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점 청약통장 날렸네”…93대1 당첨 아파트, 무더기 계약포기
뉴스1
입력 2024-04-20 07:26 수정 2024-04-20 11:57
‘더샵 둔촌포레’ 투시도(포스코이앤씨).
93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뚫은 서울 강동구 ‘더샵 둔촌포레’ 당첨자 중 20%나 무더기로 계약 포기해 술렁이고 있다. 후분양 아파트로 자금 마련 부담이 큰 데다 리모델링 단지에 대한 상품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동 ‘더샵 둔촌포레’는 오는 22일 총 14가구(84㎡ A 타입)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다.
둔촌현대1차를 리모델링한 더샵 둔촌포레는 별동을 신축해 일반 분양한 단지다. 특별공급 27가구, 일반공급 47가구 등 일반분양 총 74가구 중 약 20%에 해당하는 14가구가 계약을 포기한 셈이다.
지난달 청약 접수 당시 특별공급 경쟁률은 평균 21.6대 1,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93대 1에 달했다.
1순위 당첨 가점을 보면 무순위 물량이 나온 84㎡A 타입은 최고 69점, 최저 61점으로 평균 63.17점이다. 69점은 부양가족 4명 이상 무주택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이다. 청약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하면 청약통장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 청약에 재도전하기 위해서는 다시 청약통장에 가입해야 한다.
100대 1에 가까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음에도 14가구나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후분양’의 한계로 보인다.
분양가는 층고에 따라 12억 후반~13억 중반대로 인근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의 2년 전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인데, 오는 11월 입주 전에 잔금까지 다 치러야 한다. 전매제한 1년에 묶여 1년간은 분양권을 되팔 수도 없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계약금 10%인 1억 4000만 원만 있으면 대출 등으로 분양 대금을 충당할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4억 원 이상 자금이 몇 달 내에 당장 필요하니 계약을 상당수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후분양 아파트인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지난해 9월 평균 14대 1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지만, 같은 이유에서 아직도 잔여 물량을 다 털지 못했다.
‘더샵 둔촌포레’ 14가구 중 일부는 특공 부적격 당첨자로 계약이 취소된 물량이 포함됐더라도, 예비 당첨자 역시 계약을 포기한 것은 낮은 상품성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실거주 의무 3년 유예로 전세 세입자를 구해 부족한 분양 대금을 메꿀 수 있지만,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과 입주 시기가 11월로 겹친다.
1만 2000여 세대가 한 번에 입주를 시작하면 초기 ‘전세 급매’가 예상되는데 소규모 리모델링 단지인 ‘더샵 둔촌포레’의 가격 방어가 더 어려울 수 있어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리모델링 아파트의 상품성이 재건축 단지와 비교해 낮은 데다 후분양 아파트는 자금 마련 부담도 크다”며 “더군다나 강동구에는 신축 아파트가 대거 입주를 앞두고 있어 ‘급매’를 잡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청약 당첨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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