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실패로 회사의 존망을 위태롭게한 콘솔 게임기들[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입력 2023-06-01 11:00 수정 2023-08-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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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게임 산업에서 콘솔 게임이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납니다. 2022년 전 세계 약 2천억 달러(한화 약 264조 4,000억 원)로 성장한 게임 산업에서 콘솔 게임은 약 730억 달러(한화 96조 5,133억)의 규모로 전체 게임 시장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수많은 기업이 경쟁을 펼치는 다른 시장들과 달리 이 콘솔 시장은, 대기업이 출시한 콘솔 게임기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XBOX.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 그리고 닌텐도의 ‘스위치’, ‘Wii’ 등이 대표적인 콘솔 게임기죠. 이 세 기업은 무려 15년 동안 새로운 넘버링 제품이나 신작 게임기를 주기적으로 선보이고 있는데요, 이 콘솔 게임기들은 서로의 판매량은 다를 수 있어도 실패는 없었고, 실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96조 원에 달하는 이 매력적인 시장을 왜 다른 기업들은 탐내지 않는 것일까요? 물론, 많은 기업이 이 콘솔 시장을 정말로 원했습니다. 과거를 살펴보면 정말 많은 기업이 콘솔 게임기 혹은 게임 기기를 선보였고,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한해에 나오는 게임과 게임기가 비슷하게 난립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콘솔 기기가 실패했을 때 받는 타격은 실로 엄청나, 회사의 부도로 이어진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라 실패하면 그냥 시장에서 사라져버리는 엄청난 리스크의 사업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실패 한 번으로 기업이 휘청할 정도로 엄청난 효과(?)를 보여준 실패 콘솔 게임기는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요?

차별화를 꾀하다 사용자도 차별화를 해버린 전설의 게임기 3DO
3DO는 굉장히 독특한 게임기였습니다. 일렉트로닉 아츠(EA)를 창립한 트립 홉킨스가 1990년 설립한 3DO 컴퍼니에서 개발한 콘솔 게임기인 3DO는 일정 규격을 제공하고, 라이선스 비용을 내면 어떤 회사에서도 자유롭게 출시할 수 있는 독특한 판매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덕분에 수많은 기업이 3DO를 출시했고, 한국에서도 금성사(현 LG)가 이 게임기를 출시한 적이 있었죠.

3DO는 굉장히 도발적인 마케팅도 진행했는데요. 당시 세계 게임시장을 주름잡던 세가의 메가드라이브(미국명 제네시스), 닌텐도의 NES(슈퍼 닌텐도)를 “게임기도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내세우면서 출시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993년 발매된 3DO는 타임지 선정 ‘1993년 올해의 제품’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실상은 아주 처참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었는데요, 1993년 당시 3DO의 가격은 무려 699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는 당시 환율로 한화 150만 원을 호가하는 수준이었죠.

여기에 3DO는 기존 게임기와 차별화를 둔 성능도 그다지 좋지도 않았습니다. 강력한 동영상 재생 기능, CD를 활용하면서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했지만 출시된 게임 수가 상당히 적었습니다. 실제로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품질의 완성도는 비슷한 수준이었으니까요.

설상가상으로, 3DO의 발매 1년 후인 1994년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출시했고, 타이틀의 수와 게임 트랜드에서도 밀리면서 그냥 비싸기만 한 제품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전 세계에 200만 대가 팔리기도 했지만, 각 지역의 게임사들의 실적일 뿐 3DO 컴퍼니의 수익으로는 이어지지 못해 결국 폐업하고 말았죠. EA의 창업자로 명성을 높인 트립 홉킨스는 이 실패 이후 이곳저곳으로 이적했지만, 결국 다시는 예전의 명성을 찾지 못했습니다.

세가의 30년 꿈을 접어버린 ‘드림캐스트’
세가만큼 콘솔 게임 시장에서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 회사도 드뭅니다. 한때 메가 드라이브로 전 세계를 호령했지만, 세가 세턴의 부진과 ‘32X’와 같은 각종 기형적인 보조 기기까지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많은 흑역사를 기록했죠.

이 세가의 콘솔 도전의 종지부를 찍은 작품이 바로 ‘드림캐스트’였습니다. 1998년 출시된 ‘드림캐스트’는 사실 망했다고 평가하기는 조금 애매한 콘솔 기기입니다. 전 세계 91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젯셋라디오’, ‘크레이지택시’ 같은 명작 게임도 상당수 존재했을 만큼 두드러진 성과를 냈습니다.

문제는 라이벌이 너무나 강력하다는 것이었죠. 다름 아닌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PS2)였으니까요. 98년 출시된 ‘드림캐스트’는 차근차근 콘솔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었는데, 이를 지켜본 소니는 1년 후인 99년 ‘PS2’를 발표합니다.

물론, 이 발표는 ‘실시간 리얼타임 영상’이니 ‘100만 폴리곤’이니 ‘블러핑’이 많이 섞여 있었지만, 이 발표 이후 대중의 관심은 ‘PS2’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드림캐스트’의 판매량은 급감하게 됩니다.(PS2는 1억 5천 5만 대 판매로 세계 기네스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1999년 당시 무려 70억 엔(약 7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개발비를 투입한 ‘쉔무’가 50만 장 판매에 그치면서 ‘드림캐스트’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게 됩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회사 자금을 콘솔 게임기 사업에 퍼붓던 세가는 더 이상 손해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2001년 출시 3년 만에 드림캐스트 단종과 함께 게임기 사업의 철수를 선언하게 되었고, 30년에 걸친 세가의 콘솔 게임기의 꿈을 영원히 접게 되었습니다.

연 매출 9천억 회사를 한방에 나락 보낸 ‘uDraw’
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THQ’라는 게임사를 기억할 겁니다. ‘THQ’는 RTS 장르의 획을 그은 ‘컴퍼니오브히어로즈’를 시작으로, ‘레드 플래닛’, ‘세인츠로우’, ‘워해머 던오브워’ 시리즈 등 굵직한 히트 타이틀을 다수 보유하고 있던 회사였는데요. 전세계 15개 이상의 게임 스튜디오를 지니고 있었고, 연 매출 8억 달러(한화 9,240억 원) 이상을 기록하던 상당한 규모의 게임사였습니다.

이 ‘THQ’는 200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는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야심 차게 출시한 콘솔 기기가 있었으니 바로 ‘uDraw’였습니다. 2010년 닌텐도 Wii 버전으로 처음 출시된 ‘uDraw’는 일종의 게임 기기였습니다.

2010년 닌텐도 Wii 버전으로 처음 출시된 ‘uDraw’는 그림을 그리는 테블릿과 게임 조작을 동시에 지원하는 게임 컨트롤러였습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리는 시대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시도였죠.
아동과 저학년 게이머를 타겟으로 한 ‘uDraw’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닌텐도 Wii 버전이 무려 100만 대가 팔려나갔습니다. 이 성과는 THQ의 고위진들을 고무시켰고, 곧바로 PS3, Xbox360 버전으로 출시하여 수백만 대의 물량을 찍어냈습니다.

하지만 ‘uDraw’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전용 타이틀이 아니면 이 그림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이 때문에 전용 게임이 3개 게임기 합쳐 10개도 안 될 정도로 게임사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uDraw’는 무려 140만 대의 재고가 쌓이게 되면서 덤핑 할인 등 재고 떨이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실패. THQ의 재앙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형 사업 실패로 자금이 떨어진 THQ는 프렌차이즈 게임의 판권과 스튜디오를 외부에 매각하면서 어떻게든 상장폐지는 막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2013년 1월 3일 나스닥에 상장 폐지되며, 20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습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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