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소아의 얼굴외상 치료, 치과와 협진해야

김영호 아주대치과병원 원장

입력 2023-09-14 03:00 수정 2023-09-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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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아주대치과병원 원장

김영호 아주대치과병원 원장

추석이 다가오면 늘 생각나는 아이가 있다. 다섯 살 여자아이가 추석 전 수확을 준비하던 아빠가 몰던 경운기 바퀴에 왼쪽 얼굴과 어깨가 깔렸다. 일을 마치고 집 앞마당에 경운기를 세우던 아빠의 뒷모습을 보고 종종걸음으로 다가가던 중 미처 딸아이를 보지 못한 아빠가 경운기를 후진하면서 생긴 사고다.

아이는 응급실에 실려 왔고 다행히 여러 분야 전문의들이 외상 부위를 긴급 수술해 목숨을 건졌다. 또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위아래 턱을 치과 치료를 통해 교합을 맞추고, 깨지거나 상한 치아를 치료해 구강 내 감염을 최소화했다.

의료진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왼쪽 얼굴과 턱, 어깨의 변형된 모습은 평생의 상처로 남게 됐다. 아이가 성장하며 달라진 얼굴로 인한 자존감의 손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보통’의 얼굴을 ‘더 잘생긴’ 얼굴로 바꾸기를 바라지만, 얼굴 외상을 가진 아이들은 ‘보통 이하’의 얼굴에서 ‘보통’의 얼굴이 되기를 갈망한다.

흔히 보는 모습과 달라 교실에서 눈에 띄거나 거리를 걷다가 주위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대상이 되지 않도록, 그저 남들과 비슷한 모습을 갖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또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평범한 얼굴’은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받은 귀한 축복이다.

특히 얼굴 외상을 가진 중증 소아 환자의 치료는 성인의 경우보다 더 힘들다. 그 이유는 성인은 얼굴이 다 자란 상태이지만 아이들은 얼굴이 계속 성장하므로 외상에 의하여 일그러진 모습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증 얼굴 외상 소아 환자의 일상적인 복귀를 위해 종합병원의 다양한 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치과 치료는 성장 과정 동안 저작 기능과 심미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필수적이며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종합병원에서 이러한 치과 문제에 대해 간과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따라서 얼굴 외상을 포함해 어린 생명과 연관된 치과 치료 체계는 대형병원에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며 신중한 구성과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이러한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여러 과가 모이는 다학제 진료에 처음부터 치과의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 중증 소아 환자 중 얼굴 외상 소아 환자의 치과 치료는 ‘생명’을 구하는 것과 함께 학창 시절에 ‘건강한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김영호 아주대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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