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0원’ 요금제에 고객센터 마비…개통 지연·포기까지 이어져

뉴시스

입력 2023-04-20 18:35 수정 2023-04-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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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사업자들이 7개월에서 최대 1년간 통신비 ‘0원’으로 책정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가운데 일부 가입자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번호를 이동했는데 유심 배송이 늦거나 고객센터 업무 과다로 개통이 2주 이상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이 치킨게임(저가 경쟁)으로 사업 규모를 키워 알뜰폰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정작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데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에르엘(에르엘모바일), 한국케이블텔레콤(티플러스), 큰사람(이야기모바일) 등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달에 특정 요금제에 가입하면 7개월에서 1년간 통신비 ‘0원’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일부 브랜드의 프로모션은 번호이동 시 유심을 받은 뒤 고객센터로 연락해야 개통이 완료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고객센터 상담사가 감당할 수 있는 전화량보다 더 많은 소비자가 고객센터에 전화하면서 개통이 지연되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에르엘모바일은 지난 3일 7개월간 요금이 0원인 ‘음성100분15GB+’ LTE 요금제(LG유플러스망)를 출시했다. 통화 100분·문자 100건에 기본 데이터 15GB를 제공하는데 데이터 소진 시 최대 3Mbps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LG유플러스 알뜰폰 협력사 대상으로 진행하는 ‘데이터 프리덤’ 프로모션(25개월간 매달 최대 150GB 추가 제공) 혜택도 받을 수 있어 해당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은 다음 달 3일부터 25개월간 매달 데이터 50GB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에르엘모바일은 이 프로모션을 선착순 2000명에게만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많은 소비자가 에르엘모바일에 가입했다.

문제는 개통 방식이었다. 번호이동의 경우 주문 시 상담사 확인 후 택배로 유심을 배송한 뒤 가입자가 고객센터에 연락해야 개통이 진행된다. 뉴시스가 이날 에르엘모바일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현재 개통 완료된 건은 지난 7일께 개통 신청한 가입자들의 건이었다. 요금제 가입 후 개통까지 약 2주가 소요된 셈이다. 상담사는 “지금 가입 신청할 시 개통이 다음 달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통이 지연되자 가입 대기 중이었던 일부 소비자들은 가입을 포기하고 비슷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다른 알뜰폰 브랜드를 찾아가기도 했다.

◆상담사 부족으로 개통 지연…셀프개통 신청해도 유심 배송 늦는 경우 있어

개통이 늦어지는 데는 각 기업이 고용한 고객센터 상담사, 개통을 처리하는 인력 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사업자는 가입자 수 1만명당 고객센터 직원 1명을 의무 고용해야 한다.

이에 가입자가 적은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고객센터 인력을 많이 둘 필요가 없다. 지난해 6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국내 알뜰폰 등록사 40곳(사물인터넷 회선 사업자 8곳 제외) 중 절반 이상(52.5%)인 21곳의 고객센터 인력이 10명 이하였다.

하지만 이번 프로모션처럼 가입 신청 건수가 갑자기 늘면 이들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도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져야 한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폰 ‘0원’ 프로모션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평상시에 고객센터 통화가 잘 되던 곳도 안 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사업자 입장에서도 프로모션 진행 시 얼마나 많은 고객이 찾을지 모르기 때문에 인력을 미리 고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일부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러한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가 홈페이지에서 스스로 개통하도록 하는 ‘셀프개통’을 도입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세종텔레콤 등 회원사 18곳 모두 ‘셀프개통’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셀프개통이 가능한 티플러스, 이야기모바일 등에 ‘0원’ 요금제를 가입한 일부 소비자도 유심 배송이 늦어지면서 온라인 개통 신청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기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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