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령대만 공략하는 ‘버티컬 패션 플랫폼’… 女心 잡다
오승준 기자
입력 2022-04-11 03:00 수정 2022-04-11 03:00
절대 강자 없는 여성 패션 플랫폼… 같은 취향그룹 ‘태그니티’ 마케팅
‘버티컬 커머스’ 전략으로 급성장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보다 나와 ‘핏’ 맞는 브랜드 통하는 시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패션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여성 패션 플랫폼들이 제각기 다른 연령대를 타기팅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다양한 취향으로 세분화된 여성복 시장의 특성과 태그니티(Tag+Community·해시태그 공동체) 마케팅이 특정 카테고리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패션 플랫폼들이 등장하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온라인 플랫폼은 최근 들어 의류, 생활용품, 인테리어 등 특정 분야의 제품만을 깊고 좁게 파고드는 버티컬 커머스를 중심으로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버티컬 커머스 현상은 온라인 여성 패션 부문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무신사라는 절대 강자가 있는 온라인 남성 패션 부문과는 달리 여성 패션 부문은 뚜렷한 1위 없이 연령대별 강자들이 혼재하고 있다. 에이블리(10∼20대), 브랜디(20대 초반), 지그재그(20∼30대), W컨셉(25∼39세), 퀸잇(40∼50대) 등이 연령에 따라 우위를 점하며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들 업체는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부터 사회초년생까지 2030 여성들만을 타기팅한 지그재그는 지난해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했다. 에이블리(7000억 원), W컨셉(3300억 원) 등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다. 최근에는 4050 등 중장년층을 겨냥한 전용 플랫폼 퀸잇 등도 월 거래액 100억 원을 넘기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성 플랫폼이 이렇게 연령대별로 세분화돼 성장하는 것은 탐색적 소비 성향이 강한 여성복 시장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성복 시장 소비자들은 딱 맞는 취향을 발견할 때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찾아간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들은 ‘지속적 탐색 경향’이 있어 평소에도 다양한 쇼핑 플랫폼을 돌아다니며 그 자체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남성들은 구매 전 단계에만 탐색을 시작하는 ‘상황적 탐색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버티컬 패션 플랫폼의 성장에는 같은 관심사와 취향을 공유하는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태그니티 마케팅’이 적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백화점들이 고객들로 하여금 여러 브랜드 중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패션을 직접 선택하게 했다면, 버티컬 패션 플랫폼들은 타깃 연령대에 맞게 큐레이션을 선보인다. 이에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이상향을 따라 제각기 버티컬 플랫폼으로 향하며, 동질적 집단이 모인 플랫폼들에서는 큐레이션의 기능과 마케팅의 전달력이 다시 강화된다.
실제 해외에서도 태그니티 마케팅을 통해 흥행을 거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캐나다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은 ‘오션’이라는 32세 전문직 여성을 페르소나로 설정해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연봉이 1억2000만 원이며 취미는 여행과 운동인 이 여성은 콘도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다. 룰루레몬의 창업자 칩 윌슨은 “우리는 33세나 31세는 신경 쓰지 않았다”며 “룰루레몬은 이 여성 단 한 명을 만족시킨다”고 밝혔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각각 보스턴과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제시’(30·여)와 ‘알렉스’(26·여)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마케팅에 나섰다.
버티컬 플랫폼들이 성장하면서 신규 카테고리 및 타 연령대로 확장할 경우에도 브랜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전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큰 브랜드 하나를 가져가기보다는 타깃층을 세분화한 하위 브랜드를 여럿 내놓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대중성 있는 무난한 브랜드보다 나와 핏(fit)이 맞는 브랜드가 더 통하는 시대다”라고 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버티컬 커머스’ 전략으로 급성장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보다 나와 ‘핏’ 맞는 브랜드 통하는 시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패션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여성 패션 플랫폼들이 제각기 다른 연령대를 타기팅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다양한 취향으로 세분화된 여성복 시장의 특성과 태그니티(Tag+Community·해시태그 공동체) 마케팅이 특정 카테고리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패션 플랫폼들이 등장하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온라인 플랫폼은 최근 들어 의류, 생활용품, 인테리어 등 특정 분야의 제품만을 깊고 좁게 파고드는 버티컬 커머스를 중심으로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버티컬 커머스 현상은 온라인 여성 패션 부문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무신사라는 절대 강자가 있는 온라인 남성 패션 부문과는 달리 여성 패션 부문은 뚜렷한 1위 없이 연령대별 강자들이 혼재하고 있다. 에이블리(10∼20대), 브랜디(20대 초반), 지그재그(20∼30대), W컨셉(25∼39세), 퀸잇(40∼50대) 등이 연령에 따라 우위를 점하며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들 업체는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부터 사회초년생까지 2030 여성들만을 타기팅한 지그재그는 지난해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했다. 에이블리(7000억 원), W컨셉(3300억 원) 등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다. 최근에는 4050 등 중장년층을 겨냥한 전용 플랫폼 퀸잇 등도 월 거래액 100억 원을 넘기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성 플랫폼이 이렇게 연령대별로 세분화돼 성장하는 것은 탐색적 소비 성향이 강한 여성복 시장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성복 시장 소비자들은 딱 맞는 취향을 발견할 때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찾아간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들은 ‘지속적 탐색 경향’이 있어 평소에도 다양한 쇼핑 플랫폼을 돌아다니며 그 자체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남성들은 구매 전 단계에만 탐색을 시작하는 ‘상황적 탐색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버티컬 패션 플랫폼의 성장에는 같은 관심사와 취향을 공유하는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태그니티 마케팅’이 적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백화점들이 고객들로 하여금 여러 브랜드 중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패션을 직접 선택하게 했다면, 버티컬 패션 플랫폼들은 타깃 연령대에 맞게 큐레이션을 선보인다. 이에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이상향을 따라 제각기 버티컬 플랫폼으로 향하며, 동질적 집단이 모인 플랫폼들에서는 큐레이션의 기능과 마케팅의 전달력이 다시 강화된다.
실제 해외에서도 태그니티 마케팅을 통해 흥행을 거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캐나다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은 ‘오션’이라는 32세 전문직 여성을 페르소나로 설정해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연봉이 1억2000만 원이며 취미는 여행과 운동인 이 여성은 콘도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다. 룰루레몬의 창업자 칩 윌슨은 “우리는 33세나 31세는 신경 쓰지 않았다”며 “룰루레몬은 이 여성 단 한 명을 만족시킨다”고 밝혔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각각 보스턴과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제시’(30·여)와 ‘알렉스’(26·여)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마케팅에 나섰다.
버티컬 플랫폼들이 성장하면서 신규 카테고리 및 타 연령대로 확장할 경우에도 브랜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전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큰 브랜드 하나를 가져가기보다는 타깃층을 세분화한 하위 브랜드를 여럿 내놓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대중성 있는 무난한 브랜드보다 나와 핏(fit)이 맞는 브랜드가 더 통하는 시대다”라고 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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