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작곡 자장가 듣고 우리 아이들이 잠든다… 꿈같은 얘기가 현실로
임희윤 기자
입력 2021-04-13 03:00 수정 2021-04-13 04:06
국내 최초 인공지능 자장가 앨범 만든 업보트엔터테인먼트 르포
어린이용 음악, 선율-구조 단순… AI, 딥러닝 통해 빠르게 인간 추월
조율-재편곡은 아직 인간 손길 필요… 배경음악 작곡 1, 2년내 인간 대체
‘1인 자장가’ 선물시대도 곧 올 것
‘쉿! 귀여운 아기야/울타리를 넘어서/밤하늘을 날아가/은하수를 안아….’
다정한 여성의 노래, 영롱한 마림바 화음, 노곤한 템포로 쓸려오는 풍경(風磬) 음향…. 비까지 온 12일 오후, 취재 중에 음악 듣다 깜빡 잠들 뻔했다. 문제의 노래는 ‘아기 양의 Hush Little Baby’.
인간 작곡가의 곡이 아니다.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AI) 자장가 앨범 ‘아기동물 자장가 모음집’(8일 발표)에 실린 노래. 즉, AI가 작곡한 자장가다.
“간단한 배경음악 작곡 시장은 당장 1, 2년 내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준에 와 있습니다. 머잖아 자장가 작곡 시장 역시 그렇게 가리라 봅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의 사무실에서 만난 문중철 업보트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가 말했다. AI 자장가는 이 회사의 인공지능 사업부가 지니뮤직, CJ ENM 애니메이션사업부와 협업해 만들어냈다.
지난해 9월 발표한 AI 동요가 출발점이다. 인기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의 캐릭터가 부르는 ‘할로윈이야’ ‘층간소음송’은 기계가 지었다고는 믿기 힘든 수준. 선율과 구성 모두 개성, 재치, 중독성이 충만하다. 지니뮤직에 따르면 AI 동요 앨범 5편의 재생 횟수는 총 21만 건에 달한다. 인류의 아이들이 AI의 노래에 맞춰 춤추고 잠드는 꿈같은 이야기는 이미 현실인 셈이다.
AI는 어떻게 인간을 재우는 노래를 만들어낼까. 업보트는 2019년 6월 AI 작곡 프로그램 AISM(아이즘·Artificial Intelligence System of Music)을 개발했다. 아이즘은 먼저 클래식 속 자장가, 한국과 미국의 전래동요를 딥러닝하며 준비운동을 했다. 이제 그에게 모차르트의 ‘반짝 반짝 작은 별 변주곡’ 같은 참고 음악을 제시하면 아이즘은 원곡과 조금 유사한 버전 100곡, 중간쯤 유사한 100곡, 매우 유사한 100곡을 만든다. 이렇게 작곡한 300곡을 놓고 다수의 작곡가와 의뢰인이 모여 최상의 버전을 선정한다.
AI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다. 인간의 손길이 필수다. 업보트의 양호영 프로듀서는 “8비트 고전 게임 음악과 유사한 형태로 아이즘이 생성한 곡을 놓고 인간이 멜로디 일부를 다듬고 재편곡한다”고 설명했다. ‘아기 양의 Hush Little Baby’의 경우 클래식 연주자가 마림바를 연주하고 인간 가수가 노래를 불러 완성했다. 기자가 들어본 AI의 초벌 작곡물은 선율이 분절되고 기계적이며 조악했다.
어린이용 음악은 AI가 빠르게 인간을 추월할 분야다. 선율과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 양 프로듀서는 “자장가의 경우, ‘1도-4도-5도-4도’의 장조 화성 진행, 분당 박자 수 60∼80의 느린 템포 등 공식이 있는 편”이라며 “하지만 결과물이 인간의 감각과 감성을 반드시 움직여야 하므로 철저한 모니터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최소 10명의 실제 아기들에게 들려줘 가장 기분 좋게 잠이 드는 자장가를 선별한다.
인간의 잠을 기계가 제어한다고 상상하면 좀 섬뜩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문 대표는 “컴퓨터음악이 처음 생겼을 때 인간의 창작력이 고갈되거나 대체될 거라는 염려가 있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작곡가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곡을 쉽고 직관적이며 감성적으로 써낸다”고 말했다.
