 예정
직원-인근 상인들 “경제 위축” 한숨
폐쇄지역 지원 ‘화력발전 특별법’
내달 국회 통과 못하면 자동 폐기
“보령 석탄화력발전소 1, 2호기가 가동을 멈춘 뒤로 매출이 50%가량 줄었어요.”
8일 오후 충남 보령시 보령중앙시장에서 40년 넘게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노재승 대표(69)가 한숨을 쉬었다. 고향을 떠나 대전과 충남 천안 등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노 대표의 자녀들은 계속 장사를 접으라고 한다. 그는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장사를 하고 싶지만 2년 뒤 5, 6호기까지 폐쇄되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지방 소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발전소 폐쇄로 일자리가 사라지자 인구는 줄고, 또 이로 인해 상권은 더욱 위축되면서 지역 경제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이다. 발전소 폐쇄로 피해를 입는 지역과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은 10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 “발전소 또 폐쇄되면 앞으로 살길 막막”
발전소 시설만 덩그러니 방치돼 있는 보령 1, 2호기 옆에는 여전히 3∼8호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던 A 씨(70)는 “일부 발전소가 또 폐쇄되면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며 “나처럼 나이 든 사람들은 은퇴한다고 쳐도, 젊은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다 갑갑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지급되는 방진 마스크 한 개로는 석탄 가루와 미세먼지들을 막을 수 없어 사비로 여러 개의 마스크를 구입해 한 시간마다 갈아 쓰고 있었다.
B 씨(61)도 “앞으로 10년은 더 일해야 할 것 같은데 보령을 떠날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보령 1, 2호기가 폐쇄되면서 2020년 보령을 떠난 인구는 1821명이었다. 이 여파로 2021년 보령 인구는 처음으로 10만 명을 밑돌았다.
내년에는 충남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1, 2호기도 가동을 멈출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현재 59기인 석탄화력발전소 중 약 절반인 28기가 2036년까지 폐쇄될 예정이다. 발전소가 문을 닫게 되면 하청 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지역 상인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산업부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 70조 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
● 다음 달까지 통과 안 되면 자동 폐기
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지역 경제가 위축되자 국회에선 지원 근거를 담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됐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발의된 법안은 여전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21대 국회가 끝나는 다음 달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건 특별법에 큰 틀의 에너지 정책도 함께 담겨야 한다며 야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소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과 함께 원자력 발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에너지 전환과 발전소 폐쇄 지역 지원은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김일환 보령중앙시장 상인회장은 “이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지역 경제가 많이 어려워졌다”며 “부부가 운영하는 시장 점포에서 아내는 남고, 남편은 다른 일자리를 얻어 일하는 등 살아남을 방법을 찾고 있지만 폐업 점포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에서 이미 지방 소멸이 시작된 만큼 빠른 법 통과와 행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령=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직원-인근 상인들 “경제 위축” 한숨
폐쇄지역 지원 ‘화력발전 특별법’
내달 국회 통과 못하면 자동 폐기
8일 오후 충남 보령시 보령중앙시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상권도 쪼그라들었다. 보령=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보령 석탄화력발전소 1, 2호기가 가동을 멈춘 뒤로 매출이 50%가량 줄었어요.”
8일 오후 충남 보령시 보령중앙시장에서 40년 넘게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노재승 대표(69)가 한숨을 쉬었다. 고향을 떠나 대전과 충남 천안 등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노 대표의 자녀들은 계속 장사를 접으라고 한다. 그는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장사를 하고 싶지만 2년 뒤 5, 6호기까지 폐쇄되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지방 소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발전소 폐쇄로 일자리가 사라지자 인구는 줄고, 또 이로 인해 상권은 더욱 위축되면서 지역 경제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이다. 발전소 폐쇄로 피해를 입는 지역과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은 10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 “발전소 또 폐쇄되면 앞으로 살길 막막”
발전소 시설만 덩그러니 방치돼 있는 보령 1, 2호기 옆에는 여전히 3∼8호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던 A 씨(70)는 “일부 발전소가 또 폐쇄되면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며 “나처럼 나이 든 사람들은 은퇴한다고 쳐도, 젊은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다 갑갑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지급되는 방진 마스크 한 개로는 석탄 가루와 미세먼지들을 막을 수 없어 사비로 여러 개의 마스크를 구입해 한 시간마다 갈아 쓰고 있었다.
B 씨(61)도 “앞으로 10년은 더 일해야 할 것 같은데 보령을 떠날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보령 1, 2호기가 폐쇄되면서 2020년 보령을 떠난 인구는 1821명이었다. 이 여파로 2021년 보령 인구는 처음으로 10만 명을 밑돌았다.
내년에는 충남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1, 2호기도 가동을 멈출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현재 59기인 석탄화력발전소 중 약 절반인 28기가 2036년까지 폐쇄될 예정이다. 발전소가 문을 닫게 되면 하청 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지역 상인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산업부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 70조 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
● 다음 달까지 통과 안 되면 자동 폐기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건 특별법에 큰 틀의 에너지 정책도 함께 담겨야 한다며 야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소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과 함께 원자력 발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에너지 전환과 발전소 폐쇄 지역 지원은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김일환 보령중앙시장 상인회장은 “이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지역 경제가 많이 어려워졌다”며 “부부가 운영하는 시장 점포에서 아내는 남고, 남편은 다른 일자리를 얻어 일하는 등 살아남을 방법을 찾고 있지만 폐업 점포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에서 이미 지방 소멸이 시작된 만큼 빠른 법 통과와 행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령=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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