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성공담은 그만”… ‘IT업계 현실’ 설명에 800명 몰려

지민구 기자

입력 2023-02-01 03:00 수정 2023-02-0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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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개발자-디자이너 등 대상
실질적인 성장-생존 전략 강연
“회사 작아도 정답 찾는 과정 중요”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개발자, 디자이너 행사 ‘DDC 2023’에 20, 30대 참석자 800여 명이 모여 발표를 듣고 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대단한 기술이나 성공의 이야기보다는 개발자, 디자이너가 단계적으로 성장해 온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최저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내려간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DDC 2023’ 행사엔 20, 30대 방문객 800여 명이 모였다. 태블릿PC나 노트북을 손에 쥐고 행사장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10년 차 안팎의 젊은 개발자, 디자이너였다.

IT 교육 스타트업 ‘멋쟁이사자처럼’의 이두희 대표가 “각종 콘퍼런스에서 들은 멋진 기술 이야기와 현실 업무는 간격이 컸다”며 말을 이어가자 일부 참석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참석자들이 콘퍼런스에 나온 이유는 경기 침체로 이직·채용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업계 선후배가 전하는 현실적인 정보와 경험담을 전해 듣기 위해서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이른바 ‘네카라쿠배’ 같은 대형 회사 직원들이 전하는 고액 연봉 성공담이 아닌 업계에서 현실적으로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는 전략에 귀를 기울인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스타트업 직원 양진화 씨(29)는 “큰 기업에서 일궈낸 대단한 성공담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업계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발표를 맡은 이들은 스타트업에서 실무를 맡은 10년 차 안팎의 데이터 전문가나 개발자였다. 이원지 무신사 데이터프로덕트 리더는 “네카라쿠배 같이 큰 회사에 들어가면 정해진 일만 할 수도 있는데 규모가 작더라도 각자 기준에 잘 맞는 회사를 발견해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표를 맡은 김난 뱅크샐러드 개발자가 “2년 전에도 일하다 막혀 답답한 마음에 친구에게 개발 업무를 그만둘 거라며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하자 행사장 안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는 “큰 회사에서 일하는 ‘슈퍼스타’ 개발자보다도 조금이라도 팀에 이바지하고 함께 일하는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일을 계속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유명 개발자나 디자이너 중심으로 행사를 구성한 게 아니었지만 이틀간 열린 콘퍼런스의 1인당 2만5000원 입장권 2000장은 매진됐다. 행사장 앞에 마련된 무신사,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 상담관엔 쉬는 시간에도 수십 명씩 참석자가 몰려 조직문화나 업무 환경을 물으며 이직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김지홍 멋쟁이사자처럼 디자인부문 헤드는 “앞으로도 개발자, 디자이너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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