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물산업에 인공지능 접목해 ‘물순환 선도도시’로 거듭난다

장윤정 기자

입력 2022-12-07 03:00 수정 2022-12-07 04:5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밸브에 AI 접목해 누수여부 감지
소음 분석해 고장 부위 진단도
관내 잔류 염소 예측시스템 개발
측정비용 연 132억 원가량 절감





대전의 지역특화산업은 물이다. 2021년 관계부처와 17개 시도가 합동으로 발표한 ‘지역거점 중심 인공지능(AI) 확산계획’에서 지정됐다. 물산업은 상수, 하수, 폐수, 공업용수 및 해수 담수화 사업 등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물산업은 연간 870조 원(약 7252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4%씩 지속 성장(영국 GWI 2017)하고 있으며 전체 산업 분야 중 5번째로 큰 유망 시장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물산업도 AI 기술 접목이 대세다. 디지털 물산업은 사물인터넷(IoT), AI, 클라우드, 네트워킹 등의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물을 관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글로벌 디지털 물 시장은 2020년 기준 42조 원(약 338억9000만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대전으로서는 매우 유망한 산업군을 특화산업으로 지정한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하는 ‘AI 융합 지역특화산업 지원사업’은 대전의 특화산업인 물에 AI의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지원사업은 지역특화산업에 AI의 융합과 활용을 지원해주는 것인데, 올해만 32억28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대전은 디지털 물산업 분야에서 AI가 필요한 수요 기업 7곳을 선정하고 이들에게 AI 솔루션을 개발해줄 AI 전문 기업 8곳을 공급 기업으로 선정해 총 8개의 솔루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 디지털 물산업의 산실이 될 ‘실증랩’도 11월 18일 개소했다. 실증랩은 수요 기업에서 보유한 데이터를 공급 기업이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AI 개발 공간과 서버실, 보안시설 등으로 조성된다.
밸브에 인공지능을 달다
AI를 활용한 물 관리의 핵심은 누수 관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다. 국내 최고의 밸브 전문 기업인 ‘삼진정밀’은 누수 탐지가 가능한 밸브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역특화 지원사업의 수요 기업이 되면서 개발 지원을 받게 되었다. 기존의 누수 탐지 측정 방식은 수도계량기 또는 밸브로 연결된 배관을 통해 사람이 직접 누수 소리를 듣거나 진동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전문 인력의 경험적 한계, 관로의 재질과 크기, 복잡한 현장 조건 등 여러 요인으로 정확한 누수 탐지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AI 누수 감지 솔루션 개발을 맡은 ‘위플랫’은 이러한 복합적 환경 요소를 극복하기 위해 밸브에서 발생하는 소리 빅데이터에 딥러닝 기법을 적용하여 누수 여부를 감지할 수 있게 한다. 밸브에서 탐지되는 누수음과 밸브 자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구별하고 소음을 통해 밸브의 고장 여부를 판단한 후 밸브의 고장 부위를 진단해주는 솔루션이다. 90% 이상의 정확도가 예상되는데, 서비스가 개시되면 누수 탐사 소요 시간은 480시간에서 30분으로 약 16배 단축된다. 1일 1회 누수 탐지가 가능해지면서 6개월에 약 50억 원이 절약될 것으로 예상된다.
잔류염소 예측 시스템으로 안전한 물 공급
세계적으로 물 관리 업무는 행정구역별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조직이 담당한다. 사람에 의한 상수도 관리는 여러 한계점을 갖는다. 정수장에서 멀어질수록 잔류염소는 떨어지고 관의 말단 지역은 수질 기준에 못 미치면서 민원이 발생한다. 소비자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생기면서 사용을 꺼리게 된다. 하지만 상수도 시설물의 운영과 관리를 전담할 조직과 인력은 상시 부족하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워터제네시스’는 상수도 관리시스템에 AI를 도입하는 솔루션을 공급받는다.

