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꼼수 대응’에 인앱결제 공방 2R
김도형 기자
입력 2022-03-24 03:00 수정 2022-03-24 03:00
세계 최초로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시행된 가운데 구글이 실정법을 준수하겠다면서도 법 취지에 어긋나는 결제 정책을 추진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법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법 통과를 놓고 벌어졌던 갈등에 이어 ‘2라운드’ 공방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구동되는 앱 마켓 ‘구글플레이’와 관련한 새로운 결제 정책을 공지했다. 앞으로 앱 개발사들이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또는 앱 내에서 개발자가 제공하는 제3자 결제만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 대신 외부 결제 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는 금지하겠다고 했다. 또 이를 위한 업데이트를 6월 1일까지 진행하지 않으면 앱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인앱결제는 모바일 게임, 웹툰 등의 앱을 이용하면서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 구글,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서만 결제하도록 하고 수수료를 가져가는 결제 방식을 말한다. 2020년 7월에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화하겠다는 정책을 예고하면서 국내에서는 반발이 일었고 이를 막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발의돼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했다. 세부 시행령 마련을 거쳐 이달 15일부터 본격적으로 법이 시행됐다.
구글 측은 법을 준수하기 위해 한국에선 앱 내에서의 개발자 제공 결제를 허용했기 때문에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IT 업계에서는 구글이 법 제정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우선 구글이 아웃링크 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인앱결제 방지법은 다른 결제방식을 접근·사용하는 절차를 어렵거나 불편하게 해서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구글 측에 아웃링크 결제를 금지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이미 전달했고 앱 마켓 운영 방식을 개선하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구글이 한국에 예외적으로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 방안을 내놓은 것 역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3자 결제 방식을 선택해도 수수료율이 최대 26%에 달해 기존 인앱결제 수수료(최대 30%)와 큰 차이가 없다. 결제대행업체(PG), 카드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에 구글이 사실상 인앱결제를 유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방통위가 아직 위법 여부를 판단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은 앱 마켓 수수료로 현재도 수십조 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앞으로 이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개별 국가의 법에 따라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아웃링크 결제를 막는 조치와 관련한 사실 조사에 나설 계획인 가운데 한국이 세계 최초로 미국 빅테크와 벌이고 있는 인앱결제 공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법 제정 취지를 감안하면 구글의 이번 조치가 위법한 것은 분명하지만 구글도 시행령 등의 세부 법리를 면밀히 살피면서 대응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방통위가 사실 조사 이후에 과징금 부과 등에 나서더라도 법정까지 가는 긴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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