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이용객들의 ‘냉방 불만’, 인공지능이 해결해준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7-02 03:00 수정 2021-07-02 14:59
‘열 쾌적감’ 측정 기술에 이목집중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벌써부터 여러 사람이 생활하는 건물과 지하철 등 곳곳에서는 ‘실내온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무실에서는 더위를 잘 타는 사람이 에어컨을 세게 틀면 누군가는 춥다며 다시 온도를 올리는 리모컨 쟁탈전이 일어난다.
지하철처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에선 전쟁이 더 치열하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에 접수된 민원 71만2058건 중 냉난방 관련 민원이 가장 많은 52.6%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실내 온도조절 전쟁을 줄일 다양한 방안들이 연구되고 있다. 같은 열도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한 연구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캐럴 메나사 미국 미시간대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 과학잡지 ‘아메리칸 사이언티스트’에 “사람마다 다른 열 쾌적감(온도에 대한 만족도)을 읽어내면 온도조절 전쟁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용되는 냉난방시스템은 단순히 한 공간을 특정 온도와 습도로 만들어 일정하게 환경을 유지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열 쾌적감은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다 보니 개인별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사람은 온도에 아주 민감한 생물이다. 나이와 성별에 따라 또는 신체 활동, 옷차림, 스트레스 상황에 따라 알맞다고 느끼는 온도가 다 다르다. 무엇보다 온도에 대한 만족도는 건강 외에도 일과 업무 만족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과학자들은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모두가 최대한 만족하는 최적의 온도를 찾아내려 하고 있다. 인간의 반응을 읽어내 온도 조절에 최대한 반영하는 ‘인간 개입’ 알고리즘이 이용된다.
메나사 교수팀은 뇌파 검사를 통해 온도 만족도에 따른 작업 효율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먼저 실내온도와 풍속, 습도, 대사량, 옷의 종류에 따라 열 쾌적감을 평가하는 국제표준인 PMV모델을 이용해 온도에 대한 불만족도가 25%로 올라가도록 환경을 만들었다. 실험 참가자는 이런 환경에서 머리를 평소보다 더 써도 작업 효율이 올라가지 않았다. 열 쾌적감을 만족시키는 최적의 온도만 찾아내면 업무 효율까지도 끌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열 쾌적감을 물어볼 수 없다는 점이다. 한 공간에 있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각자 느끼는 쾌적감의 폭은 점점 넓어진다. 연구팀은 그 대신 피부 온도나 호흡, 심박수처럼 생리적 반응을 측정해 열 쾌적감을 읽어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센서를 이용해 사람들이 만족할 온도를 읽어내는 방식이다. 조영호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손목에 장착하는 시계 형태의 열 쾌적감 측정기를 개발해 2018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하기도 했다.
시계 형태의 측정기는 정확도는 높지만 지하철과 같은 공용 장소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개인별로 장치를 착용하게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상황에선 카메라와 인공지능(AI)을 통해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이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 메나사 교수팀은 적외선 열 카메라를 이용해 사람의 귀와 코, 뺨의 피부 온도를 감지해 열 쾌적감과 관계를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AI에게 이를 학습시켜 얼굴 온도 변화에 따른 개인별 열 쾌적감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게 했다. AI는 얼굴 피부의 온도만으로도 85% 정확도로 열 쾌적감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내온도를 바꿔가며 개인별 열 쾌적감을 파악하면 해당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이 최대로 만족하는 온도를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모두가 만족할 온도를 찾아내 냉난방에 적용하면 사람들의 만족도를 높일 뿐 아니라 잦은 온도조절을 피할 수 있어 에너지 절감 효과도 크다. 정우영 미국 퍼시픽 노스웨스턴 국립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2019년 국제학술지 ‘응용 에너지’에 인간 개입 냉난방시스템에 대해 평가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정 연구원은 “인간 개입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열 쾌적감이 평균 20% 높아지면서 동시에 에너지는 20%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메나사 교수는 “편안한 온도의 환경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준다”며 “거주자는 환경에 대해 만족하며 건강 개선이 이뤄지고, 기업이나 가정 또한 내부 거주자의 동기 부여와 생산성 향상 혜택을 누리며 에너지 또한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같은 온도에서도 사람들이 느끼는 쾌적감은 건강 상태나 옷차림 차이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피부 온도를 측정해 쾌적감 정도를 알아내면 냉난방 제어에 활용할 수 있다. 위스콘신매디슨대 제공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벌써부터 여러 사람이 생활하는 건물과 지하철 등 곳곳에서는 ‘실내온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무실에서는 더위를 잘 타는 사람이 에어컨을 세게 틀면 누군가는 춥다며 다시 온도를 올리는 리모컨 쟁탈전이 일어난다.
