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속한 T1 꺾고 LCK 정상 오른 쵸비 “치열하게 노력중…이제 태극마크 꿈꾼다” [강동웅의 ‘D 인터뷰’]

강동웅 기자

입력 2023-05-04 06:00 수정 2023-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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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성적 부진에 롤 포기 고심도
“롤 뺀 삶의 나머지 포기하며 노력”
미드 최정상 ‘페이커’ 존경하지만
“현 시점 실력은 내가 최고라 자부”
9월 항저우 아시아경기 예비명단 발탁
“롤 우승국 한국 되도록 힘 보태고파”


‘리그 오브 레전드’(롤) 선수 ‘쵸비’ 정지훈(22)의 소속 팀 젠지는 지난달 9일 열린 국내 최대 롤 대회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결승에서 ‘페이커’ 이상혁(27)이 이끄는 T1에 3-1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8월 열린 ‘2022 LCK 서머’에 이어 T1을 연속 두 차례 꺾고 2회 연속 정상에 오른 것이다.

‘쵸비’ 정지훈(젠지)이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젠지 e스포츠 사옥에서 LCK 우승 트로피에 팔을 얹은 채 미소짓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지훈은 2018년 프로 데뷔 이후 지난해 초까지 LCK 우승 없이 준우승만 5번 차지하는 데 그쳤다. e스포츠 전문 매체 ‘업커머’는 그에게 ‘무관의 괴물(The Uncrowned Monster)’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나마 2021년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LCK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2021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정지훈은 새 소속 팀 젠지에서 마침내 무관의 한을 풀었다.

정지훈은 젠지에서 ‘미드’를 맡고 있다. 롤은 톱, 정글, 미드, 원거리 딜러, 서포터 등 5개 포지션이 한 팀을 이뤄 상대 팀과 전투를 치르는 게임이다. 이 중 미드는 맵(map)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길을 담당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도가 높은 포지션으로 평가받는다. 경기 흐름 조율도 보통 미드가 맡는다.

국내 미드 최강자는 오랜 기간 최정상의 기량을 유지해 온 이상혁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지훈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이미 이상혁을 뛰어넘은 기록도 있다. 정지훈은 LCK 대회에 통산 100경기 이상 출전한 미드 가운데 경기당 평균 ‘솔로 킬(solo kill)’이 0.288회로 가장 많다. 아군 도움 없이 홀로 상대를 처치하는 솔로 킬이 많다는 건 그만큼 공격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거꾸로 자신이 상대 팀 선수에게 처치당한 데스(death)는 경기당 1.53회로 가장 적다.

‘쵸비’ 정지훈(젠지)이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젠지 e스포츠 사옥에서 팔짱을 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지훈이 이처럼 ‘괴물’같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건 폭발적인 성장 실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롤에서는 적군을 처치할 때마다 경험치와 골드를 얻는다. 이를 통해 자신의 레벨을 높이고, 전투에 유용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경험치와 골드를 짧은 시간 내에 많이 확보할수록 전투에서 유리해지는 셈이다. 정지훈의 경기 당 평균 레벨은 17.19로 리그 2위 수준이며, 분 당 획득 골드는 432로 1위다. 또 롤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인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이 6레벨이 됐을 때인데 정지훈이 상대 미드보다 6레벨에 먼저 도달한 횟수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부문 2위가 이상혁이다.

국내 대회 정상을 맛 본 정지훈은 이제 태극마크를 꿈꾼다. 정지훈은 지난달 21일 발표된 항저우 아시아경기 e스포츠 국가대표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롤을 비롯한 e스포츠가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 된 건 9월에 막을 올리는 이번 항저우 대회가 처음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최근 LCK 성적뿐 아니라 현재 영국 런던에서 진행 중인 롤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 결과 등을 지켜본 뒤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은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젠지 e스포츠 사옥에서 정지훈과 나눈 일문일답.