워터제네시스는 수요 기업이지만 이미 AI 기술 개발 경험이 있다. 친환경 살균장치를 핵심 기술로 하여 텀블러 자동 살균 세척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수십 km에 이르는 수도관망을 AI로 관리하는 것은 복합적 알고리즘의 이해와 개발 능력이 필요했다. AI 개발 전문 기업이 AI 솔루션을 개발해 수도관 속 잔류염소와 관망의 이상을 예측 관리하고 관말부에 재소독 장치를 장착하게 된다면 더 맑고 안전한 물이 공급될 것이고, 관망 관리는 고도화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공급 업체인 ‘에셈블’이 AI를 이용한 ‘관내 잔류염소 예측시스템’을 개발하면 분석 시간은 현재 120분에서 실시간으로 가능해지고 측정비용은 연간 132억 원가량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력은 아끼고 효율은 높이는 AI 펌프
원심펌프는 유체의 높은 압력이 필요한 현장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계적 장치다. 주로 발전 플랜트, 자동차·선박 도장, 석유화학 등의 산업 분야에서 사용된다. 소방펌프도 주펌프는 원심펌프다. 펌프는 수압을 통해 유체의 이동을 결정하는 핵심적 수단이지만 예측하지 못한 고장이 발생하면 설비 중단, 소방 실패 등의 경제적, 인적 손실이 크게 발생한다. 따라서 고장으로 인한 심각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펌프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상태 진단 기술이 필수다. 이 진단을 AI가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펌프케어’는 원심펌프의 핵심 부품인 임펠러 개발 전문 회사이다. 임펠러는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물을 위로 밀어 올리는 펌프 부품이다. 임펠러의 날개 길이에 따라 물이 도달하는 양정 높이가 달라진다. 임펠러 직경을 조절하면 유량과 양정, 전력을 모두 변화시킬 수 있다. AI는 가변 양정 임펠러 펌프 적용을 효율적으로 지원한다. 개발이 완료되면 펌프케어는 분석시간을 480분에서 3분으로 단축하고 연간 가변형 임펠러 펌프 전력 소비량을 약 10%인 6000만 원(4파이 기준) 절감할 수 있다. 또한 펌프장 1곳 기준 설치 및 운영 예산인 약 57억 원(2020년 기준)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용 대전시 전략사업추진실장은 “대전시가 2017년 환경부와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2018년에는 대전시 물순환 개선 조례가 제정·시행됐다”며 “과학기술의 메카 대전과 물종합 전문기관 K-water의 강점을 활용해 과학과 환경이 조화되는 디지털 기반 물순환 그린도시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AI 솔루션으로 고품질 수돗물 공급”

수요기업에 맞춤형 기술 개발

비용-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도
AI 지능형 밸브
누수 탐지 알고리즘 솔루션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누수 감시시스템은 계량기함 배관과 밸브에 센서를 부착해 급수관 이음부와 관 파손에 따른 누수 발생 시 센서 정보를 AI가 감지해 신호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 개발은 AI 전문 기업 ‘위플랫’이 진행하고 있다.

솔루션 개발 이전까지 누수 탐지는 사람이 했다. 전문가의 능력에 따라 누수 탐지 결과가 달랐지만 AI는 편차 없이 일정한 누수 탐지 성능을 보인다. 사람이 연 1회 정도 시행하던 누수 점검은 1일 1회 또는 상시 점검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한 누수 발생 후 복구까지의 소요시간도 감소하면서 연간 누수량도 절감된다. 능동적인 누수 감지로 누수가 조기에 발견되면서 매년 상수도 누수로 낭비되는 비용도 절감된다. 물 생산에 소비되는 전력을 낮춤으로써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AI 잔류염소 예측
상수도관망 잔류염소 예측 솔루션
AI 기반 플랫폼 전문기업 ‘에셈블’은 상수도 관망 잔류염소 예측 알고리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AI·빅데이터 기반 핵심 기술을 활용해 상수도 관로의 잔류염소를 예측한다. 잔류염소가 저하될 것이 예측되는 지역은 수요 기업인 워터제네시스가 개발하는 재소독 장치를 설치해 일정 농도의 잔류염소 수치를 유지할 수 있다.

AI 융합 염소투입기가 개발되면 매년 염소투입기 200∼300대 판매로 연간 10억∼15억 원의 신규 매출을 창출하고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을 개척해 부가적 매출이 발생한다. 또한 160개 지방자치단체가 잔류염소 농도를 적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관말에서 배수시키는 수돗물 절약에 따른 인건비와 예산 절감 효과(매년 약 132억 원 추정)에 수돗물 신뢰도가 향상돼 궁극적으로 국가 물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엄준영 워터제네시스 대표이사는 “2022년 세계 최초로 AI 기반 스마트 정수장 자율운영체계 구축에 성공함으로써 물 산업 분야 사업 진출에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며 “AI 융합 지원 사업을 통해 개발되는 솔루션이 고품질의 수돗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AI 유량 탐지
펌프 개별 유량 운전 효율 개선 솔루션
필드솔루션은 수요 기업인 펌프케어와 ‘AI 기반 펌프조합 개별유량 운전 효율 개선’ 솔루션을 공동 개발한다. 필드솔루션은 에너지, 환경 분야 및 물류에 특화된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및 AI 전문 기업이다.

솔루션은 펌프 환경을 분석해 제조사에서 제작한 정격 양정과 유량 등이 현장 환경에 따라 변할 때, 임펠러에 의한 가변 양정과 가변 유량을 정확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설계된다. 또한 전문가에 의해 진행되는 성능 평가를 관리자들이 실시간으로 할 수 있게 함으로써, 펌프 성능의 이상 유무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게 된다.

현재는 전문 인력이 연 2회 펌프 유량을 수동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펌프 유량 제어가 불가능하다. 솔루션을 통해 AI가 정수장 내 펌프의 개별 유량을 검출하고, 펌프 효율 개선과 운전조건 예측을 통해 개별 펌프별 유량을 자동 조정한다면 연간 전력소비량의 약 10%인 3억 원(펌프장 1곳 기준)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