지하철처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에선 전쟁이 더 치열하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에 접수된 민원 71만2058건 중 냉난방 관련 민원이 가장 많은 52.6%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실내 온도조절 전쟁을 줄일 다양한 방안들이 연구되고 있다. 같은 열도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한 연구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캐럴 메나사 미국 미시간대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 과학잡지 ‘아메리칸 사이언티스트’에 “사람마다 다른 열 쾌적감(온도에 대한 만족도)을 읽어내면 온도조절 전쟁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용되는 냉난방시스템은 단순히 한 공간을 특정 온도와 습도로 만들어 일정하게 환경을 유지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열 쾌적감은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다 보니 개인별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사람은 온도에 아주 민감한 생물이다. 나이와 성별에 따라 또는 신체 활동, 옷차림, 스트레스 상황에 따라 알맞다고 느끼는 온도가 다 다르다. 무엇보다 온도에 대한 만족도는 건강 외에도 일과 업무 만족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과학자들은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모두가 최대한 만족하는 최적의 온도를 찾아내려 하고 있다. 인간의 반응을 읽어내 온도 조절에 최대한 반영하는 ‘인간 개입’ 알고리즘이 이용된다.
메나사 교수팀은 뇌파 검사를 통해 온도 만족도에 따른 작업 효율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먼저 실내온도와 풍속, 습도, 대사량, 옷의 종류에 따라 열 쾌적감을 평가하는 국제표준인 PMV모델을 이용해 온도에 대한 불만족도가 25%로 올라가도록 환경을 만들었다. 실험 참가자는 이런 환경에서 머리를 평소보다 더 써도 작업 효율이 올라가지 않았다. 열 쾌적감을 만족시키는 최적의 온도만 찾아내면 업무 효율까지도 끌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열 쾌적감을 물어볼 수 없다는 점이다. 한 공간에 있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각자 느끼는 쾌적감의 폭은 점점 넓어진다. 연구팀은 그 대신 피부 온도나 호흡, 심박수처럼 생리적 반응을 측정해 열 쾌적감을 읽어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센서를 이용해 사람들이 만족할 온도를 읽어내는 방식이다. 조영호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손목에 장착하는 시계 형태의 열 쾌적감 측정기를 개발해 2018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하기도 했다.
시계 형태의 측정기는 정확도는 높지만 지하철과 같은 공용 장소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개인별로 장치를 착용하게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상황에선 카메라와 인공지능(AI)을 통해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이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 메나사 교수팀은 적외선 열 카메라를 이용해 사람의 귀와 코, 뺨의 피부 온도를 감지해 열 쾌적감과 관계를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AI에게 이를 학습시켜 얼굴 온도 변화에 따른 개인별 열 쾌적감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게 했다. AI는 얼굴 피부의 온도만으로도 85% 정확도로 열 쾌적감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내온도를 바꿔가며 개인별 열 쾌적감을 파악하면 해당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이 최대로 만족하는 온도를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모두가 만족할 온도를 찾아내 냉난방에 적용하면 사람들의 만족도를 높일 뿐 아니라 잦은 온도조절을 피할 수 있어 에너지 절감 효과도 크다. 정우영 미국 퍼시픽 노스웨스턴 국립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2019년 국제학술지 ‘응용 에너지’에 인간 개입 냉난방시스템에 대해 평가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정 연구원은 “인간 개입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열 쾌적감이 평균 20% 높아지면서 동시에 에너지는 20%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메나사 교수는 “편안한 온도의 환경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준다”며 “거주자는 환경에 대해 만족하며 건강 개선이 이뤄지고, 기업이나 가정 또한 내부 거주자의 동기 부여와 생산성 향상 혜택을 누리며 에너지 또한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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