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허가 ‘디지털 치료 기기’… 환자 사용 유도가 관건

윤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3-02-27 03:00 수정 2023-02-27 03:4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인지행동 치료 애플리케이션 ‘솜즈’
임상시험서 불면증 개선 효과 확인
실제로 환자에게 처방 이뤄지려면
건강보험 급여-수가 기준 마련해야


웰트의 ‘필로우Rx’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앱 화면. 사용자가 수면 활동을 체크하고 수면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다. 웰트 제공

15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치료 기기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 사례가 나왔다.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앱) ‘솜즈(Somzz)’가 주인공이다.

솜즈 외에도 3, 4개의 디지털 치료 기기가 식약처 허가 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국내 디지털 치료 활성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안전성 검증과 건강보험 수가 기준 마련, 환자 수용성 확보 등이 향후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26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해 식약처의 임상시험 승인을 얻은 디지털 치료 기기 기업은 웰트와 라이프시맨틱스, 뉴냅스, 하이 등이다. 웰트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 기기 ‘필로우Rx’ 등이 식약처 허가 2호 디지털 치료 기기로 꼽힌다.

디지털 치료 기기란 소프트웨어나 스마트폰 앱으로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의료 기기를 말한다.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를 위한 솜즈의 경우 앱을 통해 수면습관 교육, 실시간 피드백, 행동교정 등을 6∼9주 동안 시행하면 수면 효율 향상과 불면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돼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필로우Rx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강성지 웰트 대표는 “그동안 불면증 환자들은 대체로 두어 달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해 3분 정도만 진료를 받았을 것”이라며 “병원에 가지 않는 시간에는 디지털 치료가 불면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디지털 치료 기기의 의미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료 기기가 식약처 허가를 잇달아 받아도 적극적으로 활용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안전성과 임상 효과 검증은 물론이고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웰니스(Wellness)를 지향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달리 디지털 치료 기기는 의학적 ‘치료’를 위한 기기이기 때문에 반드시 안전성을 비롯해 임상 효과에 대한 검증과 근거가 필요하다”며 “검증이 완료됐다면 실제 환자들에게 많이 처방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8월 ‘디지털 치료 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이 제정됐지만 건강보험 급여 및 수가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각국의 의료보장 제도 현황을 참고해 국내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치료 기기를 직접 사용할 환자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물중독 치료 디지털 치료 기기 ‘리셋(reSET)’을 개발한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는 2021년 실적 발표에서 실제 환자 사용률이 51%에 그쳤다고 밝혔다. 환자의 디지털 치료 기기 사용률을 기존 의약품에 대입하면 ‘복약 순응도’에 해당하는 지표다. 통상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면 치료 효과도 덩달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과 증상을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기술적 진보가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불면증의 경우 디지털 치료 기기가 환자의 패턴을 분석해 언제 잠이 올지 예측해 잠자리에 들 시간까지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심근경색이나 뇌전증 발작 등을 디지털 치료 기기가 예측할 수 있다면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yh@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