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으로 살 과자가 없다

동아일보

입력 2014-02-10 03:00 수정 2014-02-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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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롯데가 값 올리면 줄줄이… 원재료 인상률의 10배도

자칭 ‘과자 마니아‘인 주부 김수연 씨(40)는 얼마 전 과자를 끊기로 했다. 최근 농심 새우깡과 오리온 초코파이, 롯데제과 빼빼로, 해태제과 에이스 등 이른바 ‘국민 스낵’의 가격이 잇달아 오른 게 계기였다. 그는 “입이 심심할 때면 남는 동전을 모아서 부담 없이 과자를 사먹곤 했지만 이제는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사먹을 수 있는 과자가 얼마 안 되더라”며 “의견 교환이라도 한 듯 동시에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의 행태도 싫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식음료 가격 인상이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업체들은 원재료비 등 각종 비용 인상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소비자들과 소비자단체들은 △원재료비에 비해 과다한 가격 인상 폭과 △용량 늘리기를 핑계로 한 가격 상향 조정 △한 업체가 ‘간 보기’를 한 후 다른 업체들이 무더기로 가격을 인상하는 행태 등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과자 구입을 줄이는 등 ‘행동’에 들어갔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대표 아이스크림 제품인 월드콘과 설레임, 더블비얀코의 용량을 늘리면서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용량은 10% 내외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가격 인상 폭은 제품에 따라 20%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제과는 이미 지난해 10월 빼빼로와 가나초콜릿 등 9개 과자 가격을 평균 9.2% 올렸다. 이어 오리온과 해태제과가 지난해 12월 과자 가격을 11.9%, 8.7%씩 올리며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달에는 농심(새우깡 10% 등)과 크라운제과(빅파이 7.1% 등), 삼립식품(정통크림빵 12.5% 등)이 잇달아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음료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 코카콜라음료가 제품 가격을 6.5% 올렸고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등 14개 제품 가격을 6.5% 인상하기로 했다.

식음료업체들은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등이 상승해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렸다고 주장한다. 제과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주요 생활필수품 가격 인상을 과도하게 억제하는 바람에 당시 올리지 못했던 가격 상승분을 뒤늦게 반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들은 원재료비 상승에 비해 가격 인상 폭이 너무 크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오리온 초코파이의 경우 2011년보다 가격이 50% 올랐지만 이 기간 원재료 가격은 4.9% 오르는 데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한두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들이 곧이어 가격을 따라 올리는 행태도 빈축을 사고 있다.

김연화 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은 “식음료 업체들은 가격부터 올리기 전에 판관비와 물류비가 얼마나 늘었고 상승분을 얼마나 가격에 반영했는지 투명하게 밝혀 소비자들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 abc@donga.com·류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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