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용 초대형 굴삭기-크롤러 부품… 매출 75%를 수출로 일궈

태현지 기자

입력 2022-12-19 03:00 수정 2022-12-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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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Biz]
동일금속
무한궤도 부품 ‘트랙슈’ 기술로 특수주강 혁신 일궈낸 동일금속
글로벌 톱3에 광산용 부품 공급, 세계적인 기술력으로 위기 돌파


광산용 초대형 굴삭기 부품 ‘Track Shoe’.
초대형 굴삭기나 크롤러 크레인은 각종 건설 및 산업현장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이 거대한 중장비를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것이 무한궤도 부품 ‘트랙슈(Track shoe)’다.

트랙슈는 크레인과 굴삭기의 바퀴를 감싸고 있는 체인을 말한다. 굴삭기의 신발 같은 역할을 한다. 탱크의 캐터필러를 연상하면 된다. 이 밖에 ‘아이들러(Idler)’와 ‘텀블러(Tumbler)’도 중장비가 이동하는 데 필요한 부품 중 하나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이들 핵심 부품의 중요성은 중장비 완성품 못지않으며 전문 업체만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이다. 바로 이 크롤러 크레인 ‘트랙슈 어셈블리(Track shoe assembly)’와 아이들러, 텀블러 등을 제조하며 국내외 거의 모든 중장비 업체들과 거래하는 기술 기업이 있다.

꾸준한 제품 차별화를 통해 남다른 경쟁력을 키워 온 경북 영천의 ‘동일금속’이 그 주인공이다. 한 우물을 파며 작지만 강한 기업을 만든 사람은 이곳을 경영하고 있는 오길봉 대표다.

동일금속은 쇳물을 녹여서 제품을 만드는 전통 기술이 주특기다. 이를 전문용어로 ‘주강’이라고 한다. 초대형 중장비에 장착되는 특수주강 제품을 일본의 코벨코 크레인, 스미토모 크레인, 미국의 매니터웍 크레인 등에 수출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약 75%를 차지한다.

국내 굴삭기 제조업체인 현대건설기계,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두산인프라코어 등에도 동일금속의 주강품 기술이 들어간다. 2005년 6월 산업자원부가 지정한 ‘세계 일류상품’ 생산 인증 기업으로 선정됐고, 2009년 11월에는 5000만 달러 수출의 탑도 수상했다.

한국거래소로부터 6년 연속 ‘히든챔피언’으로 뽑혔을 만큼 주력 제품의 시장지배력(시장점유율)과 수익성, 성장성, 기술력, 재무안정성 등을 두루 인정받은 우량 중소기업이다.


품질 하나로 세계 시장 누비는 강소기업


캐터필러(CAT) 기술이사 및 임원진이 동일금속 본사를 방문했다.
동일금속은 품질 하나로 세계 시장을 누비는 작지만 강한 알짜 기업 모델이다. 명실공히 트랙슈 분야에서만큼은 대한민국 ‘No.1’으로 꼽힌다.

초대형 굴삭기용 트랙슈는 일본 히타치건설기계에 수출되며 현재 일본 내 유수의 공급업체인 KCX, 도호쿠메탈과 경쟁하고 있다. 굴삭기 이동장치용 부품인 ‘어드저스트 컴포넌트(Adjust Component)’와 굴삭기 작업 팔에 들어가는 부품인 ‘붐(Boom)’, ‘콘로드(Con Road)’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효자 품목이다. 주력 생산품인 크롤러 크레인용 트랙슈 어셈블리 부품은 기술적인 노하우와 전문화된 생산라인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고가의 맞춤형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동일금속은 광산용 초대형 굴삭기용 트랙슈 생산 확대를 위해 2012년 제2공장, 2016년 제3공장을 완공하는 등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생산 능력을 이전보다 30% 이상 증가시키고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광산용 초대형 굴삭기용 ‘트랙슈’ 국내외 평정


광산용 초대형 굴삭기 부품 ‘sprocket’.
동일금속의 성공 비결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반백 년이 넘게 특수주강 제품 외길을 걸어왔다는 점이다. 동종업계에서 같이 출발한 경쟁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나설 때도 묵묵히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 사업 초반에는 외국 제품을 단순히 카피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트랙슈와 아이들러 분야에서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제품을 만들고 있다.

