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슈트처럼 몸에 착 붙는 인공근육, 1500배 무게도 ‘번쩍’
대전=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6-18 03:00 수정 2021-06-18 14:58
‘2세대 웨어러블로봇’ 기술의 진화
영화 아이언맨의 기계옷처럼 다소 거추장스럽게 보였던 웨어러블로봇이 옷처럼 가볍고 간편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활과 고령자를 위한 보조로봇 수요가 늘고 비대면 방식이 선호되면서 혼자서도 쉽게 입는 웨어러블로봇 기술이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기계연은 근육 옷감의 소재로 니켈과 티타늄 합금으로 이뤄진 형상기억합금을 택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4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굵기의 형상기억합금을 스프링 형태의 실로 만든 뒤 이 실을 엮어 근육 옷감을 짰다. 손바닥 크기만 한 근육 옷감의 무게는 6.6g 정도지만 1500배가 넘는 10kg을 들어 올릴 수 있다. 박 책임연구원은 “몸의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운동하듯이 근육 옷감도 형상기억합금에 전류가 흐르면 근육처럼 수축하며 힘을 낸다”고 설명했다.
소프트 웨어러블로봇의 소재로 형상기억합금을 사용한 건 기계연이 세계 최초다. 형상기억합금은 열이나 전류를 가하면 줄어들지만, 온도가 떨어지면 본래의 형태로 다시 돌아가는 성질을 갖고 있다. 온도에 따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특성 덕분에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았지만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박 책임연구원은 “사람의 근육은 완전히 구부리면 40% 이상 수축했다가 원하면 곧바로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며 “형상기억합금은 전류를 흘려 수축시킨 뒤 원래 상태로 돌아오려면 온도가 떨어져야 하는데 여기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연구진은 우선 근육 실의 두께를 얇게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동일한 면적의 근육 옷감을 만들어도 표면적이 넓어져 빨리 식는다. 실을 용수철 모양으로 꼰 것도 냉각 속도를 높이기 위해 수차례 시험한 결과 최적의 구조를 찾은 것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처음에 500μm 두께의 형상기억합금으로 근육 옷감을 만들었을 때는 수축했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데 25초가 걸려 너무 느렸다”며 “40μm까지 두께를 줄여서 근육 실을 2000가닥쯤 사용했더니 2초 정도로 확 줄었다”고 말했다.
근육 옷감은 180g의 휴대용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달고 1시간에 3.3A(암페어)의 전기를 흘릴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을 마쳤다. 박 책임연구원은 “소프트 웨어러블로봇의 성능은 구동 속도에 달린 만큼 근육 실의 두께를 10μm까지 줄여 수축과 이완 속도를 더 높일 계획”이라며 “이 정도 수준이면 신속하게 화재 현장을 진압해야 하는 소방관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로봇 시장은 2021년 4억9900만 달러(약 5580억 원)에서 2026년 33억4000만 달러(약 3조7358억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빠른 성장세의 중심에는 옷처럼 가볍고 부드러워 혼자서도 입기 쉬운 소프트 웨어러블로봇이 있다. 의료기기 스타트업인 리워크 로보틱스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뇌중풍 환자의 보행을 돕는 재활용 소프트 웨어러블로봇인 ‘리스토어(Restore)’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소프트 웨어러블로봇이 FDA의 허가를 받은 건 리스토어가 처음이다.
리스토어는 종아리를 감싸는 토시 형태여서 물리치료사의 도움 없이 환자 스스로 착용하고 재활 운동을 할 수 있다. 힘은 세지만 크고 무겁고 딱딱한 외골격(엑소스켈리턴) 로봇인 ‘아이언맨 슈트’가 1세대 웨어러블로봇이라면 옷처럼 편안하게 직물로 만들어져 가볍고 부드러운 ‘스파이더맨 슈트’가 2세대 웨어러블로봇인 셈이다.
소프트 엑소슈트를 개발한 코너 월시 교수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스’ 2월 3일자에 “소프트 웨어러블로봇의 핵심은 첨단 기술이 가미된 섬유”라며 “섬유가 로봇의 센서이자 구동기 역할까지 맡는다”고 밝혔다.
