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제재 속 화웨이, 중저가폰 브랜드 ‘아너’ 매각

뉴시스

입력 2020-11-17 11:31 수정 2020-11-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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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참여 컨소시엄 아너 매각
화웨이 "아너 구하기 위해 산업체인이 개시한 자구책"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제재’로 위기에 몰린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Honor·중국명 榮耀)’를 30여개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17일 화웨이는 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아너와 그 공급업자들의 지속적인 존재를 위해 화웨이는 아너의 업무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면서 “인수자는 ‘선전시 즈신 뉴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 유한공사(중국명 智信新信息技術 이하)’”라고 발표했다.


◇인수자는 선전시 즈신 뉴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

17일 오전 즈신 뉴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사는 선전터취바오에 게재한 성명에서 “회사는 화웨이투자지주회사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해당 계약에 따라 즈신 뉴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사는 아너 브랜드의 업무자산을 전면 매각하고, 매각후 화웨이는 아너의 어떤 지분도 보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상당국 자료에 따르면 즈신 뉴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는 지난 9월27일 설립됐다. 자본금(등기자본)은 1억위안(약 168억 5600만원)이다.

선전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화사인 ‘선전시 스마트도시 기술발전그룹‘이 즈신 뉴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의 98.6%의 지분을 보유한다.

나머지 1.4%의 지분은 선전시 국자위가 주도한 사모펀드 파트너 기업들이 갖는다. 해당 사모펀드는 베이징 쑹롄기술유한회사 등 30여개 아너 대리상, 판매상들이 출자해 만들었다.

이번 매각건과 관련해 화웨이는 판매상들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회사의 주인을 바꿔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화웨이 “아너 구하기 위해 산업체인이 개시한 자구책”

화웨이는 매각 성명에서 “산업기술 요소를 지속적으로 획득할 수 없고 소비자의 업무가 큰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회사가 직면해 있는 어려움을 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작년 5월부터 안보상의 이유로 자국 기업들에 대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허가를 받도록 제재조치를 시행해 왔다.

화웨이는 또 “매각후 화웨이는 아너의 그어떤 지분도 보유하지 않게 되고 회사의 경영관리와 정책 결정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또 “30여개 아너 대리상, 배급자들이 공동으로 이번 매각을 개시했고, 아너 관련 산업체인이 시도한 한차례 자구(自救) 행보”라고 주장했다.

화웨이와 즈신 뉴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는 매각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인수회사는 약 7000명의 아너 직원을 모두 승계한다.

매각 대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로이터는 1000억 위안(약 17조원) 정도로 추측했다.


◇분리된 화웨이와 아너 괜찮을까


아너는 2013년 젊은층을 상대로 만들어진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다. 아너 스마트폰의 평균 가격은 156달러(약 17만원) 수준으로 낮다. 작년 기준 연간 출하량은 7000만대다.

아너 브랜드는 2011년 화웨이 제품 라인에 처음 등장했지만, 2013년 말부터는 독자적인 부분으로 운영됐다.

화웨이는 고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품인 P시리즈나 메이트 시리즈는 화웨이 브랜드를, 보급형 중저가 제품에는 아너 브랜드를 달아 별도 채널을 통해 판매해왔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아너의 휴대전화 출하량은 6870만대인데 이는 화웨이 전체 출하량인 2억8700만대의 약 28.7%를 차지한다. 지난 2018년 아너 휴대전화 출하량은 7800만대로 화웨이 전채 37.9%를 차지했다.

화웨이가 아너를 떼어내면 더는 삼성전자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 1위를 두고 경쟁을 할 수 없게 된다.

단기적으로 아너는 화웨이와 분리돼 미국의 제재로부터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화웨이의 우산 밖으로 나온 아너가 계속 발전할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홍콩 애널리스트 플로라 탕은 “(미국의 제재로 인한)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 2019년 하반기부터 아너의 휴대전화 출하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번 매각 이후 단기적인 발전은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탕은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면서 “화웨이의 R&D 지원, 공급망 공유 특히 화웨이의 ‘기린 칩’ 공급 등 혜택이 없어진 상황에서 아너는 시장에서 독자적인 우위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GF 증권 제프 푸 애널리스트도 “화웨이의 우산 밖으로 나온 아너가 계속 발전할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라면서 “그가 아너는 화웨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잘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푸는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화웨이에 대한 수출 규제를 완화한다면 화웨이에서 분리된 아너는 불편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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