광산용 초대형 굴삭기는 일본의 히타치건기와 고마쓰건기, 그리고 미국의 캐터필러(CAT) 등 3사가 과점한 시장이다. 동일금속은 전 세계 ‘톱3’ 건설기계 완성차업체인 히타치건기에 수요 물량의 60% 이상을 납품하며 공급자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수출 비중은 7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세계 시장에서 쟁쟁한 글로벌 중장비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중장비 업체로, 광산과 에너지 산업에 사용되는 중장비를 제조하는 캐터필러 기술이사 등이 본사를 방문해 그 기술력을 검증한 바 있다. 한 가지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것, 다시 말해 한 우물을 파는 것이 바로 동일금속의 단순하지만 강력한 전략이다.


‘언더캐리지’ 등 전문화된 틈새 공략


현재 동일금속 매출의 50%는 초대형 광산 장비에서 나온다. 동일금속은 성장보다는 안정성 위주로 지속 가능한 경영에 더 중점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원개발 붐이 일면서 광산기계 수요가 늘고 있기에, 초대형 굴삭기에 쓰이는 무한궤도 부품의 시장성도 밝다. 크롤러 크레인도 토목건설 현장과 조선소, 원자력발전소, SOC 건설 현장 등에서 중량물을 이동시킬 때 사용되는 장비로 수요가 꾸준하다.

특히 초대형 굴삭기는 에너지 파동으로 인한 광산개발 호조 속에 전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전 세계 중장비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초대형 굴삭기의 생산을 늘리고 있어 관련 부품의 시장 규모도 더욱 확대돼 매출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금속은 2008년 11월에 이미 초대형 80t용 아이들러, 트랙스프링 어셈블리를 개발 완료해 현대건설기계에 공급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우수한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우수한 기술력은 시장과 동떨어져 있지 않은 사업 지향적인 기술력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시장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동일금속의 성공 비결은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에 있다. 매출의 일부분을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하고 기술력 향상에 노력한다. 연구개발 인력 중 반은 현재 시장에서 요구하는 장비에 대해, 나머지 반은 다음 세대에서 사용될 기술을 연구한다. 이러한 시장 지향적인 R&D 방식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시켜 줄 수 있다.

일례로 최근에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언더캐리지(Undercarriage)’ 부품과 캐터필러 부품은 이미 3∼4년 전 개발해 놓은 것이다. 언더캐리지는 굴삭기를 움직이는 바퀴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무한궤도’로도 불린다. 이처럼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며 지속해서 독자기술을 창출하는 능력이 동일금속의 핵심 경쟁력이다.

동일금속은 독일 제조회사에서 공급받던 언더캐리지 등 초대형 특수주강 제품을 국산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2017년 마침내 양산에 성공했다.

독일이나 일본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위기감은 적극적인 기술 투자와 강력한 품질경영, 그리고 혁신 활동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동일금속은 크고 작은 해외 경쟁업체들을 밀어내고 트랙슈 분야에서 세계 1등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기술’만이 살 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결과다.

동일금속은 이처럼 전문화된 틈새시장에서 출발해 세계 시장을 평정한 강소기업, 주강 제조처럼 묵묵히 오래 버텨가는 글로벌 알짜 기업이다.


“초대형 굴삭기 부품산업은 거북이 산업… 천천히 오래가는 기업 될 것”



오길봉 동일금속 대표 인터뷰

“특수주강 한 우물 파기 56년, 기술력만큼은 세계 1위에 올랐다고 자부합니다. 국내 최초로 굴삭기와 크레인 트랙슈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해, 주조산업 발전에 한 축이 됐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오길봉 동일금속 대표는 14일 오후 경북 영천에 있는 본사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주강품 전문업체가 되기까지 50여 년간 한 우물만 파며 달려온 과정을 들려줬다.

오 대표는 “90년대 후반 크롤러 크레인의 트랙슈 국산화는 지금도 기적과 같은 성과로 회상된다”며 “1970년대 특수주강 제품을 처음 개발했을 때는 공정 자체가 국내에 소개되기도 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동일금속은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트랙슈 세계 시장 점유율이 약 70%로 압도적인 1위다. 크롤러 크레인 전체 시장에서 세계 1위인 일본 코벨코 크레인, 미국 매니터웍, 일본 스미토모 크레인 등 세계 주요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오 대표는 “광산과 에너지 산업에 사용되는 초대형 굴삭기 부품산업은 성장세가 더딘 거북이 산업”이라며 “급격한 성장보다는 더디지만 천천히 오래가는 장수기업을 만들고 싶다. 세계경제는 언제나 살얼음판이라 내년에도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내다봤다.

평소 “직원들과 똑같이 먹고 잘살자”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는 오 대표는 구성원을 아끼는 마음이 남다르다. 회사가 직원을 정성으로 대하면 직원들도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열정으로 제품 생산과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매일 직원들과 함께 다짐한다”라고 말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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