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000만건 쓰는 이모티콘, 누적매출 100억 11개

홍석호 기자

입력 2023-02-03 03:00 수정 2023-02-0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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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후 월평균 3000만명 사용
전체 50만개 중 20만개 작년 선보여
관련 시장 급성장에 작가도 1만 명
맥락 잘 맞고 유행에 민감해야 성공


카카오톡이 선정한 ‘2022년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모티콘’ 8종 중 하나인 망그러진 곰 시리즈. 카카오 제공

이모티콘 작가 유랑은 4년간 20여 개의 이모티콘을 출시했지만 무명을 면치 못했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취업이 되지 않아 이모티콘을 그렸다”고 했지만 월수입 100만 원을 넘기지 못하는 달이 많았다.

2021년 4월 ‘망그러진 곰’(망곰) 시리즈가 출시된 뒤 유랑은 ‘스타 작가’가 됐다. 출시 직후 10·20대 인기 순위에 올랐다. 대충 그린 듯한 외곽선이 ‘하찮음’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적중했다. 망곰은 ‘2022년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모티콘’ 8종 중 하나로 꼽혔다. 유랑은 지난해 망곰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 연재, 캐릭터 상품 출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등을 진행했다. 수입도 늘었다. 그는 “1년에 한두 번씩 흔쾌히 부모님 여행 보내드릴 정도”라고 말했다.


2일 카카오톡에 따르면 2011년 11월 처음 이모티콘을 선보인 뒤부터 지난해 말까지 출시된 전체 누적 개별 감정 표현 이모티콘은 50만 개로 집계됐다. 이 중 40%에 해당하는 20만 개가 지난해 출시됐다. 누적 매출 100억 원을 넘긴 ‘초대박’ 이모티콘이 11개, 매출 10억 원을 넘긴 ‘대박’ 이모티콘이 116개다. 월평균 3000만 명이 이모티콘을 쓰고, 하루 평균 이용은 6000만 건이다. 돈을 주고 이모티콘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누적 2700만 명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유랑 같은 ‘스타 작가’들이 탄생했다. 본·부업으로 이모티콘을 만드는 작가도 1만 명까지 늘었다.

이모티콘은 대화를 돕는 매개체인 까닭에 맥락에 잘 녹아드는 캐릭터가 성공한다. 전 세계적인 인기와 인지도를 가진 마블스튜디오의 히어로나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이 카톡 이모티콘 시장에선 크게 흥행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모티콘 한 세트(24가지 그림)가 어떻게 구성됐는지도 중요하다. 10∼40대가 가장 많이 표현하는 이모티콘은 ‘울음’인 반면에 50대부터는 행복, 날씨 등을 표현하는 감정을 많이 쓴다.

카카오가 2017년 누구나 자유롭게 이모티콘을 제안할 수 있는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출범시킨 뒤엔 ‘이모티콘 작가’라는 직업이 생겼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 중인 이모티콘 작가는 약 1만 명으로, 최연소 작가는 12세, 최고령 작가는 83세다.

이모티콘 시장은 바뀌는 유행에 뒤처지면 금세 외면받는다. 과거 캐릭터의 특징이 눈에 띄는 ‘웰메이드’ 이모티콘이 인기를 누렸고, 이후 흰 색감과 둥글둥글한 덩어리 같은 입체감을 주는 이모티콘들이 흥행했다. 최근엔 ‘망곰’ 같은 귀여움과 하찮음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캐릭터들이 대세가 됐다.

이모티콘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 플러스가 2021년 출시된 뒤에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기존에는 2500원인 이모티콘을 소비자가 구매하면 작가들에게는 건당 700∼750원가량이 분배되는 구조였다. 반면 이모티콘 플러스는 이용자들의 전체 사용량에서 점유율을 기준으로 정산되기 때문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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