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업계, 한국 반도체 기술자 모셔가던 ‘삼삼은구 법칙’은 옛말
김지현 기자
입력 2018-08-20 03:00 수정 2018-08-20 03:21
[한국 제조업 골든타임을 지켜라]8대 주력산업 점검<1>반도체
‘궁여지책.’ 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이 중국 업체들을 평가할 때 많이 쓰는 표현이다. 개발 및 양산 시점을 맞추기 위해 경제성과 효용성이 떨어지는 기술을 억지로 끼워 맞춘다는 의미다.
몇 년 새 중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금융 지원 아래 한국 기술자들을 빼가는 방식으로 빠르게 쫓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과 3, 4년 수준의 기술 격차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에 대한 지나친 과대평가도, 과소평가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분명한 위협으로 인정하되 현재 기술 격차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를 토대로 거시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 소리만 요란한 중국발 기술
이달 7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에서 중국 국영 칭화유니그룹 산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첫 3차원(3D) 낸드플래시 양산 시제품을 공개했다. 10월 본격적인 시험 생산에 돌입하고 내년 대량생산에 나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기억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에 필수다. 그동안 한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사실상 전량 수입해오던 중국이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자국 업체들에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쏟아부어온 이유다.
이날 사이먼 양 YMTC 최고경영자(CEO)는 “현존 낸드플래시 중 입출력 속도가 가장 빠르다”며 업계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보다도 두 배 이상 좋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중국의 차세대 기술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제성과 효용성이 떨어져 실제 양산은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YMTC의 32단 3D낸드 생산원가가 주요 경쟁사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64단 3D낸드에서도 원가 격차를 많이 줄이기가 쉽지 않아 기술개발과 양산 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회로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성능과 생산효율을 개선한 V낸드 기술은 삼성전자가 2013년 8월 세계 최초로 선보인 ‘발상의 전환’이다. YMTC가 내놓는다는 32단 3D 낸드를 삼성전자는 4년 전인 2014년 8월 이미 내놨고 올해 6월부터는 업계 최초로 5세대(96단) 제품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도 72단 3D 낸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 치킨게임에서 ‘승자독식’으로
당장 중국의 추격이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얘기다. 하지만 한국이 더 빠르게 뛰지 않는 한 ‘중국식 인해전술’에 반도체도 언젠가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물량 공세에 휘말리기보다 고부가가치 시장을 잡기 위한 초격차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 20곳이 넘는 D램 업체가 죽기 살기 식의 저가 경쟁을 벌이던 치킨게임 시절과 달리 지금은 1등이 시장 수익을 대부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 구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존 PC에서 모바일, 더 나아가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제품군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춰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보다 고사양 고기능의 고부가가치 시장을 누가 잡느냐가 더 중요한 싸움이 된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25년 넘게 세계 1위를 해오고 있는데 직원들의 눈빛부터 다르다. ‘눈 깜빡하면 죽는다’는 DNA가 분명하게 유지되고 있다”라며 “‘퍼스트무버’는 쫓기는 게 당연한 운명이고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실력”이라고 했다.
한국 반도체산업이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려면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비롯해 각종 정보기술(IT) 기기를 구동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미국 퀄컴이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한국의 존재는 미미하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궁여지책.’ 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이 중국 업체들을 평가할 때 많이 쓰는 표현이다. 개발 및 양산 시점을 맞추기 위해 경제성과 효용성이 떨어지는 기술을 억지로 끼워 맞춘다는 의미다.
몇 년 새 중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금융 지원 아래 한국 기술자들을 빼가는 방식으로 빠르게 쫓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과 3, 4년 수준의 기술 격차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에 대한 지나친 과대평가도, 과소평가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분명한 위협으로 인정하되 현재 기술 격차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를 토대로 거시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 소리만 요란한 중국발 기술
이달 7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에서 중국 국영 칭화유니그룹 산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첫 3차원(3D) 낸드플래시 양산 시제품을 공개했다. 10월 본격적인 시험 생산에 돌입하고 내년 대량생산에 나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기억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에 필수다. 그동안 한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사실상 전량 수입해오던 중국이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자국 업체들에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쏟아부어온 이유다.
이날 사이먼 양 YMTC 최고경영자(CEO)는 “현존 낸드플래시 중 입출력 속도가 가장 빠르다”며 업계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보다도 두 배 이상 좋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중국의 차세대 기술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제성과 효용성이 떨어져 실제 양산은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YMTC의 32단 3D낸드 생산원가가 주요 경쟁사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64단 3D낸드에서도 원가 격차를 많이 줄이기가 쉽지 않아 기술개발과 양산 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회로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성능과 생산효율을 개선한 V낸드 기술은 삼성전자가 2013년 8월 세계 최초로 선보인 ‘발상의 전환’이다. YMTC가 내놓는다는 32단 3D 낸드를 삼성전자는 4년 전인 2014년 8월 이미 내놨고 올해 6월부터는 업계 최초로 5세대(96단) 제품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도 72단 3D 낸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 치킨게임에서 ‘승자독식’으로
당장 중국의 추격이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얘기다. 하지만 한국이 더 빠르게 뛰지 않는 한 ‘중국식 인해전술’에 반도체도 언젠가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물량 공세에 휘말리기보다 고부가가치 시장을 잡기 위한 초격차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 20곳이 넘는 D램 업체가 죽기 살기 식의 저가 경쟁을 벌이던 치킨게임 시절과 달리 지금은 1등이 시장 수익을 대부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 구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존 PC에서 모바일, 더 나아가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제품군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춰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보다 고사양 고기능의 고부가가치 시장을 누가 잡느냐가 더 중요한 싸움이 된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25년 넘게 세계 1위를 해오고 있는데 직원들의 눈빛부터 다르다. ‘눈 깜빡하면 죽는다’는 DNA가 분명하게 유지되고 있다”라며 “‘퍼스트무버’는 쫓기는 게 당연한 운명이고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실력”이라고 했다.
한국 반도체산업이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려면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비롯해 각종 정보기술(IT) 기기를 구동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미국 퀄컴이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한국의 존재는 미미하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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