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며 힐링까지 유저 취향에 ‘딱’… 쑥쑥 크는 인디게임

박현익 기자

입력 2022-09-05 03:00 수정 2022-09-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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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어드벤처-RPG 등 주류 침체, 다양한 시도로 개인취향 사로잡아
유저들 인기 업고 유일한 상승세
네오위즈의 하이디어 200억 인수로 ‘돈 안된다’ 인식도 줄어 개발 열풍
인디게임페스티벌 출품 39% 늘어


“이런 간단한 콘셉트로 만든 기획력이 대단하네요.”

“PvP(유저 간 대결) 시스템을 도입하면 대박 나겠네.”

토요일인 3일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현장. ‘톱3’를 가리는 결승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행사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행사는 온라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도 중계되며 각자의 아바타로 로그인한 게임 팬들이 채팅창을 통해 쉴 새 없이 출품작에 대한 평가를 주고받았다.

올해 7회를 맞은 이 행사는 매년 수백 곳의 인디게임 개발사와 수천 명의 게임 유저들이 참여해 유망작을 확인하는 연례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난해 톱3에 선정된 게임 ‘고양이와 스프’ 개발사 하이디어(HIDEA)가 중견 게임사 네오위즈에 200억 원에 인수되면서 인디게임 성공을 위한 등용문으로서 위상을 뽐냈다.

특정 마니아층만을 위한 장르로 여겨지던 인디게임이 게임업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디게임이란 투자자 등 외부 간섭에 얽매이지 않고 개발사가 원하는 입맛에 따라 만드는 독립 게임을 가리킨다. 돈이 안 되는 ‘배고픈’ 게임이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이제는 기대 이상의 흥행으로 기존 주류 게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례가 늘며 잠재력 높은 장르로 부상 중이다. 이번 구글 페스티벌에서 ‘냥타워: 네모로직’으로 인기상을 수상한 김대원 스튜디오 박스캣 대표는 “인디 장르가 궤도에 오르면서 찾는 사용자들도 늘고 투자하려는 개발사도 많아진 걸 요즘 체감하고 있다”며 “사업적으로 검증된 모델이 아닌 새로운 형식을 다양하게 도전하다 보니 개인화라는 최근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져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구글 페스티벌이 열리던 3일 부산에서는 8회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온라인 개최를 해오다가 올해 오프라인 행사를 재개하며 출품된 게임 수(332개)도 지난해보다 39% 늘었다. 지난달 초 열린 ‘방구석 인디게임쇼’는 2020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인디게임 개발사의 홍보를 도우려 시작했지만 매년 후원도 늘고 업계 반응이 좋아 정례화하기로 했다. 4월 열린 ‘인디크래프트’에서는 국내 241개, 해외 50개 게임이 출품돼 역대 최다 지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인디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게임 유저들의 취향이 다양해진 영향이 크다. 기존 ‘성공 방정식’처럼 여겨지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나 대형 총싸움(FPS), 전략 시뮬레이션 등 몇몇 주류 장르만으로는 게임 시장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인디게임으로 출발해 세계적 게임으로 인기를 모은 성공 스토리도 늘고 있다. 전 세계 매달 1억 명 이상이 즐기는 메타버스의 대명사 ‘마인크래프트’, MZ세대의 이른바 ‘인싸’(인사이더) 게임으로 불리는 ‘어몽어스’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힐링형 게임으로 불리는 ‘고양이와 스프’가 최근 누적 다운로드 2600만 건을 돌파했다. 이들 게임은 단순하면서도 참신한 접근으로 기존 주류 게임들과 차별화하고 글로벌 흥행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데이터분석기업 유고브에 따르면 3월 기준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미국에서 지난해 13%만이 즐겼던 인디게임은 올해 17%로 증가했다. 전략, 어드벤처, FPS, RPG 등 다른 장르가 일제히 감소했지만 인디게임만 유일하게 성장세를 나타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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