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케냐 여성들 “인삼 샴푸 좋아”… 커피 본고장서 한국카페 대박도
박민우특파원
입력 2018-02-06 03:00 수정 2018-03-05 15:46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 한류에 매료된 ‘기회의 땅’ 케냐
지난달 17일 찾아간 사나그룹의 대형 가발공장은 4만3000m²(약 1만3000평) 부지에 건물만 27개 동에 달했다. 마을 어귀에서 공장 입구로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변에 있던 케냐 여성 수백 명의 시선은 공장으로 들어서는 차량을 좇았다. 사나그룹 관계자는 “우리 공장에 일자리를 얻으려고 무작정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며 “많이 몰릴 때는 2000명 넘게 줄을 서기도 한다.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 5년 새 3배로 성장한 사나그룹
이날 공장 앞에서 만난 여성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가발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들의 가발은 모두 사나그룹이 만든 제품이다. 공장 안에서 인조 모발을 쉴 새 없이 빗고 꼬아 다양한 형태의 가발을 만드는 직원들의 머리도 마찬가지였다. 직원 7000여 명 중 비슷한 머리 스타일을 찾기가 어려웠다. 사나그룹은 200여 개 모양에 10가지 색깔의 가발을 만들고 있다.
사나그룹은 최근 몇 년 새 케냐에서 삼성, 현대 등 글로벌기업보다 유명한 한국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아프리카 여성들이 미(美)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면서 뷰티산업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9년 케냐에 진출한 사나그룹은 최근 5년 새 매출이 3배로 성장했다. 사나그룹은 지난해 연간 매출 1억 달러(약 1100억 원)를 넘겼다.
가발은 이제 아프리카 여성의 필수품이 됐다. 최영철 사나그룹 회장은 “얇고 쉽게 부서지는 모발의 특성 때문에 아프리카 여성들은 머리카락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며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이 크게 늘면서 도심 여성의 70∼80%가 가발을 착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아프리카 순방 때 어깨에 힘을 줄 수 있었던 건 현지에서 1만 명 이상을 고용한 사나그룹 덕분이었다. 사나그룹 공장이 들어서기 전 루이루는 인구 1만5000명의 작은 마을에 불과했지만 6년 새 인구가 7만 명 수준으로 불어났다.
○ 아프리카 중산층을 잡아라
아프리카에서는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소비시장 규모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최근 동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을 2018년 5.9%, 2019년 6.1%로 전망하며 “케냐와 르완다, 탄자니아 등의 가계소비와 제조업이 빠른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도 현재 80만 명 수준인 케냐 중산층이 매년 10∼12%씩 성장해 2030년 25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세스 이키아라 케냐 투자청장은 “케냐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인구도 매년 3%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정치·경제 시스템이 민주적으로 바뀌면서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최근 케냐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2011∼2014년 케냐에 진출한 기업은 삼성물산 등 4곳으로 대기업 위주였다. 하지만 2015년 이후 3년간 케냐 진출 기업은 8곳으로 늘었고, 투자 분야도 다양해졌다.
한국의 정보기술(IT) 기업 이엠캐스트는 2016년 나이로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케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케냐 중산층의 소득이 성장하면서 고급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케냐 현지 통신사 사파리콤이 자체 개발한 모바일 뱅킹시스템 엠페사(M-Pesa)가 세계적인 핀테크 혁신 사례로 꼽힐 만큼 케냐는 IT 잠재력이 큰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대구 소재 중소기업 허브어스는 지난해 10월 KOTRA의 지원을 받아 아프리카의 뷰티시장 틈새를 공략하고 나섰다. 나이로비의 고급 뷰티살롱 테이아스(Theia‘s)에서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인삼 향기가 풍겨 나왔다. 이곳의 헤어디자이너 에릭 요움바 씨는 “고객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하는 인삼 샴푸의 향을 너무 좋아한다. 머릿결을 건강하게 하는 효과도 있어 인기 만점”이라고 전했다. 인삼 성분이 들어간 허브어스 제품은 케냐 미용실에서 입소문을 타 최근 10만 달러어치 수출 계약에 성공했다.
커피의 본고장 케냐에 처음으로 한국형 커피전문점을 차려 대박을 터뜨린 청년사업가도 있다. ‘케냐AA’ 커피로 유명한 케냐는 정작 카페 문화가 없었다. 커피 한잔을 즐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CJ 커피구매총괄디렉터로 일했던 황동민 씨(35)는 아프리카 커피 소비시장의 잠재력을 꿰뚫어보고 2016년 나이로비에 ‘커넥트커피’를 열었다.
