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연락 안되고 코인거래 멈추고 택시호출 먹통… 시민들 ‘멘붕’

이기욱 기자 , 김자현 기자 , 이지운 기자

입력 2022-10-17 03:00 수정 2022-10-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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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카톡 공화국’]
킥보드 반납해도 50만원 연체금…휴대전화 고장 착각, 매장 북새통
코로나 확진자 이송에도 차질…택시기사-자영업자 “주말 대목 날려”
대리운전-배달 앱 먹통에 분통도…“초연결 서비스 탈나니 초혼란”


1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카카오T 주차장 무인정산기 앞에 시민들이 몰려 있다. 전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때문에 카카오T 주차장 결제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과천=뉴스1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김모 씨(35)는 작업 마감일인 15일 카카오 서비스 먹통으로 비상이 걸렸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광고주와 대행업체 직원, 사진 촬영작가 등이 함께 사진을 확인하며 최종 수정하는데, 일일이 전화 통화 후 사진을 메일로 주고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업무로 만난 사이라 전화번호가 없는 몇몇은 메일을 확인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며 “마감 시간을 반나절 넘겨서야 업무를 겨우 끝냈다”고 했다.

이날 발생한 경기 성남시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주요 서비스 장애가 다음 날인 16일까지 이어지면서 카카오톡, 카카오T 등을 이용하던 다수의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 카카오 마비되자 일상 멈췄다

가입자 3000만 명이 넘는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T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전국적으로 토요일(15일) 저녁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이모 씨(30)는 “늦은 시간까지 앱이 먹통이어서 1시간 가까이 도로에서 택시 오기만 기다렸다”고 했다. 광주에서 열린 ‘충장 월드 페스티벌’ 현장에 참가했던 신모 씨(53)는 “택시를 잡으려는 인파로 길거리가 북새통이었다. 결국 택시를 못 잡아 1시간 동안 걸어서 귀가했다”고 했다. 이날 부산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공연 관람을 마친 후에도 택시를 못 잡아 발을 동동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이용자들의 피해도 잇따랐다. 특히 카카오톡 인증이 유일한 로그인 방식이었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20시간 가까이 로그인이 안 돼 매도 시점을 놓쳤다는 이들이 속출했다. 투자자 임혜빈 씨(28)는 “로그인이 안 돼 가상화폐를 제때 팔지 못했는데, 이후 가격이 하락해 250만 원을 손해 봤다.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하소연했다.

쇼핑이나 외식을 하던 시민들은 결제 오류를 겪었다. 직장인 이상훈 씨(26)는 “생일을 맞아 가족과 외식하고 카카오톡에 보관된 기프티콘 상품권으로 결제하려고 했는데, 서비스에 들어갈 수 없어 결국 부모님 카드로 결제했다”고 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M) 대여도 중단됐다. 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동킥보드를 정상적으로 반납했는데 미납 연체금이 50만 원 넘게 나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카카오내비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애를 먹었다는 차량 운전자들도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이송 체계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수도권 병원 수십 곳이 코로나19 확진자 입원 병상 현황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공유해 왔기 때문이다. 일부 병원에선 확진자가 입원할 병상을 찾지 못해 응급실에 발이 묶이기도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카카오톡이 다운된 동안 각 병원이 비상연락망을 활용해 일대일로 소통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도 이번 화재로 검색과 쇼핑, 카페, 블로그 등의 서비스가 일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 “토요일 대목 놓쳤다”

카카오 서비스에 밥줄이 달린 택시기사와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택시기사 박모 씨(71)는 “평소 토요일 오후에는 반나절에 10만 원은 족히 버는데 오늘은 승객이 연결되지 않아 2만 원밖에 못 벌었다”고 하소연했다. 대리기사 이모 씨(38)도 “아무리 기다려도 손님이 연결되지 않아 한 푼도 벌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카카오맵과 연동된 배달 대행 앱이 먹통이 되면서 식당 주인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서울 종로구의 분식집 점주 김모 씨(46)는 “배달 대행 서비스가 먹통이라 15일 저녁 ‘피크 시간’(오후 7∼9시)에 처리한 전화 배달 주문이 3건뿐이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한 배달대행업체 지사장은 “식당 주인으로부터 일일이 전화로 배달 신청을 받았다”며 “앱을 통한 배달기사 호출이 20%가량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카카오페이 결제가 막히자 한 손님이 결제창만 띄워둔 채 결제를 포기했는데, 직후 방문한 손님이 이전 손님이 사려던 물건값까지 한꺼번에 결제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고 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카카오페이 결제 및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을 많이 활용하는 유통업체들도 피해를 입었다.

화재로 서비스가 중단됐다는 걸 모르는 시민들이 휴대전화가 고장 난 줄 알고 이동통신사 매장으로 몰리면서 일부 매장이 영업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대구에서 이동통신사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36)는 “호출이 중단된 택시기사부터 카카오톡이 안 된다는 어르신까지 고장 관련 문의 손님이 몰리며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각종 서비스를 연결하는 카카오의 ‘초연결 서비스’ 구조 탓에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특정 서비스에 피해가 국한됐지만, 여러 서비스가 하나의 관문을 통해 제공되면서 피해 양상도 일파만파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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