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아이스크림 도농공장 24시… “여름감기가 직업병”

동아일보

입력 2013-07-02 03:00 수정 2013-07-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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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6일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빙그레 아이스크림 도농공장 안은 예상과 달리 후텁지근했다. 공장 내부는 각종 불량품 검출기와 컨베이어벨트 등이 뿜어내는 열기 때문에 일반 사무실보다 더운 듯했다. 사무실은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에어컨도 작동되지 않았다.

5∼8월은 아이스크림 공장이 연중 유일하게 24시간 ‘풀가동’되는 시기다. 하루 두 번 기계가 잠깐 멈추는데 그때가 직원들의 식사 시간이다. 이 기간에 하루 2교대로 근무하는 직원들은 쉬지 않고 돌아가는 기계 탓에 휴일을 못 챙길 때가 많다. 총 6개의 라인에서는 빙그레의 대표 빙과제품인 ‘더위사냥’ ‘비비빅’ ‘메로나’ ‘투게더’ 등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박스 안에 수북이 쌓여 있는 완제품을 꺼내 먹고 싶었다. 하지만 위생 규정상 공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은 금지된다. 각종 균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공장 내부는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별도의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기자는 몇 차례 소독 과정을 거친 후 공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 5∼8월 아이스크림 공장 24시간 풀가동

빙그레는 도농공장을 비롯해 경기 광주, 충남 논산, 경남 김해 등 4곳에 제조공장을 두고 있다. 그중 도농공장은 1967년 빙그레 설립과 함께 세워져 ‘모(母)공장’으로 불린다. 유제품, 발효유 등 전체 제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아이스크림 생산량만 매년 3700만 박스에 달한다.

유독 더웠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농공장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예년만큼 덥고 습하다는 기상예보가 잇따르며 전국에서 아이스크림 주문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전국 공장의 모든 라인을 풀가동해도 모자랄 만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임택 도농공장 생산2팀장은 “하루 종일 기계를 돌려도 도농공장 한곳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량은 8만 박스인데 요즘 같은 때에는 하루 주문이 20만 박스를 웃돈다”며 “창고에 보관된 비축분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빙그레의 경우 2000년대 후반부터 대부분의 생산 공정은 기계로 이뤄지고 있다. 사람의 역할은 기계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불량품은 없는지를 감시하고 확인하는 일이다. 그 덕분에 공장 직원 수도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그 대신 불량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점점 까다로워지며 빙그레는 불량품 검출 기계를 새로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07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금속 검출기, X선 선별기, 중량 검사기 등이다. 이 기계들은 금속이나 이물질이 검출되거나 제품이 기준 용량에 미치지 못하면 자동으로 빨간불이 켜진다. 오임택 생산2팀장은 “전 작업 기계화로 불량률은 현저히 떨어졌는데 이상하게 클레임 수는 늘었다”며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그만두는 직원이 많아지며 요즘 아이스크림 공장은 인력을 구하는 게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 한여름 추위와 싸우는 사람들

아이스크림은 크게 나무스틱으로 된 바(bar) 제품과 종이나 콘에 담긴 기타 제품으로 나뉜다. 원유 분유 향료 등으로 이뤄진 원재료는 슬러시 기계 안에서 반(半)얼음 형태가 되는데 이를 ‘믹스’라고 부른다. 믹스는 영하 4∼5도인 몰드(거푸집)에 담기고, 영하 29도의 찬물이 몰드 외부를 시원하게 만들면 제품이 얼게 된다. 이것이 포장지에 쌓인 후 박스에 담기면 1차 완제품이 된다. 아직 겉모습만 얼었을 뿐 속까지 꽁꽁 언 상태는 아니다.

속까지 꽁꽁 언 ‘진짜’ 아이스크림이 되려면 영하 35.9도인 냉동창고에서 한 시간 동안 머물러야 한다. 16개의 커다란 팬 위에 담긴 1차 완제품 상자들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보관창고로 향한다. 냉동창고와 보관창고는 공장에서 유일하게 연중 영하의 온도를 유지하는 곳이다.

극한의 추위 탓에 사람이 거의 머물지 않는 냉동창고와 달리 보관창고에는 털모자와 두꺼운 점퍼, 털신으로 무장한 직원들이 분주하게 제품을 옮기고 있었다. 반팔 차림으로 5분 정도 창고에 있으니 뼛속까지 시려오는 느낌이었다. 오 생산2팀장은 “여기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무더운 여름에도 빼앗긴 체온을 회복하기 위해 히터와 전기장판이 갖춰진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말했다. 무더위에도 추위와 싸우는 이색 직종인 셈이다.

남양주=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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