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 車-반도체 같은 ‘메이드 인 코리아’ 대표주자로

동아일보

입력 2013-07-23 03:00 수정 2013-07-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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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 병원인 예치과는 2005년 중국 상하이에 지점을 설립했다. 국내의 높은 규제를 피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의료 한류’의 첨병으로 기대를 모았다. 기회의 땅으로 알았던 중국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현지 제도와 고객 사정에 어두워 마케팅이 쉽지 않았다.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중국 병원을 따라갈 투자 여력도 없었다. 결국 2010년 손을 털고 중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450평 규모의 현지 병원과 인력은 고스란히 중국의 영리병원 사업자에게 넘어갔다.

글로벌 제조회사들이 1990년대 중국에 무턱대고 진출했다가 실패한 전철을 한국 병원들이 답습하고 있다. 중국 진출에 실패하고 국내로 ‘U턴’하는 병원이 늘어나면서 한국 병원들의 ‘차이나 드림’도 꺼져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 병원은 모두 31곳. 2010년 한해 7곳의 병원이 중국에 진출했지만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2곳, 4곳으로 감소했다. 현지 진출 병원 중 성공한 사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다는 게 의료계의 평가다.

중국 진출의 최대 장벽은 현지의 규제다. 중국 지방 성(省)들은 외국인이 의료법인을 세울 때 중국 자본과의 합작을 의무화하고 있다. 중국 자본의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병원 광고나 환자 유치에 대한 규제도 많다. 최근에는 중국 현지 병원들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한국에서 의사를 수입하던 중국 병원들이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외국 병원에 맞먹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산업을 공공 의료서비스와 내수 업종으로 보는 국내의 인식과 규제도 의료산업이 ‘달러 박스’가 되지 못하는 이유다. 현행 의료법상 국내 병원은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해외 현지 투자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울 수 없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막대한 자본력이 필요하지만 국내 자본의 투자를 받을 길이 막혀 있다. 해외 진출 병원이 대부분 중소형 병원인 이유다. 이왕준 한국의료수출협회장은 “병원의 글로벌화는 고부가가치 지식 서비스의 수출로 봐야 한다”며 “대규모의 자본력을 갖춘 국내 비영리 의료법인이 해외투자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의료수출 특별법이라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 검진센터를 구축하고 환자를 국내 병원으로 데려와 치료하는 식의 절충형 모델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세브란스병원은 중국 장쑤 성 이싱 시에 2014년 검진센터를 연다. 이 병원 관계자는 “현지 법인이 5년간 브랜드 사용료 500만 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라며 “현지 검진센터 매출액 일부와 국내로 환자를 데려오면서 생기는 추가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팀장 박용(경제부) parky@donga.com

▽팀원 문병기 장윤정 조은아(경제부)
염희진(소비자경제부)
유근형 이철호(교육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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