―항저우 아시아경기 대표 예비명단에 포함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국가대표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대표 예비 명단에 들어갈 정도로 내가 여태까지 열심히 잘해왔다는 뜻 같다. 롤을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명단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아시아경기 출전 가능성이 커졌는데 기대와 부담 중 무엇이 더 큰가.
“실력이 없는데 국가대표로 선발이 된다면 부담이 될 것이다. 이 말은 내가 내 실력에 자신감이 생긴다면 대표로 선발이 됐을 때 아무것도 걱정할 게 없다는 뜻이다. 국내에는 실력자가 많기 때문에 내 실력이 부족한데 내가 대표로 뽑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큰 대회를 앞두고 별다른 부담은 느껴지지 않는다. 실력을 갖추고, 이를 통해 대표에도 뽑힐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미드 포지션에는 ‘페이커’ 등 강력한 경쟁자가 많다.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어떤 각오를 품고 있나.
“물론 내가 대표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e스포츠 선수라는 내 본업의 본질은 태극마크와 상관없이 항상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잘하고 싶은 욕심을 내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 시도하는 것이다. 내가 잘하게 되면 태극마크도 나를 따라오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최종 명단에 뽑힌 게 아니기 때문에 아시아경기에 대한 의미부여를 하고 싶지는 않다. 선발 전까지 꾸준히 노력하고, 대표팀에 발탁이 된다면 대회가 끝나고 난 뒤 성과에 대한 영광을 누리고 싶다. 그게 내가 대회에 임할 때마다 생각하는 방식이다.”


―다른 미드 선수 중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경쟁자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쵸비’만의 장점은?
“나와 경쟁하는 미드 선수들은 내가 모두 존경할 만큼 능력이 있고 좋은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다. 정말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가장 잘하는 미드는 나라고 생각한다. 이 실력을 아시아경기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대표팀 발탁도) 가능할거라 생각한다.”


―최근 LCK 대회 성적이 좋았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을 것 같다.
“전보다 자신감이 커진 건 맞다. 하지만 성적이 좋아서 자신감이 생긴 것만은 아니다. 요즘 내 실력이 늘어난 걸 스스로 느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실력에 확신이 있다. 나는 디테일에 강점이 많은 선수였는데 이제는 경기의 큰 판을 보는 능력도 생겼다. 나무보다 숲을 보라고 하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그런 쪽으로 시야가 열린 것 같다.”


―어떻게 시야를 넓힐 수 있었나.
“아무래도 전에는 내가 할 걸 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전에는 100의 에너지를 써서 내 역할을 해냈다면 지금은 70만 써도 되니 남은 30의 에너지로 주변 상황을 둘러 볼 수 있게 됐다.”


―정신력도 점점 강해지는 것 같다.
“경기 중 데스를 하면 그 상황이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지기 때문에 관중의 함성 소리에 스스로 위축되곤 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 연연하지 않고 대신 이 한 번의 데스가 이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내가 데스한 사이 상대가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 냉철히 계산하는 데 집중하다보면 큰 대회에서도 흔들릴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변화의 계기가 있었다. 2022 LCK 서머 결승 당시 나는 ‘아지르’라는 챔피언을 쓰고 있었는데 상대 T1의 ‘페이커’ 이상혁과 ‘오너’ 문현준, ‘캐리아’ 류민석(이상 21)이 나를 협공해서 데스를 했다. 그 판에서 처음 한 데스였는데 이때 경기에 대한 분석에 집중한 덕분에 손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감정을 배제하고 이길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찾다보면 데스를 해도 일정 부분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걸 이때 깨달았다.”


―하루에 훈련은 얼마나 하나.
“보통 낮 12시 30분에 일어나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부터 일정을 시작한다. 보통 4시까지 게임 훈련을 하고 7시까지는 휴식을 취하거나 저녁도 챙겨 먹는다. 물론 중간에 방송이나 병원 등 일정이 있을 수도 있다. 7시부터는 10시까지 다시 훈련을 하고 한 끼를 더 먹는다. 이후 오전 2시까지 다시 게임 훈련을 하거나 방송을 한다. 오래할 때는 오전 4, 5시까지 훈련을 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 이런 생활을 이어오다보니 이제는 적응이 됐다. 밤과 낮이 바뀌는 일상도 지낼 만 하다.”


