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심장질환 ‘대동맥판막스텐트시술’로 잡는다
김민식 기자
입력 2018-10-31 03:00 수정 2018-10-31 03:00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심장시술 중 가장 고난도 시술, 환자 평균연령 79세-성공률 98%
전신마취 아닌 수면상태서 시행… 회복 빠르고 3일이면 퇴원도 가능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화와 관련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늘고 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심장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온몸으로 혈액을 내뿜기 위해 쉼 없이 열리고 닫히는 ‘대동맥판막’은 대표적인 퇴행성 심장 질환이 생기는 부위다. 최근에는 대동맥판막스텐트시술을 통해 전신마취나 가슴을 여는 수술을 하지 않고도 대동맥판막을 대신할 인공판막 스텐트를 삽입할 수 있게 되면서 판막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심장의 문인 대동맥판막 입구가 좁아져서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은 상태다. 가장 흔한 원인은 연령에 따른 퇴행이고 류머티스나 선천적인 것도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진행되면 협심증, 운동성 실신, 심부전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데 증상이 동반된 중등도 이상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내과적인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다. 수술을 받지 않는 경우 50%가 증상이 나타난 후 1년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그러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들이 대개 고령인 경우가 많아 가슴을 열고 수술하기에는 위험이 있다.
대동맥판막스텐트시술(이하 타비시술)은 가슴을 절개해 판막을 교환하는 기존 개흉수술과 달리 대퇴부에 있는 혈관을 따라 풍선을 판막까지 넣은 다음 좁아져 있는 판막 사이에 풍선을 위치시킨다. 이를 부풀린 후 판막 역할을 할 수 있는 인공판막 스텐트를 대동맥판막에 고정시킨다. 시술 시간은 30분 정도로 짧다. 개흉수술에 비해 환자의 체력 소모가 덜하고 입원 기간도 3일 정도로 짧다. 가슴을 절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증이나 운동장애 등 부작용도 전혀 없다. 노화된 대동맥판막으로 가슴통증이나 심부전 등이 발생했던 환자들은 타비시술 후 심장초음파 등의 정밀검사를 해보면 좁아졌던 판막 입구가 평균 2배 이상 넓어지고 증상이 크게 개선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 환자가 수술을 꺼리는 경향이 강한데 타비시술을 통해 고령의 환자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과 같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의료기관에서만 타비시술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의 부담이 예전보다 20%나 줄어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세계적인 타비시술센터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2010년 3월, 수술이 어려운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타비시술을 시행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후 2016년까지 300건 정도 시술하고 작년 한 해 동안 100여 건 시술했다. 특히 올해는 8개월 만에 100건, 한 해 동안 150건 이상의 타비시술이 시행될 예정이다. 타비시술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연간 150건 이상 가능한 병원은 상위 15% 이내일 정도로 환자 한 명의 시술마다 진료과 간의 협진과 의술이 뒷받침돼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시술한 500여 건의 타비시술을 분석해보면 환자들의 평균연령은 79세, 시술 성공률은 98%에 달한다. 특히 2017년 이후 200건의 시술 성공률은 99%였다. 최근에는 의료진의 숙련도와 스텐트 기구의 발전으로 100%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고령 환자들의 노화된 혈관을 통해 대동맥판막을 인공판막 스텐트로 교체하는 고난도 시술임에도 박승정 교수를 비롯한 전문의들의 숙련된 시술 노하우로 중증 뇌졸중 발생은 단 한 건도 없었고 시술 후 30일 내에 사망하는 조기 사망률도 1%였다.
서울아산병원 타비시술의 가장 큰 장점은 개별적이고 정밀한 검증을 통해 환자 중심의 효과적인 치료방향을 결정하고 있는 심장내과와 흉부외과의 완벽한 협진 체계(heart team)다. 심장내과의 박승정, 박덕우, 안정민, 강도윤 교수와 흉부외과의 주석중, 김준범, 김호진 교수팀은 환자들이 최상의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외과, 내과 협진 교수팀과 논의해 통합진료를 진행한다. 서울아산병원 대동맥판막스텐트치료클리닉에서는 2015년 6월부터 올 4월까지 383명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들의 통합진료를 진행했다. 이 중 약 63%에서는 타비시술을 시행했으며 약10%에서는 가슴을 열고 하는 수술인 대동맥판막대치술로 치료를 했다. 27% 정도는 약물치료를 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타비시술이 결정되면 첨단 영상장비와 수술 장비가 모두 겸비된 하이브리드수술실에서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의료진이 함께 타비시술을 한다. 흉부외과 의료진이 항상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바로 응급수술이 가능하다.
