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투자, 재무제표만 믿지말고 ‘가치투자’ 노려야

윤영호 기자

입력 2018-08-18 03:00 수정 2018-09-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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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고수의 한 수]장홍래 정음에셋홀딩스 대표파트너

장홍래 대표가 중국 투자시 유의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경기 불황에 금리마저 불안정한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적잖다. 이런 때일수록 대박 투자에 대한 유혹은 커지고 투자 비법에 목말라하는 이들은 늘어만 간다. 하지만 최근 같은 시장 흐름에서도 투자의 기본 원칙을 지키며 높은 수익을 올리는 고수들은 있게 마련이다. 투자자들이 등대로 삼을 만한 숨은 투자 고수들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중국 기업에 투자하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재무제표에는 수익이 괜찮아 보여도 쪽박 차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재무·회계자료의 신뢰성이 그만큼 낮아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최근 만난 투자자문사 정음에셋홀딩스㈜ 장홍래 대표파트너(51)는 만나자마자 중국 투자 신중론부터 펼쳤다. 중국 투자 전문업체 대표가 쏟아낸 말이어서 의외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영업현금흐름과 당기순이익 곡선이 우상향으로 동반하기 때문에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높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두 곡선이 동반하지 않고 있다.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낮다는 얘기다. 더욱이 영업현금흐름에서 감가상각비를 뺀 것이 당기순이익이기 때문에 영업현금흐름 곡선은 당기순이익 곡선보다 위에 있어야 하는데 그 반대인 시기도 있다. 장홍래 대표 제공
정음은 2016년 3월 장 대표가 지인 3명과 공동 창업한 회사다. 중국 투자로 탁월한 성과를 내면서 투자업계에서 이름을 알렸다. 설립 이후 올린 수익률이 2016년 19.1%, 2017년 39.6%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한국의 코스피200 지수는 각각 14.2%, 13.2% 상승했다.

그가 중국 투자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20여 년 전 가족여행으로 선전(深(수,천))을 찾은 게 계기가 됐다. 개방 이후 선전의 발전상을 보면서 중국에 일생을 걸어보자고 결심한 것. 당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으로 일하던 장 대표는 1999년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의 중국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 그는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파트너(주주 임원) 자리까지 올랐다.

정음은 비교적 짧은 역사에 비해 뚜렷한 자기 색깔을 고수하고 있다. 투명한 회사 운영과 집중 투자, 가치투자 원칙 등이 그것이다.

투명한 회사 경영을 위해 투자자문사로서는 드물게 연차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은 재무제표를 첨부하고 있다. 또 투자 실수도 솔직하게 고백하는 등 주주들과의 소통에도 노력하고 있다.

그가 투명 경영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국내 투자문화가 기본이 약할 뿐 아니라 금융회사의 모럴 해저드도 심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고객이 손실을 보는데 금융회사만 이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장 대표는 정음의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려고 투자자들을 아예 정음의 주주로 참여시켰다. 설사 손실이 난다 해도 투자자들과 똑같이 손해를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4월 말 현재 정음의 주주는 모두 144명, 납입 자본은 126억 원이다.

집중 투자는 정음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준다. 장 대표는 중국 투자 신중론을 강조하면서도 투자의 대부분을 중국의 몇 개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 3월 말 현재 총자산 190억 원을 중국과 미국에 9 대 1의 비율로 투자할 정도이다.

장 대표의 중국 투자 신중론은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중국 증시에 투자했다간 피땀 흘려 번 돈을 중국에 그대로 갖다 바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그는 “일반 투자자는 물론이고 국내 메이저 증권사도 중국 기업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조차 부족한 일이 적잖다. 특히 중국 기업의 재무·회계자료 신뢰성이 낮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실기업을 거르지 않는 기업공개(IPO)와 불공정한 유상증자도 장 대표의 중국 투자 신중론을 뒷받침한다. 그는 “CSI300지수(중국 상하이(上海)와 선전 증시 대형주 300개로 구성된 지수)가 수년째 3,000 선에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런 점들만 조심한다면 중국은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음이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기업은 모두 8곳. 특히 구이저우마오타이와 헝루이이야오를 비롯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중국의 간판 정보기술 기업 텐센트 등 4개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시장 독점성이 강해 5년, 10년 후 수익률 계산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장 대표는 투자종목을 고를 때 ‘아는 만큼 수익을 얻는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는다. 그는 “우리가 투자하는 대표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인 구이저우마오타이도 3년간 열심히 분석하고 있지만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며 “그래서 잘 모르는 다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가치투자를 신봉한다. 이는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과거뿐 아니라 미래에도 현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는 기업에만 투자한다는 뜻이다. 그는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 분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재무·회계자료의 신뢰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뢰 낮고 현금자산 없는 기업 일단 제외를”▼

장홍래 대표는 “정음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추천 종목은 아니다”라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그는 “정음의 투자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기보다는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르는 안목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물고기를 받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차원에서 비법 몇 가지만 공개하라는 주문에 장 대표는 “투자 기업을 선정할 때 반드시 따져봐야 할 몇 가지가 있다”고 소개했다.


○ 재무회계 신뢰성 낮은 기업은 피하라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준 기업들에는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이런 기업들은 우선 회계 및 재무 신뢰성이 낮다. 특히 재무제표상 이익과 현금흐름이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들은 손익계산서에 이익이 아무리 많아도 투자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 현금 창출 능력을 따져라

현금이 자산의 10% 미만이거나, 현금 창출 능력이 없는 유무형 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기업은 자산의 신뢰성이 낮다. 따라서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좋다. 다만 장부에 기록돼 있지 않더라도 현금을 창출하는 독점 플랫폼이나 브랜드 등의 무형자산을 가졌다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카콜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 관리되지 않은 기업은 피하라


우량 기업과 보통 기업의 차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나 적정 보유현금 등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지에 달렸다. 이런 지표들이 기업의 자본생산성이나 재무안정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핵심 재무 지표를 관리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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