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시간내 바다서 식탁까지”… 농축수산물 전문 플랫폼 전성시대

오승준 기자

입력 2022-07-08 03:00 수정 2022-07-0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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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육류-나물 등 한가지로 승부
고품질 소량 발굴 큐레이션 방식
MZ세대 “전문성-빠른 배송 믿음 가”
일부선 “확장성에 한계” 우려도


나물 직배송 업체 ‘나물투데이’는 전문가가 선별한 신선한 나물을 다음 날 배송한다. 최근 이처럼 전문성과 큐레이션을 앞세운 농축수산물 버티컬 플랫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나물투데이 제공

직장인 이모 씨(25)는 최근 배달앱 대신 각종 농축수산물 직배송 전문몰을 주로 사용한다. 각각 돼지고기, 수산물과 나물 등을 취급하는 업체들 중 그날 기호에 맞는 식품을 주문한다. 이 씨는 “직배송 전문몰은 신선한 재료를 빠른 시간 안에 배송해 주는 데다 해당 상품군을 전문적으로 취급해 더 믿음이 간다”며 “배달음식에 비해 직접 요리해 먹는 즐거움이 있고 더 건강한 식단을 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농축수산물 등 신선식품을 소비자들에게 직배송하는 스타트업들이 각광받고 있다. 몇 가지 상품군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농축수산물 버티컬 플랫폼들이 신선도와 빠른 배송을 앞세워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농축수산물 버티컬 플랫폼은 육류·회·해산물·나물 등 주로 한 가지 식품군을 취급하며 당일이나 다음 날까지 배송해 준다. 육류 전문몰인 ‘정육각’은 도축한 지 4일 이내의 신선한 돼지고기(국산 냉장 삼겹살 600g당 1만9800원)를 당일배송으로 제공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보기술(IT)을 통해 신선식품의 밸류체인을 수직계열화하고 유통단계를 간소화해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수산물 전문 플랫폼인 ‘삼삼해물’은 바다에서 해물을 채집한 지 33시간 이내에 소비자들에게 배송한다. 돌문어 전복 새우 등의 상품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고, 이번 달 중으로는 고속버스를 활용한 당일배송을 준비 중이다. 나물 전문몰인 ‘나물투데이’는 오전 9시까지 주문 건에 대해 농가에서 직접 받은 질 좋은 나물을 당일 전처리한 후 다음 날까지 배송을 완료한다. 전문가가 선정한 제철 나물 3종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정기구독 서비스도 선보였다.

농축산 전문몰을 이용하는 MZ세대가 늘면서 해당 플랫폼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30대 비중이 33%에 달하는 정육각은 지난해 네이버로부터 100억 원을 투자받았고, 4월에는 바로고, 컬리 등 경쟁사를 제치고 대상의 초록마을을 인수했다. 5월 기준 투자액이 68억 원을 기록한 삼삼해물은 지난해 MZ세대 회원이 전년 대비 약 2.5배 증가해 전체의 40%를 넘었다. 나물투데이는 지난해 백화점4사에 전부 입점해 총 33개의 오프라인 유통 거점을 마련했다. MZ세대 회원이 전체의 약 30%에 이른다.

농축수산물 버티컬 플랫폼들은 전문성과 큐레이션으로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노리며 성장 중이다. 소수의 상품군에 주력하는 대신 전문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품질 좋은 상품을 소량 발굴해 판매하는 큐레이션 방식에 MZ세대가 열광했다. 직장인 강모 씨(27)는 “대형 플랫폼에서는 수많은 상품 중 제대로 된 것을 직접 골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전문몰 상품들은 믿을 수 있는 제품 몇 가지만을 판매해 선택의 수고로움을 덜어준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한 가지 제품군으로 승부하는 버티컬 플랫폼 특성상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출 성장을 위한 품목 확대는 플랫폼 정체성을 잃게 할 위험이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해당 플랫폼들의 고유한 스토리텔링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기존 상품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상품군을 확장하는 등 지속적으로 연구와 관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확장을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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