커넥트커피가 문을 연 뒤 같은 건물에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Uber) 동아프리카 본부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했다. 커넥트커피는 금세 나이로비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나이로비=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1월 17일 케냐 나이로비 인근의 작은 도시 루이루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대규모 가발공장 전경. 한국 기업 사나그룹은 이 공장에만
700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위 사진). 황동민 커넥트커피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월 18일 케냐 가툰두의 한
커피 농장에서 인근 농장주들과 함께 커피 열매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아래 사진). 루이루·가툰두=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외곽으로 벗어나자 잿빛 아스팔트는 어느새 아프리카 특유의 검붉은 대지로 변했다. 뽀얀 흙먼지를 날리며 도착한 곳은 나이로비에서 20km 남짓 떨어진 작은 도시 루이루.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한국 기업 ‘사나그룹’이 바로 이곳에 있다.지난달 17일 찾아간 사나그룹의 대형 가발공장은 4만3000m²(약 1만3000평) 부지에 건물만 27개 동에 달했다. 마을 어귀에서 공장 입구로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변에 있던 케냐 여성 수백 명의 시선은 공장으로 들어서는 차량을 좇았다. 사나그룹 관계자는 “우리 공장에 일자리를 얻으려고 무작정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며 “많이 몰릴 때는 2000명 넘게 줄을 서기도 한다.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 5년 새 3배로 성장한 사나그룹
이날 공장 앞에서 만난 여성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가발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들의 가발은 모두 사나그룹이 만든 제품이다. 공장 안에서 인조 모발을 쉴 새 없이 빗고 꼬아 다양한 형태의 가발을 만드는 직원들의 머리도 마찬가지였다. 직원 7000여 명 중 비슷한 머리 스타일을 찾기가 어려웠다. 사나그룹은 200여 개 모양에 10가지 색깔의 가발을 만들고 있다.
사나그룹은 최근 몇 년 새 케냐에서 삼성, 현대 등 글로벌기업보다 유명한 한국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아프리카 여성들이 미(美)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면서 뷰티산업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9년 케냐에 진출한 사나그룹은 최근 5년 새 매출이 3배로 성장했다. 사나그룹은 지난해 연간 매출 1억 달러(약 1100억 원)를 넘겼다.
가발은 이제 아프리카 여성의 필수품이 됐다. 최영철 사나그룹 회장은 “얇고 쉽게 부서지는 모발의 특성 때문에 아프리카 여성들은 머리카락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며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이 크게 늘면서 도심 여성의 70∼80%가 가발을 착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아프리카 순방 때 어깨에 힘을 줄 수 있었던 건 현지에서 1만 명 이상을 고용한 사나그룹 덕분이었다. 사나그룹 공장이 들어서기 전 루이루는 인구 1만5000명의 작은 마을에 불과했지만 6년 새 인구가 7만 명 수준으로 불어났다.
○ 아프리카 중산층을 잡아라
아프리카에서는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소비시장 규모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최근 동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을 2018년 5.9%, 2019년 6.1%로 전망하며 “케냐와 르완다, 탄자니아 등의 가계소비와 제조업이 빠른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도 현재 80만 명 수준인 케냐 중산층이 매년 10∼12%씩 성장해 2030년 25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세스 이키아라 케냐 투자청장은 “케냐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인구도 매년 3%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정치·경제 시스템이 민주적으로 바뀌면서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최근 케냐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2011∼2014년 케냐에 진출한 기업은 삼성물산 등 4곳으로 대기업 위주였다. 하지만 2015년 이후 3년간 케냐 진출 기업은 8곳으로 늘었고, 투자 분야도 다양해졌다.
한국의 정보기술(IT) 기업 이엠캐스트는 2016년 나이로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케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케냐 중산층의 소득이 성장하면서 고급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케냐 현지 통신사 사파리콤이 자체 개발한 모바일 뱅킹시스템 엠페사(M-Pesa)가 세계적인 핀테크 혁신 사례로 꼽힐 만큼 케냐는 IT 잠재력이 큰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대구 소재 중소기업 허브어스는 지난해 10월 KOTRA의 지원을 받아 아프리카의 뷰티시장 틈새를 공략하고 나섰다. 나이로비의 고급 뷰티살롱 테이아스(Theia‘s)에서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인삼 향기가 풍겨 나왔다. 이곳의 헤어디자이너 에릭 요움바 씨는 “고객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하는 인삼 샴푸의 향을 너무 좋아한다. 머릿결을 건강하게 하는 효과도 있어 인기 만점”이라고 전했다. 인삼 성분이 들어간 허브어스 제품은 케냐 미용실에서 입소문을 타 최근 10만 달러어치 수출 계약에 성공했다.
커피의 본고장 케냐에 처음으로 한국형 커피전문점을 차려 대박을 터뜨린 청년사업가도 있다. ‘케냐AA’ 커피로 유명한 케냐는 정작 카페 문화가 없었다. 커피 한잔을 즐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CJ 커피구매총괄디렉터로 일했던 황동민 씨(35)는 아프리카 커피 소비시장의 잠재력을 꿰뚫어보고 2016년 나이로비에 ‘커넥트커피’를 열었다.
커넥트커피가 문을 연 뒤 같은 건물에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Uber) 동아프리카 본부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했다. 커넥트커피는 금세 나이로비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나이로비=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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