타비시술은 심장시술 중 가장 고난도 시술로 알려져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그동안 쌓아온 시술 경험과 노하우로 작년부터는 고령의 환자들에게 전신마취가 아닌 간단한 수면상태에서 타비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수면상태에서의 시술은 전신마취에 비해 회복이 월등히 빠르다. 시술로 흉통이나 호흡곤란이 사라지고 증상이 개선된 환자들은 시술 당일 식사가 가능하고 3일째는 퇴원도 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대동맥판막스텐트치료클리닉은 학술적으로도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10년 국내 처음으로 타비시술을 시작한 후 2011년부터는 ‘심장판막 중재시술 국제 학술회의’를 7번이나 단독으로 개최해 매년 아시아를 포함해 유럽, 미국 등 25개 의료선진국의 석학 400여 명이 서울을 방문하고 있다. 미국심장학회지와 같은 유수 학회지에도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고령화로 우리나라에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질환 중 하나”라며 “최근 타비시술은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방법이 열려 있기 때문에 고령이고 다른 질환을 동반하고 있다고 해서 치료를 포기하면 안된다”며 “꼭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치료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심장시술 중 가장 고난도 시술, 환자 평균연령 79세-성공률 98%
전신마취 아닌 수면상태서 시행… 회복 빠르고 3일이면 퇴원도 가능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타비시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화와 관련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늘고 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심장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온몸으로 혈액을 내뿜기 위해 쉼 없이 열리고 닫히는 ‘대동맥판막’은 대표적인 퇴행성 심장 질환이 생기는 부위다. 최근에는 대동맥판막스텐트시술을 통해 전신마취나 가슴을 여는 수술을 하지 않고도 대동맥판막을 대신할 인공판막 스텐트를 삽입할 수 있게 되면서 판막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심장의 문인 대동맥판막 입구가 좁아져서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은 상태다. 가장 흔한 원인은 연령에 따른 퇴행이고 류머티스나 선천적인 것도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진행되면 협심증, 운동성 실신, 심부전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데 증상이 동반된 중등도 이상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내과적인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다. 수술을 받지 않는 경우 50%가 증상이 나타난 후 1년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그러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들이 대개 고령인 경우가 많아 가슴을 열고 수술하기에는 위험이 있다.
대동맥판막스텐트시술(이하 타비시술)은 가슴을 절개해 판막을 교환하는 기존 개흉수술과 달리 대퇴부에 있는 혈관을 따라 풍선을 판막까지 넣은 다음 좁아져 있는 판막 사이에 풍선을 위치시킨다. 이를 부풀린 후 판막 역할을 할 수 있는 인공판막 스텐트를 대동맥판막에 고정시킨다. 시술 시간은 30분 정도로 짧다. 개흉수술에 비해 환자의 체력 소모가 덜하고 입원 기간도 3일 정도로 짧다. 가슴을 절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증이나 운동장애 등 부작용도 전혀 없다. 노화된 대동맥판막으로 가슴통증이나 심부전 등이 발생했던 환자들은 타비시술 후 심장초음파 등의 정밀검사를 해보면 좁아졌던 판막 입구가 평균 2배 이상 넓어지고 증상이 크게 개선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 환자가 수술을 꺼리는 경향이 강한데 타비시술을 통해 고령의 환자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과 같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의료기관에서만 타비시술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의 부담이 예전보다 20%나 줄어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세계적인 타비시술센터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2010년 3월, 수술이 어려운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타비시술을 시행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후 2016년까지 300건 정도 시술하고 작년 한 해 동안 100여 건 시술했다. 특히 올해는 8개월 만에 100건, 한 해 동안 150건 이상의 타비시술이 시행될 예정이다. 타비시술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연간 150건 이상 가능한 병원은 상위 15% 이내일 정도로 환자 한 명의 시술마다 진료과 간의 협진과 의술이 뒷받침돼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시술한 500여 건의 타비시술을 분석해보면 환자들의 평균연령은 79세, 시술 성공률은 98%에 달한다. 특히 2017년 이후 200건의 시술 성공률은 99%였다. 최근에는 의료진의 숙련도와 스텐트 기구의 발전으로 100%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고령 환자들의 노화된 혈관을 통해 대동맥판막을 인공판막 스텐트로 교체하는 고난도 시술임에도 박승정 교수를 비롯한 전문의들의 숙련된 시술 노하우로 중증 뇌졸중 발생은 단 한 건도 없었고 시술 후 30일 내에 사망하는 조기 사망률도 1%였다.
서울아산병원 타비시술의 가장 큰 장점은 개별적이고 정밀한 검증을 통해 환자 중심의 효과적인 치료방향을 결정하고 있는 심장내과와 흉부외과의 완벽한 협진 체계(heart team)다. 심장내과의 박승정, 박덕우, 안정민, 강도윤 교수와 흉부외과의 주석중, 김준범, 김호진 교수팀은 환자들이 최상의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외과, 내과 협진 교수팀과 논의해 통합진료를 진행한다. 서울아산병원 대동맥판막스텐트치료클리닉에서는 2015년 6월부터 올 4월까지 383명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들의 통합진료를 진행했다. 이 중 약 63%에서는 타비시술을 시행했으며 약10%에서는 가슴을 열고 하는 수술인 대동맥판막대치술로 치료를 했다. 27% 정도는 약물치료를 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타비시술이 결정되면 첨단 영상장비와 수술 장비가 모두 겸비된 하이브리드수술실에서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의료진이 함께 타비시술을 한다. 흉부외과 의료진이 항상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바로 응급수술이 가능하다.
타비시술은 심장시술 중 가장 고난도 시술로 알려져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그동안 쌓아온 시술 경험과 노하우로 작년부터는 고령의 환자들에게 전신마취가 아닌 간단한 수면상태에서 타비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수면상태에서의 시술은 전신마취에 비해 회복이 월등히 빠르다. 시술로 흉통이나 호흡곤란이 사라지고 증상이 개선된 환자들은 시술 당일 식사가 가능하고 3일째는 퇴원도 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대동맥판막스텐트치료클리닉은 학술적으로도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10년 국내 처음으로 타비시술을 시작한 후 2011년부터는 ‘심장판막 중재시술 국제 학술회의’를 7번이나 단독으로 개최해 매년 아시아를 포함해 유럽, 미국 등 25개 의료선진국의 석학 400여 명이 서울을 방문하고 있다. 미국심장학회지와 같은 유수 학회지에도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고령화로 우리나라에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질환 중 하나”라며 “최근 타비시술은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방법이 열려 있기 때문에 고령이고 다른 질환을 동반하고 있다고 해서 치료를 포기하면 안된다”며 “꼭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치료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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