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전자제품인 시대 “무엇보다 표준화 시급”
동아경제
입력 2013-12-26 14:57 수정 2013-12-26 15:03
현대모비스 박병철 부장
“자동차도 이젠 전자제품인 시대가 됐다. 소프트웨어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자동차의 전장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각종 첨단 신기술을 적용한 스마트카는 물론 친환경차에 이르기까지 자동차는 이제 기계부품이 아닌 전자장치의 집합체가 되고 있다. 특히 미래형 자동차에 안전을 위한 각종 운전자 지원시스템이 속속 접목되면서 자동차의 전장화 및 복잡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 간 상호작용 증가와 복잡성은 안전에 대한 국제표준이 생겨나게 된 배경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는 각종 국제기술표준들에 적극 대응하며 기술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모비스 국제표준기술팀 박병철 팀장을 만나 최근 중요성이 높아진 국제기술표준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무한경쟁 체제에 들어선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 ‘ISO26262’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ISO26262는 무엇이고,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
“ISO26262는 자동차 기능 안전성 국제표준으로, 소프트웨어와 전자부품의 오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고 전장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11년 11월 제정했다.
자동차부품 전장화 및 복잡성이 가속화됨에 따라 전장부품의 안전도 평가가 업계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자동차 관련 법규 제정 시 제조물 책임법(PL)의 항목이 강화되면서 자동차 안전 관련 표준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완성차 입장에서는 제조물책임(PL) 소송 등에 대응하기 위해 시스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실제로 BMW, 다임러 등을 비롯한 유럽 완성차업체들은 지난 2011년부터 부품사 및 시스템업체에게 ISO26262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기능 안전이 검증되지 않으면 입찰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ISO26262는 현재 유럽에서 주도적으로 진행돼 확대 적용 중이며 북미, 일본, 국내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향후 1~2년 뒤에는 전 세계에 걸쳐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ISO26262 인증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를 테면 완성차업체가 ISO26262 인증획득을 필수요소로 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 부품업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ISO26262에 기반한 적용개발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다. 현대모비스도 실제로 2011년부터 주요 최신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제품 위주로 6개의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이미 4개에 대해선 인증을 획득했고 2014년 2개를 추가로 획득 예정이다.”
-그렇다면 현대모비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대응 중인지
“현대모비스는 ISO26262가 제정되기 1년 전인 2010년 11월부터 TFT를 구성해 대응해왔다. 초기에는 ISO26262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2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24명의 팀원들이 국제 표준 전반에 대한 업무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선제적 대응으로 현대모비스는 독일의 국제표준 인증기관인 TUV SUD로부터 2012년 LKAS(차선유지보조), SCC(차간거리제어)에 대해 ISO26262 인증을 획득했으며, 올해 9월과 11월에 ACU(에어백제어)와 SPAS(자동주차)에 대해서도 인증을 추가로 획득했다.
내년엔 2개 제품에 대해 추가로 인증을 얻을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LKAS, SCC에 이어 SPAS에 대해 ISO26262 인증을 획득함으로써 자율주행 핵심기술에 대한 기술역량을 확실하게 확보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들 6개 제품 외에도 개발품에 대해 개발역량 및 심사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 범위는 편의증진을 위한 멀티미디어 제품을 제외한 거의 전부문의 안전 관련 제품에 달한다.”
-현대모비스의 구체적인 성과는 무엇인가
“올해 10월에 기능안전(FSCP: Functional Safety Certification Program) 부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개인 자격증인 기능안전 전문가 레벨3를 TUV SUD로부터 획득한 직원을 배출했다. TUV SUD가 ISO26262 표준에 대한 개인 인증 자격을 내부가 아닌 외부 개발업체에 수여한 것은 이번이 유일하다.
이렇듯 현대모비스는 인증 획득을 위해 내외부적으로 역량을 결집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국내 중소 협력사들을 대상으로도 수차례 걸쳐 기능안전성 교육을 진행했다.”
-ISO26262의 향후 전개 방향은 어떤가
“ISO26262의 중요성은 날로 부각돼 국내 완성차업체는 물론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을 중심으로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실제로 BMW, 다임러, 폭스바겐 등을 비롯한 메이커들이 이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이를 토대로 2014년에는 ISO26262 기반의 부품을 적용한 신차가 출시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내재화된 역량을 기반으로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ISO26262 외에 현대모비스가 대응 중인 국제표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현대모비스는 ISO26262 외에도 오토사(Autosar), ASPICE 등을 착실히 준비 중이다. 오토사는 BMW, 다임러, 폭스바겐, 보쉬, 콘티넨탈 등 유럽 완성차 및 부품사 주도로 2003년에 제정된 자동차 전장품 소프트웨어 국제 표준 플랫폼이다. 자동차에 장착되는 전장품마다 각기 다른 소프트웨어 구조를 갖고 있어 발생할 수 있는 상호호환 및 연동성 저하, 개발기간 및 비용증가, 신뢰도 및 품질저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C의 윈도나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OS, 통신, 고장진단 등의 기본기능을 표준화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BMW 등 유럽 완성차업체에서 3세대 버전을 양산 중에 있으며, 부품사에서는 2011년에 개정된 4세대 버전 적용개발이 대세다. 현대모비스도 이에 발맞춰 4세대 버전을 제품에 적용해 개발 중에 있으며, 10개 제품에 대해 2014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ASPICE는 ISO15504 국제표준 소프트웨어 개발프로세스를 자동차 분야에 맞게 특화시킨 국제표준이다. 현대모비스는 2012년 초부터 ASPICE 대응을 준비 중이다.
-각각의 국제표준이 상호 연관이 있는지
“3대 국제표준들은 시스템의 복잡화에 따른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보면 된다. ISO 26262는 안전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시스템 등 전장부품 전체를 다룬다. 오토사와 A스파이스는 그 중에서도 자동차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표준이다. 일례로 오토사를 적용하면 ISO26262를 구현하기가 수월해진다. 오토사가 기본 사양은 아니지만 적용이 되면 ISO26262 개발이 훨씬 용이해진다. 오토사는 소프트웨어의 기능별 모듈화가 돼 있고, 모듈 간 간섭을 차단하는 등 안전 메카니즘이 내재돼 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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