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부터 핵융합 발전, 가능할까?[씨즈더퓨쳐]
신수빈 동아사이언스 기자 , 임서연 PD, 이다솔 PD, 정용환 인턴PD
입력 2023-05-29 12:00 수정 2023-05-29 12:00
‘핵융합’이 뭔지 설명하는 씨즈 유튜브 영상 썸네일. 영상은 맨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꿈의 에너지’라고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가 5년 뒤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마이크로소프트가 5년 뒤부터 핵융합으로 만든 전기를 사서 쓰겠다는 전기공급 계약을 맺었다.마이크로소프트에 전기를 공급할 곳은 미국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다. 5월 10일, 핵융합 발전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가 마이크로소프트와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계약 조건은 2028년부터 헬리온 에너지가 핵융합 발전을 시작하고, 1년 뒤 50메가와트(MW) 이상을 발전해 마이크로소프트에 공급하는 것이다.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헬리온 에너지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위약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전기를 만들어 내는 실증 시험까지 거친 핵융합 연구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대신 현실적인 목표 시기는 2040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핵융합 발전 연구는 크게 공공 개발과 민간 개발 둘로 나뉘는데 둘 중 핵융합 발전 목표 시기가 조금 더 빠른 민간 개발의 목표 시기가 2030년쯤이다. 다만 지난해 11월, 유럽 위원회가 낸 보고서에서는 이 시기를 시험 운영 목표로 하는 건 실패 위험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실패 위험이 중간 정도인 시기는 가장 빠른 것이 2036년, 가장 늦은 게 2050년이라고 분석했다.
핵융합 발전 방식마다 시험 운영 예측 시기가 다르다. 하지만 방식과 상관없이 항상 민간 기업(Private)의 예측 시기가 공공 주도 연구(Public) 예측 시기보다 빠르다. (자료 : 세계 핵융합 에너지 개발 예측 연구 보고서(2022), EU)
다만 민관 협력으로 더 빨리 핵융합 발전을 시작해 보자는 움직임도 있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서도 민간 개발과 공공 개발을 두 개의 축으로 두고 (1)공공이 선두, (2)민간이 선두, (3)민관협력, (4)핵융합은 어려울 것 이렇게 4가지 미래 예측 시나리오를 분석했고, 이중 민관협력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실제로 핵융합 발전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 말 기준, 전 세계에 35개 정도 기업이 핵융합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투자 규모도 6조 원 이상이다. 황용석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민간 기업이 주장하는 핵융합 발전 시작 시기는 굉장히 급진적이고 성공 확률이 낮다”라면서도 “스페이스X가 모두가 안 된다는 발사체 재활용을 해낸 뒤 패러다임이 바뀐 것처럼 스타트업들이 그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핵융합 발전 스타트업이 생겨나는 추세를 나타낸 그래프(자료 : The global fusion industry in 2022, Fusion Industry Association)
왜 핵융합 발전인가?
핵융합 반응은 태양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다. 수소 원자 두 개의 핵이 합쳐져 헬륨이 만들어지면서 우리가 활용하는 태양 빛과 열에너지가 나온다. 이처럼 서로 다른 원자의 핵이 합쳐지며 이전과 다른 원자가 되는 반응이 핵융합 반응이다. 이때 수소와 같은 일부 원자들은 핵융합 반응으로 새로 원자가 만들어졌을 때 이전에 따로 있던 원자핵 두 개를 합친 것보다 질량이 작아진다. 그럼 남는 질량만큼 에너지가 생긴다.이렇게 에너지를 얻는 방식의 효율이 높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방식을 전기 생산에 활용하려 한다. 원자력 발전과 화력 발전이 물을 가열해 나온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처럼 핵융합 반응에서 나온 에너지로 똑같이 물을 끓이고 터빈을 돌리는 식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실험실에서는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는 ‘중수소’와 리튬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삼중수소’를 활용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효율을 높이며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뜻에서 핵융합 에너지를 ‘꿈의 에너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반응을 지구에서 일으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통 원자의 핵은 서로 밀어내려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만큼 가까워지기가 어렵다. 태양은 지구보다 중력이 약 27배 높아 약 1500만℃ 정도에서도 핵융합이 일어나지만, 지구 중력 정도에선 1억℃가 넘어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있는 핵융합 연구로 KSTAR 플라스마 영상을 보는 씨즈팀. KSTAR는 자기장을 이용해 도넛 모양 장치 안에 1억℃ 플라스마를 30초 동안 유지할 수 있다. (출처 : 씨즈 유튜브 캡쳐)
되기만 된다면 ‘꿈의 에너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조건을 갖추기 위해 실험실에서는 다양한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주류 방식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과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쓰는 ‘자기장 가둠 방식’이다. 1억℃가 넘는 플라스마를 담을 그릇이 없기 때문에 이를 자기장으로 띄워 유지하는 ‘토카막’이라는 장치를 쓴다.한편 미국 국립점화시설 등은 ‘관성 가둠 방식’을 쓴다. 아주 작은 입자에 중수소, 삼중 수소 등을 넣고 강력한 레이저를 쏘면 내부가 고온, 고압 상태가 되는 원리를 이용하는 식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와 계약한 헬리온 에너지처럼 일부에서는 두 방법을 섞은 ‘FRC(Field Reversed Configuration)’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FRC 방식은 원통 모양 기계 양쪽에서 플라스마를 가열한 뒤 가운데 쪽으로 쏘아 플라스마를 압축하는 방식이다. 윤시우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부원장은 “태양의 중력을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에 따라 여러 방법이 있다”며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되기만 된다면 지금까지 나온 다른 에너지원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씨즈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상 링크 : https://youtu.be/pniqjZnuZAA
신수빈 동아사이언스 기자 soobin@donga.com
임서연 PD
이다솔 PD
정용환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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