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잔액 40조 육박… 은행카드 연체율 10년새 최고 ‘빨간불’

강우석 기자

입력 2024-05-30 03:00 수정 2024-05-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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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연체율 3.4%… 1년새 0.9%P↑
고금리 장기화에 서민 상환여력 악화
저축銀 3월 연체율도 8.8%로 뛰어
전문가 “불법 사금융 노출 증가 우려”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여겨지는 카드론 잔액이 40조 원에 육박한 가운데 은행 신용카드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연체율 상승 부담 등으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꺼리면서 이들의 자금 수요가 카드론으로 옮겨간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서민들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신용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9조9644억 원이었다. 한 달 전보다는 1.2%, 1년 전보다는 7.3% 증가했다. 카드론은 별도의 심사 절차 없이 카드를 발급한 고객 누구나 받을 수 있어 서민들이 급전을 마련하는 창구로 꼽힌다.

문제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단기 대출을 받고 원금을 ‘하루 이상 연체한 비율’이 10년 만에 가장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은행 신용카드 연체율은 3.4%로 2014년 11월 말(3.4%)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년 동기(2.5%)와 비교했을 땐 0.9%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권에서는 카드론으로 급전을 마련해온 중저신용자들의 상환 여력이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은 부동산 PF 부실 확대로 인해 신용점수가 낮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여 왔다. 이 때문에 금융 취약계층들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받는 식으로 급전을 마련해 왔는데,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경영 상황이 나빠진 저축은행업계가 중저신용자 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의 잔액이 불어나기 시작했다”며 “평균 대출금리가 연 15% 수준이라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서민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연체 부담이 여전해 서민들의 대출 창구가 늘어나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올 1분기(1∼3월) 순손실은 1543억 원으로 직전 분기(4155억 원)보다 62.9% 줄었다. 하지만 연체율은 3월 말 기준 8.8%로 지난해 말(6.55%)보다 2.25%포인트 급등했다. 특히 부동산 PF 부실로 타격을 입은 기업대출 연체율이 3.52%포인트 뛰면서 11%에 달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5.25%로 2.59%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저축은행중앙회는 전반적인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으나 대손충당금 적립률, 손실흡수 능력 등을 감안하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불법 사금융에 노출되는 서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을 한도까지 채운 중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며 “햇살론 한도를 높이는 식의 정책금융 지원과 함께 민간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사에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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