개발자들의 다음 목표는 AI의 도움으로 비전문가도 쉽게 작곡하는 프로그램을 상용화하는 것이다. “‘편안한’ ‘열정적인’ 같은 키워드를 텍스트로 입력창에 쳐 넣는 것만으로 작곡을 할 수 있고, 엄마가 우리 아기만을 위한 하나뿐인 자장가를 만들어 선물하는 시대가 곧 올 것입니다.”(문 대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어린이용 음악, 선율-구조 단순… AI, 딥러닝 통해 빠르게 인간 추월
조율-재편곡은 아직 인간 손길 필요… 배경음악 작곡 1, 2년내 인간 대체
‘1인 자장가’ 선물시대도 곧 올 것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업보트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양호영 프로듀서가 인공지능(AI) 작곡 과정을 설명했다. 문중철 업보트 최고경영자(CEO)는 “작곡가의 개념, 작곡의 형태가 바뀔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기보다 인간이 기계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다정한 여성의 노래, 영롱한 마림바 화음, 노곤한 템포로 쓸려오는 풍경(風磬) 음향…. 비까지 온 12일 오후, 취재 중에 음악 듣다 깜빡 잠들 뻔했다. 문제의 노래는 ‘아기 양의 Hush Little Baby’.
인간 작곡가의 곡이 아니다.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AI) 자장가 앨범 ‘아기동물 자장가 모음집’(8일 발표)에 실린 노래. 즉, AI가 작곡한 자장가다.
“간단한 배경음악 작곡 시장은 당장 1, 2년 내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준에 와 있습니다. 머잖아 자장가 작곡 시장 역시 그렇게 가리라 봅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의 사무실에서 만난 문중철 업보트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가 말했다. AI 자장가는 이 회사의 인공지능 사업부가 지니뮤직, CJ ENM 애니메이션사업부와 협업해 만들어냈다.
지난해 9월 발표한 AI 동요가 출발점이다. 인기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의 캐릭터가 부르는 ‘할로윈이야’ ‘층간소음송’은 기계가 지었다고는 믿기 힘든 수준. 선율과 구성 모두 개성, 재치, 중독성이 충만하다. 지니뮤직에 따르면 AI 동요 앨범 5편의 재생 횟수는 총 21만 건에 달한다. 인류의 아이들이 AI의 노래에 맞춰 춤추고 잠드는 꿈같은 이야기는 이미 현실인 셈이다.
AI는 어떻게 인간을 재우는 노래를 만들어낼까. 업보트는 2019년 6월 AI 작곡 프로그램 AISM(아이즘·Artificial Intelligence System of Music)을 개발했다. 아이즘은 먼저 클래식 속 자장가, 한국과 미국의 전래동요를 딥러닝하며 준비운동을 했다. 이제 그에게 모차르트의 ‘반짝 반짝 작은 별 변주곡’ 같은 참고 음악을 제시하면 아이즘은 원곡과 조금 유사한 버전 100곡, 중간쯤 유사한 100곡, 매우 유사한 100곡을 만든다. 이렇게 작곡한 300곡을 놓고 다수의 작곡가와 의뢰인이 모여 최상의 버전을 선정한다.
AI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다. 인간의 손길이 필수다. 업보트의 양호영 프로듀서는 “8비트 고전 게임 음악과 유사한 형태로 아이즘이 생성한 곡을 놓고 인간이 멜로디 일부를 다듬고 재편곡한다”고 설명했다. ‘아기 양의 Hush Little Baby’의 경우 클래식 연주자가 마림바를 연주하고 인간 가수가 노래를 불러 완성했다. 기자가 들어본 AI의 초벌 작곡물은 선율이 분절되고 기계적이며 조악했다.
어린이용 음악은 AI가 빠르게 인간을 추월할 분야다. 선율과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 양 프로듀서는 “자장가의 경우, ‘1도-4도-5도-4도’의 장조 화성 진행, 분당 박자 수 60∼80의 느린 템포 등 공식이 있는 편”이라며 “하지만 결과물이 인간의 감각과 감성을 반드시 움직여야 하므로 철저한 모니터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최소 10명의 실제 아기들에게 들려줘 가장 기분 좋게 잠이 드는 자장가를 선별한다.
인간의 잠을 기계가 제어한다고 상상하면 좀 섬뜩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문 대표는 “컴퓨터음악이 처음 생겼을 때 인간의 창작력이 고갈되거나 대체될 거라는 염려가 있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작곡가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곡을 쉽고 직관적이며 감성적으로 써낸다”고 말했다.
개발자들의 다음 목표는 AI의 도움으로 비전문가도 쉽게 작곡하는 프로그램을 상용화하는 것이다. “‘편안한’ ‘열정적인’ 같은 키워드를 텍스트로 입력창에 쳐 넣는 것만으로 작곡을 할 수 있고, 엄마가 우리 아기만을 위한 하나뿐인 자장가를 만들어 선물하는 시대가 곧 올 것입니다.”(문 대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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