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車 제값에 사면 바보?… 10% 할인 다반사

동아일보

입력 2012-07-11 03:00 수정 2012-07-1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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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A 관세인하 효과 - 업체 무한경쟁 영향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폴크스바겐 전시장. 영업사원들은 평일 낮인데도 매장을 찾은 고객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한 영업사원에게 이 브랜드의 준중형차 ‘골프 2.0 TDI’의 판매조건을 묻자 “공식 가격에서 9∼10%를 할인해 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달까지 이 차의 공식 가격은 3340만 원. 이달 1일에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2차 관세 인하에 따라 3310만 원으로 종전보다 30만 원 인하했다. 이 차가 최초 출시된 2009년(3390만 원)에 비하면 80만 원이 내린 것. 딜러가 제시한 할인조건을 적용하면 실제 구매 가격은 2979만∼3012만 원으로 떨어져 현대자동차 ‘쏘나타’ 상위 모델과 가격대가 겹친다.

수입차 실제 판매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FTA를 통한 관세 인하 혜택과 더불어 업체 간 경쟁 심화로 딜러들이 자체적인 추가 할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수입차업계는 이 같은 가격 하락세를 수입차의 대중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과도기적 현상으로 본다. 이런 요인들 덕분에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 FTA와 경쟁심화로 가격 ‘뚝’

올 상반기(1∼6월) 수입차 판매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늘어난 6만2239대. 시장이 커지며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등 자동차 수입사들이 FTA를 통한 관세 인하분을 신차 가격에 반영해 딜러(판매)사에 차를 공급하고, 딜러사들은 낮아진 차 가격에다 자신들의 추가 할인을 더해 판매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1일 한-EU FTA 발효로 유럽산 수입차 관세는 기존 8%에서 5.6%로 인하됐다. FTA를 통한 관세 인하는 매년 단계적으로 적용돼 이달부터는 3.2%로 낮아졌다. 내년에는 1.6%, 2014년 7월 1일부터는 무관세가 된다. 관세가 2.4%포인트 낮아지면 유럽산 수입차 가격은 1.4∼1.5%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수입차 가격의 빠른 하락세는 올 초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원래 6570만 원이던 벤츠의 ‘E200 CGI 아방가르드’ 가격은 지난달 FTA 2차 관세인하분이 반영되며 6470만 원으로 100만 원 낮아졌다. 한 벤츠 딜러는 “현금 구입 시 5%까지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BMW의 ‘528i’는 6840만 원에서 이달 초 6740만 원으로 내렸다. 일부 딜러는 이 차를 구입할 때 350만 원을 추가 할인해 준다. 아우디 ‘A6 2.0 TFSI’도 5900만 원에서 5820만 원으로 인하됐다. 역시 딜러에 따라 6∼7% 할인을 더 받을 수 있다.

자체 금융회사를 보유한 대형 수입차업체일수록 가격 인하 여력이 더욱 크다. 할부 구입 시 발생하는 이자의 일부를 신차 구입 시 미리 깎아주는 방식을 통해서다.


○ 중고차업계는 전전긍긍

수입차 가격 인하는 새 차 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중고차업계에는 단기적으로 악재다.

같은 날 찾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수입 중고차단지 오토갤러리. 분주한 수입차 전시장과는 다르게 이곳은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중고차업체 ‘블루모터스’의 한 직원은 “여름 휴가철로 인해 4∼8월은 전통적인 수입 중고차 성수기였는데 최근 차 수요가 실종됐다”며 “수입차 할인 폭이 커지며 새 차와 중고차의 가격차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근 ‘NK모터스’의 한 직원도 “일부 모델은 신차를 15%까지 할인해 준다”며 “중고차가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격 인하에 앞서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단기간에 시세가 떨어져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지난해 초 수입차를 산 회사원 유모 씨(35·서울 강남구 논현동)는 “비슷한 중고차 시세를 알아보니 1년여 만에 신차 가격 대비 30% 넘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중고차업체인 SK엔카 임민경 팀장은 “업체들의 가격 인하는 중고차 시세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최근 1∼2년 사이 구입한 차량의 가치 하락이 두드러지는 추세여서 최근 신차를 구매한 고객은 처분 시기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하여라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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