―경기 중 성장력이 굉장히 뛰어난데.
“나는 이게 스트레스를 통해 따라온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포지션간 라인전 단계에서는 내가 얻을 수 있는 자원이 한정돼 있다. 성장력이란 결국 그 자원을 얼마나 덜 놓치고 획득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그런데 내가 놓친 경험치나 골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걸 한 번 놓치면 내게 그만큼의 스트레스가 올텐데 이걸 해소하려면 다음 차례에는 절대로 그 자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내가 자원을 얻기 편한 위치에 항상 내 챔피언을 놓으려고 한다. 그 위치는 반드시 상대가 자원을 얻기에는 불편한 위치여야 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성장력이 늘어났다고 본다.”


―솔로 킬에도 능하다.
“내가 상대 미드와 성장 차이를 벌릴수록 상대는 자신이 불리하다는 걸 알게 된다. 이때 같은 조건에서 맞붙으면 내가 반드시 이길 수 있다. 따라서 상대는 변수를 만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이 솔로 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상대가 변수를 만들지 않고 손해를 감수하면 성장의 차이는 계속 벌어지니 역시 내가 솔로 킬을 하기에 유리한 상황이 된다.”


―가장 선호하는 챔피언이 있나.
“여러 챔피언을 좋아하지만 지금 가장 좋아하는 챔피언을 고르라면 아리다. 아리는 다재다능하기도 하고, 숙련도에 따라 성능 차이가 크다. 나는 아리를 가장 잘 다루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아리는 라인전에도 무난하고, 성장도 잘하는 챔피언이다. 아리가 가진 ‘매혹’이라는 스킬의 중요도도 높다. 매혹을 걸면 상대가 그 순간 동료 팀원들에게 협공을 당하게 만들 수도 있다. 1대1 대치 상황에서는 상대가 나를 공격하지 못하고, 나만 공격한 뒤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유용한 챔피언이다. 아리의 데미지가 약한 건 아쉬운 점이다.”


―‘쵸비’가 롤을 처음 시작한 건 언제였나.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친구가 집에 놀러와서 내 컴퓨터에 롤을 설치하고 게임을 했다. 그때는 구경만 하다가 친구가 집에 돌아간 뒤에 나 혼자서 몇 번 게임을 해봤다. 평소 내가 했던 게임은 1인칭 시점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3인칭 시점의 롤이 너무 어색했다.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계속 지기만 했고, 그러니 재미도 없었다. 그때 닌자 설정의 ‘쉔’이라는 챔피언이 민첩할 것 같아 써봤는데, 실제로 써보니 ‘닌자 아닌 거북이’처럼 답답하더라. 그러고서는 한동안 롤을 하지 않았다.”


―롤에 대한 첫 인상이 좋지 않았는데 어떻게 선수의 길을 걷게 된 건가.
“중학교 2학년쯤 롤이 한창 유행이었다. 학교 친구들이 하니 나도 따라서 다시 롤을 해보게 됐다. 자꾸 하다보니 점점 잘하게 되더라. 사람이 성장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지 않나. 학창 시절에는 성취감을 느끼는 분야가 보통 공부인데, 공부로 성취를 느끼려면 나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더라. 근데 롤은 내가 재능이 있어서였는지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바로 따라왔다. 비교적 어린 나이인 중3 때 최상위 티어인 ‘챌린저’에 들면서 내 롤 실력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모의 반대는 없었나.
“게임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좋지 않을 때라 당연히 반대하셨다. 그때 일곱 살 터울의 친형이 부모님께 ‘이 나이에 이 정도면 정말 잘하는 것’이라고 대신해서 설득을 해줬다. 내 가치를 알아봐준 형이 있었기에 선수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지금도 형은 나의 선수 생활을 도와주고 있다. 부모님도 내 진로를 허락한 이후로는 내가 잘 될 수 있도록 항상 지지해주셨다.”


