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결제’ 강제정책에 총대 멘 카카오?…‘카톡앱’ 삭제할까
뉴시스
입력 2022-06-14 14:58 수정 2022-06-14 14:58
‘인앱결제’ 문제를 두고 글로벌 공룡 구글과 국내 간판 정보기술(IT) 사업자인 카카오 사이에 전운이 감도는 모양새다. 카카오 측이 국민 어플리케이션(앱) ‘카카오톡’에서 이달부터 본격 적용된 구글의 결제 정책에 반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양측은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카카오, 카톡 ‘이모티콘 플러스’서 웹 결제 유도?…“웹에서는 더 저렴한 가격”
1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구독 서비스인 ‘이모티콘 플러스’ 등에 카카오 웹사이트 결제시스템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지난 달 말부터 적용했다. 이달부터 구글의 새 결제정책이 본격 시행되는 만큼 인앱결제도 적용하되, 다른 결제 방식까지 마련해 준 것이다.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이모티콘 플러스를 결제할 경우 이용료는 월 5700원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이용료에) 구글 플레이 수수료 15% 포함’이라는 안내와 더불어 붉은 글씨의 공지글로 “웹에서는 월 3900원의 가격으로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웹사이트 결제로 통하는 링크는 이같은 안내글 바로 옆에 마련되어 있다. 카카오가 더 저렴한 결제 방법이 있다고 알려주며 구글플레이의 수수료가 적용되지 않는 다른 결제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유도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구글, 이달부터 ‘인앱결제’ 정책 미준수 시 퇴출 엄포…다른 결제 방식 유도도 금지
구글은 지난 4월1일부터 ‘아웃링크’ 등의 외부 결제 방식을 금지하고 ‘인앱결제’ 또는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 시스템만 허용하는 결제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이달 1일부터는 해당 정책을 준수하지 않는 앱을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특히 구글은 이같은 결제 정책을 발표하며 특정한 경우(실제 상품 구매·온라인 경매·실제 현금 도박 등) 외에는 구글플레이 결제 시스템 이외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자를 유도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카카오톡의 이모티콘 플러스는 예외 사례에 해당되지 않는 만큼 구글이 결제 정책 미준수를 이유로 카카오톡을 구글플레이에서 퇴출할 수 있는 셈이다.
◆카톡, 국내외 月 이용자만 1억명…구글과 정면 대결 될까
하지만 카카오톡에 이같은 결제 시스템이 적용된 지 약 3주 가량이 지났음에도 구글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직 정책이 본격 적용된 초기인 만큼 구글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거나, 카카오톡의 거대한 이용자 규모 등으로 인해 구글도 카카오톡 퇴출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등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톡의 이용자 수를 고려하면 카카오톡 삭제 조치는 구글에게도 상당한 부담이다. 수수료 수익도 무시할 없지만 우리나라의 ‘국민 간판 앱’ 삭제에 따른 국민들의 거센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카카오톡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4743만명으로 집계됐다. 중복 이용자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국민 수와 필적한다. 글로벌 MAU(5336만명)을 합하면 매월 카카오톡 이용자 수만 1억명에 육박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에 대항해 총대를 멘 것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 적용 이후 국내 콘텐츠 업계는 줄줄이 서비스 가격을 높이고 있다. 가장 먼저 웨이브·티빙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과 멜론·플로·바이브 등 음원 플랫폼은 이용권 가격을 10~15% 가량 인상했고, 웹툰·웹소설 플랫폼의 유료 이용권도 20% 비싸졌다.
이같이 구글의 새 결제 정책으로 국내 업계와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자 카카오가 앞장 서서 반기를 든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카카오의 콘텐츠 계열사인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도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안드로이드 앱 내 캐시 가격을 인상한 상태다.
◆카카오 “이용자들에 구매 방법 안내한 것”…‘구글에 반기’ 해석엔 신중
하지만 카카오 측은 이러한 관측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최소 6월 이전에라도 이용자에게 기존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웹 결제 링크를 추가해 지난 5월 말 업데이트를 진행한 것”이라며 “현재 공식적으로 구글에서 연락이나 통보를 받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구독권 가격이 올라가면 구매자가 적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구글이 설정한 ‘앱 퇴출 기한’ 전 이용자들에게 기존 가격으로의 구매 방법을 알려준 것 뿐 ‘구글에 대한 반기’와 같은 의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6월 중순인 현재까지도 카카오는 앱 결제 링크 및 붉은 글씨의 안내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와도 인앱결제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구글이 카카오톡을 ‘본보기’로 삼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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