대전=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한국기계연구원이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해 개발한 근육 옷감. 마네킹에 근육 옷감을 입히고 아령을 드는 동작을 시험 중이다. 한국기계연구원 제공
15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기계연구원에 마련된 로봇 시연장. 팔과 어깨에 검은색 멜빵을 착용한 마네킹이 아령을 왼손에 쥐고 천천히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쇠로 만든 2kg짜리 아령은 한눈에 봐도 묵직해 보였다. 마네킹이 착용한 검은색 멜빵의 정체는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든 인공 근육. 박철훈 책임연구원은 “인간의 근육을 모방한 ‘근육 옷감’을 마네킹에 입혔다”며 “미래형 웨어러블로봇인 소프트 웨어러블로봇(입는 로봇)의 프로토타입”이라고 설명했다.영화 아이언맨의 기계옷처럼 다소 거추장스럽게 보였던 웨어러블로봇이 옷처럼 가볍고 간편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활과 고령자를 위한 보조로봇 수요가 늘고 비대면 방식이 선호되면서 혼자서도 쉽게 입는 웨어러블로봇 기술이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6.6g 근육 옷감이 10kg 들어 올려
기계연은 근육 옷감의 소재로 니켈과 티타늄 합금으로 이뤄진 형상기억합금을 택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4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굵기의 형상기억합금을 스프링 형태의 실로 만든 뒤 이 실을 엮어 근육 옷감을 짰다. 손바닥 크기만 한 근육 옷감의 무게는 6.6g 정도지만 1500배가 넘는 10kg을 들어 올릴 수 있다. 박 책임연구원은 “몸의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운동하듯이 근육 옷감도 형상기억합금에 전류가 흐르면 근육처럼 수축하며 힘을 낸다”고 설명했다.
소프트 웨어러블로봇의 소재로 형상기억합금을 사용한 건 기계연이 세계 최초다. 형상기억합금은 열이나 전류를 가하면 줄어들지만, 온도가 떨어지면 본래의 형태로 다시 돌아가는 성질을 갖고 있다. 온도에 따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특성 덕분에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았지만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박 책임연구원은 “사람의 근육은 완전히 구부리면 40% 이상 수축했다가 원하면 곧바로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며 “형상기억합금은 전류를 흘려 수축시킨 뒤 원래 상태로 돌아오려면 온도가 떨어져야 하는데 여기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연구진은 우선 근육 실의 두께를 얇게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동일한 면적의 근육 옷감을 만들어도 표면적이 넓어져 빨리 식는다. 실을 용수철 모양으로 꼰 것도 냉각 속도를 높이기 위해 수차례 시험한 결과 최적의 구조를 찾은 것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처음에 500μm 두께의 형상기억합금으로 근육 옷감을 만들었을 때는 수축했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데 25초가 걸려 너무 느렸다”며 “40μm까지 두께를 줄여서 근육 실을 2000가닥쯤 사용했더니 2초 정도로 확 줄었다”고 말했다.
근육 옷감은 180g의 휴대용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달고 1시간에 3.3A(암페어)의 전기를 흘릴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을 마쳤다. 박 책임연구원은 “소프트 웨어러블로봇의 성능은 구동 속도에 달린 만큼 근육 실의 두께를 10μm까지 줄여 수축과 이완 속도를 더 높일 계획”이라며 “이 정도 수준이면 신속하게 화재 현장을 진압해야 하는 소방관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언맨 슈트’에서 ‘스파이더맨 슈트’로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로봇 시장은 2021년 4억9900만 달러(약 5580억 원)에서 2026년 33억4000만 달러(약 3조7358억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빠른 성장세의 중심에는 옷처럼 가볍고 부드러워 혼자서도 입기 쉬운 소프트 웨어러블로봇이 있다. 의료기기 스타트업인 리워크 로보틱스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뇌중풍 환자의 보행을 돕는 재활용 소프트 웨어러블로봇인 ‘리스토어(Restore)’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소프트 웨어러블로봇이 FDA의 허가를 받은 건 리스토어가 처음이다.
리스토어는 종아리를 감싸는 토시 형태여서 물리치료사의 도움 없이 환자 스스로 착용하고 재활 운동을 할 수 있다. 힘은 세지만 크고 무겁고 딱딱한 외골격(엑소스켈리턴) 로봇인 ‘아이언맨 슈트’가 1세대 웨어러블로봇이라면 옷처럼 편안하게 직물로 만들어져 가볍고 부드러운 ‘스파이더맨 슈트’가 2세대 웨어러블로봇인 셈이다.
미국 하버드대 바이오디자인랩이 만든 ‘소프트 엑소슈트’. 소프트 엑소슈트는 웨어러블로봇 개발에서 옷처럼 가볍고 활동하기 편한 ‘스파이더맨 슈트’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버드대 제공
리스토어는 2세대 웨어러블로봇 개발에서 가장 앞선 미국 하버드대 바이오디자인랩이 공동 개발했다. 바이오디자인랩은 레깅스처럼 다리에 달라붙는 ‘소프트 엑소슈트(Soft Exosuit)’를 2014년 처음 공개했다. 2019년에는 반바지 형태로 만들어 걷거나 달릴 때 와이어 길이가 자동으로 조절되면서 힘을 덜어주는 엑소슈트를 선보였다. 엑소슈트 전체 무게는 5kg이다. 시험 결과 엑소슈트를 입고 걸을 때는 대사량을 9.3%, 달릴 때는 대사량을 4%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소프트 엑소슈트를 개발한 코너 월시 교수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스’ 2월 3일자에 “소프트 웨어러블로봇의 핵심은 첨단 기술이 가미된 섬유”라며 “섬유가 로봇의 센서이자 구동기 역할까지 맡는다”고 밝혔다.
대전=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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