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의사들 깜짝… “의학용어 술술, 인간실수 잡아내”

뉴시스

입력 2023-02-12 10:05 수정 2023-02-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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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인공지능(AI) 채팅 로봇 ‘챗GPT’가 출시 두달여 만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학용어를 척척 답하고 의료영상 판독 오류를 수정하는 등 결과물은 놀랍지만, 중대한 의학적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많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척척박사 챗GPT의 등장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휴대폰으로 챗GPT 앱을 내려받아 의료 시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탐색이 한창이다.

의사들은 기존 인공지능보다 사람에 가깝게 의학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고 의료영상 판독 오류를 잡아내는 챗GPT의 재주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챗GPT가)언어 구사력이 좋아 혈압이나 산소 포화도 측정 등의 의미를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아주 잘 풀어내 내 모습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이 나인 줄 알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서 “한국어 학습량이 영어보다 적어 가끔 엉뚱한 대답도 하지만 테스트 버전이 이 정도면 놀랄 만하다”고 말했다.

이정민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영상의학 검사에 대한 판독소견서에 포함된 사소한 에러(실수)를 굉장히 잘 교정한다”고 했다.

향후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의 상담이나 원격 환자 모니터링 등에 챗GPT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언 교수는 “환자들을 진료할 때 같은 질문에 반복적으로 답변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챗GPT가 환자의 생체정보를 바탕으로 어드바이스(조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고도화된 챗GPT가 출시되면 생체신호 분석을 통해 원격 환자 모니터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체중별 운동법과 식이요법을 알려주고, 노인이 병상에서 낙상하는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인식해 관리자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챗GPT가 의료 분야에서 상용화되려면 개선이 필요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환자별로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법을 판단하고, 환자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중대한 의사결정 등을 내리기엔 아직 한계가 많다는 이유다.

이정민 교수는 “영상의학 분야에서는 환자의 영상검사를 바탕으로 질환의 진단뿐 아니라 병변이 주변에 얼마나 많이 침범했느냐도 봐야 한다”면서 “현재 챗GPT는 이미지에서 유용한 정보를 추출할 수 없고, 환자별로 특수한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챗GPT는 방대한 양의 언어를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도록 한 대규모 AI 언어 모델인 ‘GPT-3.5’가 적용됐지만, 오류를 줄여 정확도를 높이는 ‘반자동 데이터 분류’가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챗GPT는 레벨 0(운전자 개입 필수)부터 5(완전자율주행)까지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견준다면 레벨3(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비상시에만 운전자가 운전하는 수준)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챗GPT가 출시되긴 했지만 제한된 조건에서 사용이 가능해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언 교수도 “의료 분야에서 상용화되기에 시기상조”라면서 “챗GPT를 활용해 환자별로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한다던가 생사가 오가는 수술 같은 중대한 의사결정을 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챗GPT의 기능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환자와 의사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어느 정도의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로선 챗GPT가 진화를 거듭해도 의료 분야에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의사들은 의학적 지식에 임상 경험을 조화시켜 다양한 환자를 치료할 수 있지만, 챗GPT같은 AI 의료시스템은 두 가지를 잘 접목하기 어려워서다.

실제 2015년 IBM이 출시하고 이듬해 국내 대학병원이 처음으로 도입한 AI 의료시스템 ‘왓슨 포 온콜로지’는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해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 관련 논의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의사들이 진료 중 축적하는 미세한 임상적 근거들을 놓쳤고, 희귀병 환자나 합병증이 많은 환자에게는 적용이 쉽지 않아 결국 지난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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