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돌아간 게이머들… 글로벌 게임시장 ‘직격탄’

홍석호 기자

입력 2022-08-24 03:00 수정 2022-08-24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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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특수 끝나며 게임수요 줄어 반도체 수요까지 급감… 산업 위축
한국 게임사들 성장세도 둔화… 영업익 줄고 인건비까지 발목
“신작 출시땐 실적 개선” 기대도



“게이머들이 현실세계로 돌아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며 ‘팬데믹 수혜 업종’으로 분류됐던 글로벌 게임 산업에서 전반적인 침체가 나타나고 있다. 게임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며 게임기에 대한 수요도 감소했다. 덩달아 게임용 반도체 수요까지 줄어드는 등 산업 전반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까지 더해져 지출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게임 소비도 줄어들고 있다.

23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관련 기업들의 2분기(4∼6월) 실적이 하락하거나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콘솔 게임기를 생산하고 스토어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유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사업과 소니의 게임사업부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각각 7%, 2% 감소했다. 엑스박스는 콘솔기기 판매만 11% 줄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5∼7월 실적 전망치에 따르면 게임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 게임부문은 PC나 게임기기 등에 탑재되는 고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 비중이 크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 동안 급증했던 GPU 확보 수요가 일상 복귀와 함께 급격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콜 오브 듀티’ ‘디아블로’ 등의 인기 게임을 갖춘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2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28%가량 줄었다. EA(피파·심즈)와 테이크투인터랙티브(GTA) 등도 시장 기대보다 낮은 2분기 및 연간 실적 전망을 내놨다. 스트라우스 젤닉 테이크투인터랙티브 CEO는 “인플레이션으로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게임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텐센트 역시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매출을 기록하며 2004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줄었다. 중국 정부가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등 규제가 강화된 탓에 게임 사업 매출은 같은 기간 0.4% 줄었다.

한국 게임사들의 성장세 둔화도 뚜렷해졌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한국 게임사 10곳(넷마블,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위메이드, 펄어비스, 네오위즈, 웹젠, 데브시스터즈)의 2분기 매출 합계는 전년 동기보다는 17.8% 늘었지만 1분기(1∼3월)보다 4.7% 줄었다.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분기보다 48.6%나 줄었다.

지난해 연봉 인상 경쟁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발목을 잡고 있다. 게임사 10곳의 2분기 인건비는 지난해 2분기(6071억 원)보다 23.8% 늘었다. 게임사 10곳의 정규직 직원은 6월 말 기준 1만1482명으로 지난해 6월 말(1만429명)보다 1000여 명 증가했다.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은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인건비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인력 효율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모바일 게임이 주력인 한국 게임사들은 PC게임이나 비디오게임보다 게임을 즐기는 공간의 제약을 덜 받는 만큼 인기 신작의 출시에 따라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가 흥행한 카카오게임즈는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62%, 900% 증가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넥슨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흥행으로 같은 기간 매출은 50%, 영업이익은 47% 늘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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