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끼리끼리…“압축성장 IT기업, 조직은 꼰대 수준”
김성모 기자 , 이건혁 기자 , 신동진 기자
입력 2021-06-02 03:00 수정 2021-06-02 03:19
젊은 이미지와 상반된 조직문화 갈등
네이버, 괴롭힘 관련 2명 직무정지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직장 내 괴롭힘, 소통 부재 등 조직 내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말 네이버의 한 직원이 업무상 스트레스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숨졌다. 회사 내에선 이 직원의 상사인 A 책임리더가 개발자들에게 엎드려뻗쳐를 시키는 등 강압적인 업무 분위기가 강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네이버는 1일 회사의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이 사건을 조사한 뒤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A 책임리더와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직무정지를 권고했고 한성숙 대표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IT 업계에선 네이버에서 벌어진 사건이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단기간에 압축 성장하면서 조직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IT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사례라는 견해가 많다. IT 기업의 직원들은 업계에 대해 “회사가 사람으로 치면 딱 ‘30대 후반 꼰대’ 같다”, “소통이 강점이었는데 요즘 보면 의문이 든다”고 평가했다.
IT 업계의 이 같은 문화는 승자가 독식하는 시장 환경 영향이 크다. 개발자 등 조직원들에게 단시간 내 성과를 내도록 몰아붙이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데 따른 것이다. 30대 스타트업 관계자는 “IT 회사들이 워라밸이 좋다곤 하지만 1등만 살아남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버티기 위해선 개발자 등의 특정 부서에 업무 부담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성과 압박과 스트레스가 강하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2월 카카오에선 한 직원이 회사의 평가 시스템에 따른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 소동이 일기도 했다. 평가 과정에서 ‘함께 일하기 싫은 직원을 꼽으라’는 항목에 답하도록 한 것이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이 회사 내에서 터져 나왔다. 이런 일을 겪은 뒤에도 회사가 일부 직원들에게만 고급 호텔 숙박권을 지급하는 선별 복지 혜택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 반발이 다시 터져 나왔다. 게임사 넥슨은 업무 재배치를 기다리는 직원들에게 임금을 삭감하고 대기 명령을 내려 논란이 일었다.
회사의 주축인 개발자 사회의 분위기가 회사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개발자 인력 풀이 좁다 보니 서로 ‘형’ ‘동생’으로 부르는 친분관계에 따라 ‘끼리끼리 문화’가 많다고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폐쇄적이고 수직적·억압적인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한 IT 업체 직원은 “학연, 혈연, 아니면 하다못해 과거 같은 직장에 다녔다는 ‘직연(職緣)’이라도 있어야 버틸 수 있다”며 “개발자 사회가 좁다 보니 상사에게 찍히면 사내 평가나 이직 시 평판에서 손해를 많이 보게 된다. 조직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했다.
IT 업계에선 “얘기되는 프로젝트에 들어가려면 임원 라인을 잘 타야 한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온다. IT 기업을 다니다 스타트업을 창업한 A 씨는 “IT 업계에서는 학력이 곧 실력”이라며 “피 말리는 경쟁에서 당장 생존이 급하니 이미 검증되고 잘 아는 친구를 쓸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회사가 외형은 커졌지만 인사, 평가 등 조직 운영은 아직 사업 초기 스타트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카카오 계열사 직원은 “대기업에서 이직해 올 땐 기대가 컸는데, 생각보다 평가나 보상이 투명하지 못한 느낌”이라며 “연차별 인상률, 평가등급 등 기준도 뚜렷하지 않고 연봉 책정이 조직 리더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된다”고 했다.
정명호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한국인사조직학회장)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축으로 부상하면서 이제는 충분한 보상만으론 부족하고 제대로 소통하고 알려줬는지 등 ‘상호작용 공정성’도 중요시하는 분위기다”라며 “더 거세질 ‘조직 민주주의’ 요구에 IT 기업들도 제대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모 mo@donga.com·이건혁·신동진 기자
네이버, 괴롭힘 관련 2명 직무정지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직장 내 괴롭힘, 소통 부재 등 조직 내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말 네이버의 한 직원이 업무상 스트레스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숨졌다. 회사 내에선 이 직원의 상사인 A 책임리더가 개발자들에게 엎드려뻗쳐를 시키는 등 강압적인 업무 분위기가 강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네이버는 1일 회사의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이 사건을 조사한 뒤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A 책임리더와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직무정지를 권고했고 한성숙 대표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IT 업계에선 네이버에서 벌어진 사건이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단기간에 압축 성장하면서 조직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IT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사례라는 견해가 많다. IT 기업의 직원들은 업계에 대해 “회사가 사람으로 치면 딱 ‘30대 후반 꼰대’ 같다”, “소통이 강점이었는데 요즘 보면 의문이 든다”고 평가했다.
IT 업계의 이 같은 문화는 승자가 독식하는 시장 환경 영향이 크다. 개발자 등 조직원들에게 단시간 내 성과를 내도록 몰아붙이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데 따른 것이다. 30대 스타트업 관계자는 “IT 회사들이 워라밸이 좋다곤 하지만 1등만 살아남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버티기 위해선 개발자 등의 특정 부서에 업무 부담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성과 압박과 스트레스가 강하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IT업계 내부 “주요 프로젝트 맡으려면 임원라인 잘 타야”
2월 카카오에선 한 직원이 회사의 평가 시스템에 따른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 소동이 일기도 했다. 평가 과정에서 ‘함께 일하기 싫은 직원을 꼽으라’는 항목에 답하도록 한 것이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이 회사 내에서 터져 나왔다. 이런 일을 겪은 뒤에도 회사가 일부 직원들에게만 고급 호텔 숙박권을 지급하는 선별 복지 혜택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 반발이 다시 터져 나왔다. 게임사 넥슨은 업무 재배치를 기다리는 직원들에게 임금을 삭감하고 대기 명령을 내려 논란이 일었다.
회사의 주축인 개발자 사회의 분위기가 회사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개발자 인력 풀이 좁다 보니 서로 ‘형’ ‘동생’으로 부르는 친분관계에 따라 ‘끼리끼리 문화’가 많다고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폐쇄적이고 수직적·억압적인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한 IT 업체 직원은 “학연, 혈연, 아니면 하다못해 과거 같은 직장에 다녔다는 ‘직연(職緣)’이라도 있어야 버틸 수 있다”며 “개발자 사회가 좁다 보니 상사에게 찍히면 사내 평가나 이직 시 평판에서 손해를 많이 보게 된다. 조직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했다.
IT 업계에선 “얘기되는 프로젝트에 들어가려면 임원 라인을 잘 타야 한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온다. IT 기업을 다니다 스타트업을 창업한 A 씨는 “IT 업계에서는 학력이 곧 실력”이라며 “피 말리는 경쟁에서 당장 생존이 급하니 이미 검증되고 잘 아는 친구를 쓸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회사가 외형은 커졌지만 인사, 평가 등 조직 운영은 아직 사업 초기 스타트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카카오 계열사 직원은 “대기업에서 이직해 올 땐 기대가 컸는데, 생각보다 평가나 보상이 투명하지 못한 느낌”이라며 “연차별 인상률, 평가등급 등 기준도 뚜렷하지 않고 연봉 책정이 조직 리더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된다”고 했다.
정명호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한국인사조직학회장)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축으로 부상하면서 이제는 충분한 보상만으론 부족하고 제대로 소통하고 알려줬는지 등 ‘상호작용 공정성’도 중요시하는 분위기다”라며 “더 거세질 ‘조직 민주주의’ 요구에 IT 기업들도 제대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모 mo@donga.com·이건혁·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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