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숨어있다 망가진채 모습 드러내는 5만원권

김준일기자

입력 2017-09-26 03:00 수정 2017-09-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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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손상지폐 교환 6년간 10만장… 5000원권 교환은 2만장도 안돼
“고액권 음성유통 우려… 관리 필요”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한국은행이 교환해 준 손상된 5만 원권 지폐가 10만 장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습기를 머금어 지폐의 형태가 망가졌거나, 장판 밑에 뒀다가 훼손된 지폐가 많았다.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고액 화폐를 꽁꽁 숨겨뒀다가 손상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명재 의원(자유한국당)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한국은행이 교환해 준 5만 원권은 10만7940장(53억9700만 원)이었다. 손상돼서 교환해 준 5만 원권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2년 8520장(4억2600만 원)을 바꿔준 뒤 해마다 늘어 2015년(2만1880장·10억9400만 원) 처음으로 2만 장을 넘어섰다. 증가세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5000원권과 비교하면 훼손된 5만 원권 수는 두드러진다. 교환된 5000원권은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1만9200장이었다. 같은 기간 5만 원권의 17.8% 수준이다. 실생활에서는 5만 원권 같은 고액권보다 소액권을 많이 사용하지만 훼손 비중은 반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당국은 5만 원권을 이런저런 이유로 숨겨뒀다가 훼손된 것을 발견한 뒤 뒤늦게 한은을 찾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소득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사업자, 범죄로 얻은 수익을 감추려던 이들 중 5만 원권을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 숨기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은행을 믿을 수 없다며 집이나 창고, 심지어 땅 속에 숨기는 경우도 있다.

한은이 올해 1∼8월 교환해 준 훼손 지폐의 손상 이유를 집계한 결과 습기로 인한 손상(36.9%)이 가장 많았다. 화재(31.9%), 장판 밑 눌림(17.5%)으로 훼손됐다는 신고도 적지 않았다. 습기로 인한 손상은 물에 젖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땅에 묻어 뒀다가 생기기도 한다.

박 의원은 “5만 원권을 보관하는 건 잠재적으로 비합법적 혹은 음성적으로 쓸 돈일 가능성이 있다”며 “5만 원권 훼손 추세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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