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해 상품도 무분별 판매 ‘위험한 해외직구 앱’

송진호 기자

입력 2024-03-04 03:00 수정 2024-03-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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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테무-아마존 등 규제 사각
국내 판매 금지된 상품들 유통



지난해 9월 한강유역환경청은 니켈 검출 및 구리와 납 기준치 초과 등의 이유로 미국 제조사가 만든 갈색 문신 염료의 국내 수입과 판매를 금지했다. 쿠팡과 11번가 등 국내 쇼핑 플랫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이다. 그러나 중국 직구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선 7개 묶음 제품이 3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유통 시장에 빠르게 침투한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직구 업체들이 유해 성분 검출로 국내 유통이 금지된 상품들까지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제품들이 국내에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3일 본보가 국내 유통이 금지된 181개 생활 화학제품들을 전수 조사한 결과 79개 제품(43.6%)이 현재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품들은 환경부의 안전 검사에서 벤조(a)피렌, 니켈, 납, 구리 등 유해 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돼 수입 및 판매가 금지됐다. 문신 염료가 72개로 가장 많았고, 프린터 토너 3개, 충진제 2개, 접착제와 향초 각 1개씩 포함됐다.

중국 테무와 미국 아마존 역시 이 제품들 중 상당수를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외 사이트의 유해 제품 판매를 제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업체들의 국내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유해 제품들의 국내 반입 가능성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해 물품 中직구, 적발해도 차단 못해… “국민 건강 위협”



의사 처방 필요한 멜라토닌 성분
국내반입 금지… 직구론 쉽게 구해
정부 “외국 업체 차단할 방법없다”… 세관도 소규모 상품들 못 걸러내
“해외업체 불법 막을 法마련 급해”

해외 직구 사이트들이 국내 시장 유통이 금지된 유해 물품까지 판매하면서 국민 건강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현행법상으로는 해외 직구 사이트들이 유해한 물건을 팔더라도 강제적으로 페이지를 삭제하거나 사이트를 차단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유해 물품 유통 문제는 갈수록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환경부가 초록누리에 공시한 안전 관련 법률 위반 생활 화학제품은 총 4655개에 이른다. 이 중 국내에 수입된 적 있는 제품은 1028개다. 본보의 이번 조사는 이 중 실제로 유해 물질이 검출된 적이 있는 181개 제품만을 대상으로 했고, 결과적으로 79개 제품이 알리에서 팔리고 있었다. 이 중 문신 염료와 충진제, 향초는 테무에서도 팔리고 있었다. 미국 아마존 역시 문신 염료와 접착제, 프린터 토너, 충진제 등 수입 금지 제품 일부를 팔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1028개 중 ‘안전기준 미확인’이나 ‘의무 표시사항 미표기’ 등의 이유로 수입이 금지된 나머지 847개 제품들도 알리나 테무에서 팔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 유통됐거나 향후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 신체 유해 화학제품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배경이다.

알리의 1월 기준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717만 명으로 작년 1월(337만 명) 대비 380만 명(112.8%)이 늘었다. 작년 8월 한국에 진출한 테무는 5개월 만에 MAU가 571만 명까지 증가했다. 쿠팡(2982만 명)에는 아직 뒤지지만 성장 속도로 볼 때 조만간 2위 11번가(759만 명)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로 반입이 금지된 의약품도 알리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다.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두통이나 어지럼증 등 부작용을 이유로 멜라토닌을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 통관 금지 품목으로 지정했다. 알리에서는 ‘수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를 내세워 수면 패치 등 멜라토닌 함유 제품을 판매 중이다. 멜라토닌뿐 아니라 ‘5-하이드록시트립토판’(신경 억제), ‘몰약’(한약재) 등 국내 반입이 금지된 의약 성분도 알리에서는 검색만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지난해 일본에선 알리에서 판매하는 ‘점을 빼는 크림’을 직구로 구매해 얼굴에 발랐다가 피부가 괴사하는 등 심각한 피부 손상이 발생한 사례가 현지 소비자 보호 기관에 보고된 바 있다. 일본국민생활센터(NCAC)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심각한 피부·눈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의 강한 알칼리 성분을 가졌다.

직구 사이트를 통한 유해 제품 반입은 정부에서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법상 정부가 외국 업체를 대상으로 유해 제품 판매 페이지를 차단하도록 강제할 수 없어서다. 환경부는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적발한 판매 페이지를 한국온라인쇼핑협회를 통해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 회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당연히 판매자 처벌도 어렵다. 환경부 관계자는 “금지 제품 판매를 적발해도 국내 업체들은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으나 외국 업체는 차단 권고만 할 뿐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세관에서도 직구 제품을 대상으로 반입 금지 여부를 살피지만 대량 구매가 아니고선 일일이 확인해 걸러내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마약류나 총포류는 장비를 통해 쉽게 걸러낼 수 있으나 생활 화학제품과 식·의약품은 일일이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현재 해외 이커머스 업체를 통해 유해 제품이 국내에 불법 유통되는 걸 규제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소비자 피해 발생 시 피해 구제 등 후속 조처를 할 수 있도록 조속히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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