―한화생명e스포츠 소속 시절에는 프로야구 한화에서 뛰었던 류현진 선수에 빗대 ‘쵸현진’이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팀 성적이 부진한 가운데 에이스로 고군분투하며 생긴 별명이었는데.
“솔직히 ‘팀의 에이스’라는 소리를 듣는데 싫어할 선수는 없지 않나. 기분이 좋긴 했다. 근데 그렇다고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도 않았다. 내가 못하면 순식간에 팀이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끝까지 잘해야 ‘쵸현진’이라는 별명에 대한 기억도 좋게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 더 노력하는 계기가 됐다.”


―롤 선수로 활동하며 그만두고 싶은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나.
“2021 LCK 서머 때는 팀 성적이 나오지 않아 정말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있었고, 건강도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존감의 문제가 가장 컸다. 늘 이기는 게 익숙했고, 항상 높은 자리와 높은 성적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등수가 많이 떨어지면서 롤 선수로서의 존재감에 의문을 갖게 됐다. 자존감도 많이 낮았던 시기였다. ‘롤을 그만둬야 하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런 부진을 또 겪는다면 내가 버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체력적으로도 고갈이 돼 아침에 일어나 집에서 2분 거리의 훈련장까지 걸어가는 것도 버거웠다. 해가 떠있는데 눈도 못뜨겠더라. 억지로 몸을 이끌고 가 훈련을 했다. 그렇게 3개월 정도를 버틴 것 같다.”


―어떻게 그 시기를 극복했나.
“여기서 더 떨어질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롤을 포기하는 대신 롤을 제외한 내 삶의 나머지 부분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늘 ‘쉴 시간에 한 판이라도 더 하자’는 생각을 했다. 주말에도 친구를 만나거나 여가 생활을 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훈련에 집중하느라 인간관계가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내 실력의 성장을 위해서 집중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어려웠던 시기를 견뎌내고 이제는 국내 최강의 미드 중 한 명이 됐다. 혹시 ‘쵸비’라는 닉네임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나. 멸치를 뜻하는 ‘anchovy’에서 따온 닉네임인데 멸치가 동물 중 포식자는 아니지 않나.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키 180cm에 체중 56kg 정도로 아주 말랐다. 그래서 멸치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당시 프로 입단 절차가 급하게 진행되면서 하루 만에 닉네임을 지어야 했는데 ‘앤쵸비’는 그냥 좀 아닌 것 같아서 ‘앤’을 빼고 ‘쵸비’라고 읽어보니 어감이 괜찮았다. 닉네임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잘해서 ‘쵸비’라는 닉네임이 더 좋은 뜻으로 쓰일 수 있게 하는 게 내 몫이라 생각한다. 다른 닉네임이라고 해서 달라질 게 있을까. 못하면 어떤 멋진 닉네임으로 바꿔 쓰더라도 사람들이 좋아해주지 않는 건 똑같다.”


―롤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지나고나면 후회가 항상 남더라.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매년 한다. 선수로서든 그냥 한 명의 사람으로서든 더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열심히 살려고 한다. 대신 최선의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좋지 않은 결과에는 미련을 두지 않으려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그렇게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이루고 싶은 게 있을 때 남는 시간에 해보는 게 아니라 남는 시간을 없애가면서 노력을 해야 한다. 정말 단순하고 1차원적인 말이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그냥 계속 꾸준히 하다보면 결국 몸에 좋은 습관이 생기고, 그렇게 노력의 성과가 반드시 돌아온다고 믿는다. 치열하게 살다보면 허무함을 느낄 때도 있는데 그럴 때 멈추면 정상에 오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를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어 더욱 그만둘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아직 건강하다. 일반 사람들에 비하면 건강이 좋은 편은 아니겠지만 롤 선수 중에는 꽤 건강한 편이다. 정상에 오르는 일은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 내가 더 이상 롤을 못하게 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국내 대회인 LCK에서 정상에 올라봤으니 이제는 롤월드챔피언십(롤드컵)이나 MSI 등 국제대회뿐 아니라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경기에서도 우승을 해보고 싶다. 특히 이번 아시아경기는 e스포츠가 처음 정식 종목이 된 대회인 만큼 최종 대표에도 선발이 돼서 한국이 초대 우승국이 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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