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향 소통하니 게임 재미가 ‘쏠쏠’

이호재 기자

입력 2020-12-22 03:00 수정 2020-12-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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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RPG 성공 요인 알아보니…
유튜브로 게이머들과 소통… 불만과 질문에 실시간 대응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게임 공략 방법까지 알려줘
의견 빠르게 반영되자 인기… 해외서도 ‘소통 방식’ 통해


국산 모바일 롤플레잉게임(RPG) ‘에픽세븐’의 유튜브 진행자는 유저들의 불만 사항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자의 자택에 직접 찾아가 질의응답을 했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제공
“저는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의 이상훈 실장의 자택 앞에 나와 있습니다. 그럼 직접 만나서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물어보겠습니다.”

올해 4월 국산 모바일 롤플레잉게임(RPG) ‘에픽세븐’의 유튜브 채널 진행자는 늦은 밤 이 게임의 개발자 집을 찾았다. 이날 게임에 새로운 미션을 추가한 업데이트가 이뤄진 뒤 유저들 사이에서 “불편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자 생방송으로 바로 질문을 하러 간 것. 결국 진행자와 카메라가 개발자의 집 안까지 들어갔고 “빠르게 개선하겠다”는 답을 받아냈다. 생방송을 본 유저들은 “불만에 대한 반응을 빨리 전해줘 고맙다” “화를 내는 대신 게임을 하러 가야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게임 업계에서 소통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만큼 게이머들은 각종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즉시 게임 회사에 불만 사항을 제기한다.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오류 사항이 올라오기 때문에 게임 회사들이 커뮤니티를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다. 게임 유저가 주로 10, 20대인 것을 고려해 유튜브를 소통 창구로 삼기도 한다.

에픽세븐은 2018년 8월 나온 직후 한 유저가 게임을 해킹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게임의 유료 아이템을 환불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졌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비스를 종료해 달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게임을 개발한 슈퍼크리에이티브의 김형석 강기현 공동대표가 오프라인 유저 간담회를 열고 직접 해명에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에픽세븐은 유튜브 채널에 게임 전문 유튜버를 진행자로 섭외하고, 매주 개발자들이 출연해 유저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했다. 게임 공략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도 풀어놓았다. 게임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았고 국내 다운로드 수가 500만 회를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일본 등 해외에 진출할 때도 이런 소통 방식으로 매출을 빠르게 끌어올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는 9일 ‘7000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권익훈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본부장은 “게임은 유저들마다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다르고 트렌드에 민감해 유저의 관심을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며 “해외 유저들을 위한 글로벌 채널도 1만 명 이상이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다른 게임 회사들도 유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넷마블은 유튜브를 통해 신작 게임 ‘세븐나이츠’ 성우들이 게임에 대해 소개하고 유저들의 질문에 답했다. 넥슨은 올해 7월 ‘바람의 나라: 연’을 내놓은 뒤 게임 내 오류 논란에 직면하자 개발자가 직접 유튜브에 출연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리니지 2M’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유저들이 요구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를 통해서도 게임 회사와 유저가 만나고 있다. 공지사항을 통해 업데이트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비판을 받자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유저들의 의견이 빠르고 비중 있게 반영되는 한국 게임의 특성이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시나리오나 컴퓨터그래픽(CG) 수준이 높은 상위권 게임 간의 승부를 가르는 건 유저들을 충분하고 신속하게 만족시키는지 여부”라며 “해외 게임 회사도 국내 업체들의 소통 방식을 따라하려 한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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