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석동빈 기자의 DRIVEN]BMW 525d xDrive 투어링

짐차가 아닙니다… 라이프 스타일 즐기는 트렌드 리더!

내 이름은 BMW ‘525d xDrive 투어링’입니다.

이름이 생소하고 복잡하다고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모델이니까요. 생긴 모양도 기존에 알던 BMW의 날렵하고 다이내믹한 스타일이 아닐 겁니다. ‘아니 뭐 이런 차가 다 있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알고 보면 나는 꽤 괜찮은 놈입니다.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제법 많이 팔린답니다. 타면 탈수록 느껴지는 매력이 있으니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는 마세요. 자 그럼 이제 제 소개를 시작해볼까요.


○ 나는 짐차가 아니라 트렌드 리더예요

먼저 이름 제일 앞에 있는 525d는 5시리즈에 2.5L급 출력 수준의 디젤 엔진이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실 엔진은 2.0L급 4기통입니다. 과거에는 ‘525’라고 하면 5시리즈에 2.5L급 엔진이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뒤의 두 자리 숫자가 그대로 배기량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숫자가 높을수록 힘센 엔진이 들어간 ‘출력 등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과거 6기통 2.5L급의 힘을 낸다고 이해하면 편합니다.

‘xDrive’는 아우디의 ‘콰트로’처럼 BMW만의 항시 4륜구동 시스템의 이름입니다. 과거엔 4륜구동은 모델명 뒤에 그냥 ‘X’자만 붙였는데 얼마 전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이를 알리기 위해 브랜드로 만든 것이죠.

아! 지금부터가 문제입니다. ‘투어링’ 말이죠. 이건 사실 왜건인데 그냥 왜건으로 쓰면 좀 투박해보여서 장거리 여행용이라는 의미의 투어링으로 개명을 했습니다. 두세 달 정도는 집을 떠나 여행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적재공간이 엄청나답니다. 그러면 짐차가 아니냐고요? 그래서 제가 슬픈 겁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저를 짐차로 보는 사람은 없답니다. 유독 한국에서만 설움을 받고 있어요.


○ 다재다능함에 반해보세요

자, 보세요. 당신은 BMW 세단의 편안함과 스포티한 성능을 누리고 싶습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3’와 ‘X5’ 같은 형제 차들이 있지만 사실 차체가 높아서 흔들림이 있기 때문에 BMW만의 절묘한 운전 성능을 느끼기 쉽지 않고 뒷좌석 승차감도 세단보다 훨씬 떨어진답니다. 또 트렁크 위치가 높아서 짐을 싣기도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어떨까요. 앞모습은 완벽한 5시리즈 아닌가요. 운전을 해보면 5시리즈만의 스포티한 운전감성이 그대로 드러난답니다. 레포츠를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상상해보세요. 편리하게 스노보드나 스키, 자전거, 낚시도구를 실은 뒤 5시리즈만의 짜릿한 운전 재미를 느끼며 목적지까지 달려갈 수 있어요. 도착해서는 뒤의 테일 게이트만 열면 준비해온 장비들을 간단히 꺼내서 당신만의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답니다. 적재공간의 높이도 SUV보다 낮아서 짐을 꺼내기도 쉽거든요. 작은 물건은 뒷유리만 따로 열리니 더 편리하게 넣을 수 있어요. 게다가 테일 게이트는 버튼하나로 작동된답니다.

고소득 자영업자라고요? 필요에 따라 상품을 잔뜩 싣고 비즈니스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겠죠. 가족용과 비즈니스용 차를 따로 두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저는 당신에게 최고의 만족을 드릴 수 있습니다. SUV보다 안락한 뒷좌석에 가족들이 좋아할 거예요.

적재공간 얘기를 좀 더 해보죠. 기본 트렁크 용량은 560L지만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670L까지 확장되고 그물망으로 적재물의 움직임 또한 막을 수 있습니다. 직접 넣어봤더니 대형승용차 타이어 8개가 한꺼번에 들어갔어요. 심지어는 캠핑카로도 활용 가능해요. 성인 2명이 누워서 잘 수도 있답니다. 파노라마 선루프를 통해 보이는 별빛을 감상하면서 말이죠. 연인들이라면 아마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시간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 험험＾＾;

한 가지 잊을 뻔했네요. 저는 항시 4륜구동이어서 눈길 빗길이 무섭지 않답니다. X3, X5 형제들의 장점을 고스란히 누릴 수가 있죠. 타이어는 여름용이 처음에 장착돼서 나가기 때문에 겨울에는 사계절용이나 스노타이어로 바꿔야 4륜구동 성능이 제대로 나옵니다. 아시잖아요. 아무리 4륜구동이라도 타이어가 여름용이라면 브레이크를 밟을 때나 커브길에서는 허무하게 미끄러지는 것을요.


○ 경제성도 둘째가라면 서러워요

제가 직접 서울 시내 도로를 달려봤는데요. 출퇴근 교통정체만 아니라면 L당 12km 주행이 가능했어요. 고속도로를 규정속도로 달리면 L당 16km가 나오더군요. 구동계에 저항으로 작용하는 4륜구동에다 1.8t에 이르는 몸집을 감안하면 저는 아주 적게 먹는 편이랍니다. 시내와 고속 주행을 합친 공인 연료소비효율은 L당 14.7km예요. 서울 시내와 고속도로를 반반씩 운행하면 정말 저 연비가 나와요.

너무 제 자랑이 너무 많았나요. 이젠 몇 가지 단점도 얘기를 해야 할 순서네요. 전 솔직한 편이거든요. 일단 전 4기통 디젤엔진이라 소음과 진동은 가솔린 6기통에 비해서는 좀 있는 편입니다. 6기통이었다면 훨씬 줄일 수 있었겠지만 기통이 늘어나면 연비를 높일 수가 없거든요. 그래도 힘은 218마력으로 뛰어나요. 트렁크에 짐을 싣고 다녀도 부족하다고 느낄 일은 없을 거예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도 7.3초 만에 해내는걸요.

또 하나 말씀드리자면 4륜구동이어서 회전 반경이 후륜구동인 일반 5시리즈보다 커요. 유턴이나 좁은 골목길에서 약간 불편하답니다. 핸들링은 안정적이긴 하지만 날카롭진 않습니다. 모든 4륜구동 승용차의 한계이기도 하죠.

뒷공간이 트렁크까지 뻥 뚫려 있어서 실내가 세단형보다 약간 울리는 단점도 있긴 해요. 뒷타이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미세하게 느껴지고요. 그렇다고 크게 신경 쓰일 수준은 아니에요.

하지만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은 사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일 거예요. 7000만 원이 넘는 가격인데 친구로부터 “너 왜 짐차를 샀어. 형편이 어렵냐” 이런 소리를 들으면 ‘멘붕’ 상태에 빠질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친구는 정말 세상을 편협하게 보는 사람이니 상대하지 마세요.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로운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당신이라면 저에 대해 너무 만족하실 거예요.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