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환경 좋아진 요즘에도 ‘구충제’ 먹어야 할까?

김윤종기자

입력 2017-11-27 03:00 수정 2017-11-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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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조사서 약 100만명 감염 확인… 영유아-애완동물 가족 연2회 복용해야

12년 전인 2005년에도 중국산 기생충 김치 논란으로 구충제 복용이 유행했다. 동아일보DB
13일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의 몸에서 기생충 수십 마리가 발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충제 먹기’가 유행하고 있다. “위생환경이 좋아진 요즘은 구충제를 안 먹어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구충제를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문의들에게 직접 물었다.

Q. 한국인 배 안에서 기생충은 사라졌나.

A. 1970년대까지 기생충 감염이 흔했다. 인분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회충알이 인분을 통해 밭에 뿌려지고 농작물을 통해 다시 사람 입속으로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된 탓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채변봉투를 학생들에게 나눠줘 대변 속 회충 요충 편충 등을 검사했다. 1990년대 농작물 관리가 철저해지고 위생이 강화되면서 기생충 감염이 확연히 감소했다. 보건당국의 1차 전국 장내 기생충 감염 실태조사(1971년)에서 기생충 양성률은 84.3%에 달했다. 8차 조사(2012년)에서는 2.6%로 낮아졌다. 이를 전 국민으로 환산하면 아직도 100만여 명은 기생충을 가진 셈이다.


Q. 왜 기생충이 아직 남아 있나.


A.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 채소, 육회 등 익지 않은 고기를 즐기거나 해외여행이 늘면서 기생충에 감염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경우 동물 대변을 통해 기생충이 생길 수 있다. 최근에는 회충이나 요충보다 민물고기를 날것으로 먹어 생기는 ‘간흡충’이 더 많다. 회충에 감염되면 복통, 소화불량, 설사, 몸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자칫 회충이 혈액을 타고 눈이나 뇌로 이동해 백내장, 척수염, 뇌막염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간흡충에 감염되면 쓸개관이 딱딱해지고 담도암을 일으킨다. 요충에 감염되면 항문 주위가 가렵고 심하면 생식기관에 염증이 생긴다.

Q. 기생충을 예방하려면….

A. 자연산 민물고기, 동물 간 등 날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 채소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먹어야 한다. 애완동물이 산책 중 땅에 떨어진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한다. 애완동물의 대변을 치운 후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간흡충처럼 간 속을 기어 다니며 담도암을 일으키는 또 다른 기생충인 간질충의 중간 숙주 미나리는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Q. 구충제는 언제, 어떻게 복용하나.

A. 건강하게 식생활을 하면 구충제를 일부러 먹을 필요는 없다. 다만 기생충 감염 가능성이 높은 영·유아와 그 가족,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봄과 가을 두 번 구충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 회충과 요충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일반구충제로 퇴치할 수 있다. 간흡충이나 개회충 등은 의사에게 처방을 받은 후 특화된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구충제는 공복에 복용해야 사멸 효과가 더 높다. 가족 간 감염을 막으려면 가족 모두 복용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용필 감염내과 교수는 “신선하지 않은 고등어회나 대구회, 설익은 돼지고기를 먹고 감염되는 일부 기생충은 구충제가 듣지 않아 수술을 통해 기생충을 직접 빼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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