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과-금귤에… 5대 과일 수입액 60% 늘었다

세종=조응형 기자 , 김도형 기자

입력 2024-03-12 03:00 수정 2024-03-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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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과일값 뛰자 수입 수요 늘어
오렌지는 1년전보다 117% 급증… 수입가 낮추는 할당관세도 영향
사과 수입 현실화는 아직 먼 길… 병해충 등 위험분석 국가 없어


오렌지 가득 쌓인 대형마트 최근 국산 과일 가격이 치솟으면서 과일 수입이 급증한 가운데 1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일, 채소 코너에 수입 오렌지를 쌓아놓은 모습. 뉴시스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형마트 과일 코너. 1개에 1490원인 미국산 오렌지를 9개 사면 9990원으로 할인해 준다는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다. 10개 정도가 담긴 제주 하우스 밀감 한 통은 1만3990원이었다. 과일 코너를 찾은 손님 가운데 상당수는 밀감 대신 오렌지를 카트에 담았다.

가족들과 마트를 찾은 김창영 씨(46)는 “아이들에게 국산 과일을 먹이면 좋겠지만 사과나 귤이 워낙 비싸서 아예 수입 과일을 사겠다는 마음을 먹고 왔다”며 “요즘은 국산 사과 가격이 수입 망고와 비슷한 수준이라 당분간 수입 과일 위주로 장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과와 배 등 국산 과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지난달 주요 수입 과일의 수입량이 1년 전보다 40% 넘게 늘었다. 김 씨처럼 수입 과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그만큼 늘고 있는 것이다.

● 오렌지 수입 2배 넘게 늘어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대표적인 수입 과일로 꼽히는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 키위, 포도 등 5개 과일의 올 1월 수입액은 512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59.5% 늘어난 규모다. 이들 과일의 수입량 역시 2만8500만 t에서 4만1700t으로 46.3% 증가했다.

과일 수입은 지난해 국산 사과와 배 작황이 부진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가을철 이후부터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5개 과일의 수입액은 지난해 10월에는 1년 전보다 5.2% 감소했지만 11월 10.9% 늘어났고 12월에도 24.0% 증가했다.

특히 오렌지와 바나나의 수입 증가가 두드러졌다. 올 1월 오렌지 수입액은 1년 전보다 116.8% 증가했다. 사과와 배를 대체하는 과일로 국산 귤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자 오렌지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바나나 수입액도 전년보다 57.6% 늘었다.

과일 수입이 크게 늘어난 데는 정부가 수입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할당관세를 시행하는 등의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치솟는 과일 물가를 잡기 위해 1월 중순부터 오렌지와 바나나, 자몽, 파인애플 등 수입 과일 6종에 할당관세를 시행하고 있다. 오렌지의 경우 10%, 나머지 5개 품목은 0% 관세율을 적용한다.

● “여름까지 수입 과일 강세”
국산 과일값과 달리 주요 수입 과일 가격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aT에 따르면 이날 미국산 오렌지 가격은 10개 1만7208원으로 1년 전(1만7024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바나나 가격도 100g당 338원으로 1년 전(320원)보다 5%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국산 사과는 후지 상품 10개 기준 가격이 3만8원으로 1년 전(2만3063원)보다 30% 이상 높고 배도 신고 상품 10개가 4만2796원으로 1년 전(2만8523원)보다 50%가량 비싸다. 노호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예관측실장은 “국산 과일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자연스레 수입 과일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이라며 “수박 등의 여름 과일이 나올 때까지 당분간 식탁에서 수입 과일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검역 문제로 막혀 있는 사과 수입은 여전히 기약하기 힘든 상황이다. 과일을 수입하기 위해선 해당 과일이 수입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병해충 등에 대한 위험 분석이 선행돼야 하는데 사과의 경우 이 절차를 마친 나라가 한 곳도 없다.

일본은 1992년, 미국은 1993년에 처음으로 사과에 대한 위험분석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8단계에 이르는 분석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품목 특성과 수출국의 병해충 분포 상황, 상대 국가의 반응 속도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쳐 (사과 수입까지 걸리는) 소요 기간이 얼마나 될지 현재로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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