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소수점 매매 언제 할수있나요”… 규제에 발목잡힌 금융혁신
김형민 기자 , 이상환 기자
입력 2021-06-01 03:00 수정 2021-06-01 03:05
[디지털 금융 빅뱅 '협쟁의 시대'로]〈4〉혁신 못 따라가는 규제
핀테크 스타트업인 A사는 대형 증권사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국내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거래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3월 국회에서 열린 ‘커피 한 잔 값으로 1등 주식 골라 담기’ 토론회에서도 소수점 매매에 대한 증권사와 핀테크들의 요구가 컸다.
하지만 제도 개선이 미뤄지면서 A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는 언제쯤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소수점 매매에 긍정적이었지만 상법과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는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복잡해 허용이 쉽지 않다는 방침이다. A사 대표는 “당국의 방침에 사업 계획을 모두 수정해야 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이미 해외 주식에 대해서는 규제 샌드박스(규제 특례제도)로 소수점 매매를 허용해 놓고서는 국내 주식에 대해서는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디지털 금융혁신을 둘러싼 금융권의 협쟁(co-opetition·협력과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국내 금융규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에 발맞춰 과감하게 규제 빗장을 풀어야 혁신 서비스와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급결제 서비스를 개발한 핀테크 B사는 2019년 규제 샌드박스 심사에서 탈락했다. 금융당국은 ‘해당 서비스에 대한 내부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더 기다려 달라’는 내용만 전달했다. 2년이 지나 지난해 하반기(7∼12월) 규제 샌드박스에 재도전했지만 결과는 또 탈락이었다. 하지만 B사와 비슷한 서비스를 신청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는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됐다. B사 대표는 “규제 완화 혜택도 규모가 큰 기업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3월 현재 핀테크 분야의 글로벌 유니콘은 94개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핀테크 유니콘은 2018년 이후 지금까지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1곳뿐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역 간 경계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디지털이 접목된 첨단 금융 분야에서는 기존 규제의 틀로 해석할 수 없는 지점이 많아지고 있다”며 “과감히 규제 틀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핀테크산업협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부 전산망과 외부 전산망을 분리해야 하는 망분리 규제로 핀테크 업체당 평균 5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고 업무 생산성은 5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와 카카오페이도 망분리 규제 위반으로 올해 3월과 5월 각각 3720만 원과 6960만 원의 과태료를 받기도 했다.
전통 금융사들도 은산분리 규제에 가로 막혀 핀테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을 통해 금융사의 핀테크 투자를 일부분 허용했지만 행정지도 성격에 그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핀테크 육성 지원법’을 통해 핀테크 투자를 허용한다고 했지만 지난달에야 첫 회의를 여는 등 법 개정까지 요원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금융 규제 개혁을 위해서는 시행 가능한 서비스와 사업을 법에 열거한 현재의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가 기업들의 혁신 시도를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라며 “규제는 풀되 사후 처벌 강도를 높여 새로운 금융 서비스의 탄생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이상환 기자
핀테크 스타트업인 A사는 대형 증권사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국내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거래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3월 국회에서 열린 ‘커피 한 잔 값으로 1등 주식 골라 담기’ 토론회에서도 소수점 매매에 대한 증권사와 핀테크들의 요구가 컸다.
하지만 제도 개선이 미뤄지면서 A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는 언제쯤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소수점 매매에 긍정적이었지만 상법과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는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복잡해 허용이 쉽지 않다는 방침이다. A사 대표는 “당국의 방침에 사업 계획을 모두 수정해야 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이미 해외 주식에 대해서는 규제 샌드박스(규제 특례제도)로 소수점 매매를 허용해 놓고서는 국내 주식에 대해서는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디지털 금융혁신을 둘러싼 금융권의 협쟁(co-opetition·협력과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국내 금융규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에 발맞춰 과감하게 규제 빗장을 풀어야 혁신 서비스와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국내 핀테크 유니콘 3년째 1곳뿐
지급결제 서비스를 개발한 핀테크 B사는 2019년 규제 샌드박스 심사에서 탈락했다. 금융당국은 ‘해당 서비스에 대한 내부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더 기다려 달라’는 내용만 전달했다. 2년이 지나 지난해 하반기(7∼12월) 규제 샌드박스에 재도전했지만 결과는 또 탈락이었다. 하지만 B사와 비슷한 서비스를 신청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는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됐다. B사 대표는 “규제 완화 혜택도 규모가 큰 기업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3월 현재 핀테크 분야의 글로벌 유니콘은 94개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핀테크 유니콘은 2018년 이후 지금까지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1곳뿐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역 간 경계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디지털이 접목된 첨단 금융 분야에서는 기존 규제의 틀로 해석할 수 없는 지점이 많아지고 있다”며 “과감히 규제 틀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 할 수 있는 사업만 나열하는 ‘포지티브 규제’ 한계
핀테크산업협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부 전산망과 외부 전산망을 분리해야 하는 망분리 규제로 핀테크 업체당 평균 5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고 업무 생산성은 5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와 카카오페이도 망분리 규제 위반으로 올해 3월과 5월 각각 3720만 원과 6960만 원의 과태료를 받기도 했다.
전통 금융사들도 은산분리 규제에 가로 막혀 핀테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을 통해 금융사의 핀테크 투자를 일부분 허용했지만 행정지도 성격에 그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핀테크 육성 지원법’을 통해 핀테크 투자를 허용한다고 했지만 지난달에야 첫 회의를 여는 등 법 개정까지 요원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금융 규제 개혁을 위해서는 시행 가능한 서비스와 사업을 법에 열거한 현재의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가 기업들의 혁신 시도를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라며 “규제는 풀되 사후 처벌 강도를 높여 새로운 금융 서비스의 탄생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이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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