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합의금=형사면책’ 월가 관행 더는 안통한다

동아일보

입력 2013-10-25 03:00 수정 2013-10-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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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합의금 130억달러 내겠다”
美 법무부, 불문율 깨고 형사기소


JP모건 사례는 거액의 합의금을 내는 대신 형사기소를 피해 가던 월가의 관행에도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월가의 수호신’으로 불리며 감독당국과 사법부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및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초 워싱턴으로 달려가 ‘합의금을 낼 테니 형사기소는 면해 달라’고 에릭 홀더 법무장관에게 매달렸다. 당초 30억 달러 이상 낼 수 없다고 버티던 다이먼 회장은 130억 달러까지 합의 금액을 올렸지만 홀더 장관은 다이먼 회장의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 캘리포니아 주 검찰은 JP모건을 형사기소한 상태. JP모건은 형이 확정되면 맞이할 무서운 후폭풍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판결을 근거로 주주와 투자자들이 막대한 금액의 집단소송에 들어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법무부 등의 주도로 출범한 ‘주택모기지증권(RMBS) 태스크포스’가 모기지 부실 관련 첫 민사소송을 제기한 JP모건에 대해 이런 원칙을 고수하자 다른 금융회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40여 년간 금융회사들은 민사소송 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하는 대신 형사기소를 피해 왔다. 증권위원회(SEC) 등 감독당국과 금융 관련 연방기구, 심지어 검찰에서도 이는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법원도 이런 합의문을 승인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카르텔’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2011년 11월 뉴욕남부지법의 판결이었다. SEC는 씨티그룹이 모기지 증권을 고객들에게 판매하면서 손해를 끼치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씨티 측과 맺은 합의안을 제출했지만 제드 라코프 판사는 이의 승인을 거부했다. 2억8500만 달러의 벌금을 내는 대신 혐의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담겼다.

라코프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양측의 합의문만으로는 씨티그룹이 불법을 저질렀는지 그렇지 않은지 재판부가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이는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공공의 이익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이 합의문은 항소법원에서도 기각됐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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