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아니오로만 답하라”…美 IT CEO들, 청문회서 진땀 뺀 사연
이은택기자
입력 2021-03-26 15:42 수정 2021-03-26 15:50
왼쪽부터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잭 도시 트위터 CEO. 사진 뉴시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수장들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가짜 뉴스 확산에 대해 거센 질타를 받고 진땀을 뺐다. 의원들이 “예, 아니오로 답하라”고 다그치자 일부 최고경영자(CEO)는 불만을 나타냈다.
미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는 25일(현지 시간) ‘극단주의 및 허위정보 조장과 소셜미디어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화상 청문회를 열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잭 도시 트위터 CEO가 참석했다.
의원들은 5시간 동안 이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 감염증(코로나19) 가짜 뉴스, 인종차별 증오 표현, 미 의회 난입을 선동한 극단주의 단체들의 게시물이 소셜미디어에 확산된 경위와 책임을 따졌다.
의원들은 CEO에게 1월 6일 일어난 미 의회 폭동에 “당신들의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질타하며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고 압박했다. 도시 CEO는 세 CEO 중 유일하게 “네”라고 답했다. 외신은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의 수장 중 처음으로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을 인정한 발언이었다고 전했다. 피차이 CEO는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복잡한 질문”이라며 즉답을 피했고, 저커버그 CEO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하원 통신기술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마이크 도일 의원은 “그날의 공격과 선동은 당신들의 플랫폼에서 시작됐고 자라났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가짜 뉴스가 확산된 데 대해서도 “당신들이 확산을 막을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질타가 이어지자 도시 CEO는 청문회 도중 자신의 트위터에 ‘?’와 함께 ‘예-아니오 중 하나를 고르라’는 투표를 올려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 CNN은 이날 청문회가 마치 의원들과 CEO들의 ‘결투’ 같았다면서 “의원들은 CEO들이 거만한 태도로 답변을 회피한다고 비난했고, CEO들은 화를 참는 것 같아 보였다”고 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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