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애 손해배상 기준 8개월 만에 또 바뀐다…“중대과실시 잠깐 멈춰도 보상”

뉴시스

입력 2023-02-26 08:14 수정 2023-02-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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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서비스 장애 손해배상 기준 시간이 약 8개월 만에 다시 수술대에 오른다. 현재 손해배상 기준 시간은 ‘일일 연속 2시간 이상 또는 1개월 누적 6시간 초과’다. 이용자 피해구제 강화를 위해 이전 기준시간(3시간)에서 1시간 줄였지만 짧은 시간의 장애에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실질적인 구제 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연속 2시간 미만의 통신장애라도 이동통신사업자 고의 혹은 중과실로 인한 경우라면 사업자가 손해배상하도록 약관을 시정할 계획이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 분야에서 발생하는 경쟁 제한과 소비자권익 침해 행위에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이동통신 및 인터넷TV(IPTV) 서비스 사업자가 연속 2시간(IPTV는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 장애가 있는 경우에만 소비자에게 배상책임을 지도록 한 약관을 시정할 예정이다.

시정할 약관은 연속 2시간 미만의 통신장애라도 통신사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경우라면 사업자가 손해배상하는 내용이 될 전망이다. 통신사들도 이러한 약관 개정에 동참하기로 했다. 통신사들은 지난달 자진해서 (약관을) 시정하기로 공정위와 합의했다.

현재의 손해배상 기준은 지난해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잇단 통신서비스 중단 사고에 따른 이용자 피해구제 실효성 확보를 위해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협의해 개선한 뒤 같은 해 7월에 시행됐다.

당시 개정 전 기준시간은 일일 연속 3시간 이상이었다. 하지만 2021년 10월 1시간29분간 발생했던 KT 전국 단위 네트워크 장애 사고를 계기로 현실성 있는 약관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사고로 많은 국민이 불편을 겪었지만 장애 발생 시간이 3시간 미만이라 KT가 배상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KT는 도의적 책임을 갖고 배상했다. 구현모 KT 대표도 당시 대국민 사과에서 “3시간 장애 시 보상하는 약관은 마련된 지 오래된 것”이라며 “비대면 사회, 데이터 통신에 의존하는 현시점에서는 약관을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손해배상 기준시간을 2시간으로 정한 건 통신서비스 제공 중단 시 소요되는 복구 시간, 전기통신사업법 규정과의 정합성, 대법원 판례 등 국내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통신사가 장애 발생 신고로 출동 후 원인 분석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시간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중요통신시설의 경우 ‘지체 없이’ 고지, 기타 통신시설의 경우 ‘2시간 이상’ 장애 시 중단 사실 및 손해배상 기준·절차를 고지”하게 돼 있다.

아울러 대법원은 이동통신사업 특성상 통신장애를 피할 수 없고, 실제 손해를 모두 배상할 책임을 지우면 결국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전체 고객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3월 SK텔레콤에서 약 5시간40분 통신장애가 발생했을 때 대리운전 기사들이 추가 배상을 위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때 나온 내용이다.


◆“케이블 단선 사고 등 외부 요인 막기 위해 정부·지자체 협력 중요”

하지만 당시 약관 개정이 본래 목적인 이용자 피해구제 실효성 확보에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소상공인 결제 시스템, 배달앱, PC방 등 인터넷 서비스를 생계 수단으로 삼는 서비스 이용자들이 2시간보다 짧은 통신 장애에도 매출에 타격을 받는다는 게 이유다.

이에 정부는 연속 2시간 미만인 통신장애라도 통신사의 귀책 사유가 있으면 손해배상하도록 약관을 시정하도록 통신사와 협의하고 있다. 통신사들도 안정적인 통신망 운영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밝혀 약관 개정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통신업계 일부 관계자는 통신장애가 지하철 공사, 도로 굴착 공사 등에 따른 케이블 단선 사고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약관 개정과 함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공사 진행 계획·일정 등을 통신사에 사전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1월 서울 월드컵대교 건설 공사 중 한 근로자가 굴착기로 땅속 광케이블을 파손한 바 있다. 이 사고로 당시 서울 구로, 영등포 일대에서 약 3시간30분간 KT 유무선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이에 일부 통신사는 통신사 설비 정보를 도로 공사업체와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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