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슈트 입은채 걷고 페달 밟고… 세계 최고의 ‘아이언맨’에 도전장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11-09 03:00 수정 2020-11-09 10:48
KAIST-중앙대 등 장애인-로봇이 함께 경기하는 ‘사이배슬론’ 대회 출전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김병욱 씨의 다리를 감싼 엑소스켈레톤(외골격) 로봇이 소리를 냈다.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난 김 씨는 테이블 위에 어지럽혀진 컵 5개를 한 손으로 정리하더니 이번에는 1m 간격으로 앞에 놓인 테이블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외골격 로봇이 테이블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0점 처리된다”며 “6개 코스를 10분 안에 완주해야 한다”고 했다.
김 씨는 공 교수팀이 개발한 외골격 로봇 ‘워크온슈트4’를 입고 이달 13, 14일 열리는 ‘사이배슬론’ 대회에 출전한다. 사이배슬론은 힘이 세지는 웨어러블 로봇, 생각한 대로 움직이는 인공 팔(바이오닉 암)과 다리, 신경이나 근육에 자극을 가해 움직이게 만드는 인간-기계 연결(HMI) 기술 등 6개 종목에서 장애인 선수가 일종의 사이보그가 돼 기록을 겨루는 국제대회다. 김 씨는 웨어러블인 외골격 로봇이 경쟁하는 ‘엑소(EXO)’ 종목에 출전한다. 김 씨는 1997년 교통사고로 하반신 완전 마비 판정을 받고 휠체어 생활을 해오다 2016년 대회 출전을 계기로 공 교수팀과 인연을 맺었다.
201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첫 대회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김 씨는 이번에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공 교수는 “4년 전보다 외골격 로봇의 구동기 성능이 2배 이상 향상됐고, 보행 속도는 8배 이상 빨라졌다”며 “워크온슈트4를 입고 시속 2.4km 이상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20세 여성 이주현 씨도 처음 출사표를 던졌다. 김 씨가 ‘엔젤 로보틱스 1’팀으로, 이 씨는 ‘엔젤 로보틱스 2’팀으로 선수 등록을 마쳤다.
한국팀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미국의 ‘IHMC 로보틱스’와 스위스의 ‘트와이스(TWIICE)’다. 이들은 지난 대회에서 각각 2등과 4등을 차지했다. 공 교수는 “4개월 전 미국과 스위스 팀은 전체 6개 코스 중 4개를 6분대에 수행한 것으로 들었다”며 “한국팀은 모든 코스를 5분대에 통과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반신 마비 환자가 다리 근육에 가해지는 전기자극을 이용해 다리를 움직여 페달을 밟으면서 트랙을 도는 종목이다. 지난 대회에서 우승한 미국 ‘클리블랜드’ 팀 선수는 몸속에 전자칩을 이식하고 750m를 2분 58초라는 빠른 속도로 주파했다. 당시 함께 레이스를 펼친 영국 선수의 기록은 4분 8초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주행거리가 1200m로 늘어났다. 마지막까지 근육의 힘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로봇 자전거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신 교수팀은 옷감에 전기자극 패드를 내장한 웨어러블 슈트가 달린 ‘임프로브(ImProB)’라는 로봇 자전거를 개발했다. 1초에 30번씩 최대 80mA(밀리암페어)로 전기자극을 줄 수 있다. 최고 시속은 25km까지 나온다.
신 교수는 “계속 센 자극을 주면 선수의 근육이 쉽게 피로해져 완주가 불가능하다”며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근육의 피로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면서 자극의 세기가 조절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회가 온라인으로 치러진다. 참가팀들은 주최 측이 온라인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심판 참관하에 경기를 진행한다. 순위는 모든 경기가 끝난 14일 발표된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사이배슬론 2020’ 대회에서 외골격(엑소스켈레톤) 로봇 종목인 ‘엑소(EXO)’에 출전하는 김병욱 선수. 공경철 KAIST 교수팀이 개발한 외골격 로봇 ‘워크온슈트4’를 입고 훈련하고 있다. KAIST 제공
“쉬익, 쉬익.”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김병욱 씨의 다리를 감싼 엑소스켈레톤(외골격) 로봇이 소리를 냈다.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난 김 씨는 테이블 위에 어지럽혀진 컵 5개를 한 손으로 정리하더니 이번에는 1m 간격으로 앞에 놓인 테이블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외골격 로봇이 테이블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0점 처리된다”며 “6개 코스를 10분 안에 완주해야 한다”고 했다.
○외골격 로봇 입고 경쟁… 금메달 목표
김 씨는 공 교수팀이 개발한 외골격 로봇 ‘워크온슈트4’를 입고 이달 13, 14일 열리는 ‘사이배슬론’ 대회에 출전한다. 사이배슬론은 힘이 세지는 웨어러블 로봇, 생각한 대로 움직이는 인공 팔(바이오닉 암)과 다리, 신경이나 근육에 자극을 가해 움직이게 만드는 인간-기계 연결(HMI) 기술 등 6개 종목에서 장애인 선수가 일종의 사이보그가 돼 기록을 겨루는 국제대회다. 김 씨는 웨어러블인 외골격 로봇이 경쟁하는 ‘엑소(EXO)’ 종목에 출전한다. 김 씨는 1997년 교통사고로 하반신 완전 마비 판정을 받고 휠체어 생활을 해오다 2016년 대회 출전을 계기로 공 교수팀과 인연을 맺었다.
201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첫 대회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김 씨는 이번에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공 교수는 “4년 전보다 외골격 로봇의 구동기 성능이 2배 이상 향상됐고, 보행 속도는 8배 이상 빨라졌다”며 “워크온슈트4를 입고 시속 2.4km 이상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20세 여성 이주현 씨도 처음 출사표를 던졌다. 김 씨가 ‘엔젤 로보틱스 1’팀으로, 이 씨는 ‘엔젤 로보틱스 2’팀으로 선수 등록을 마쳤다.
한국팀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미국의 ‘IHMC 로보틱스’와 스위스의 ‘트와이스(TWIICE)’다. 이들은 지난 대회에서 각각 2등과 4등을 차지했다. 공 교수는 “4개월 전 미국과 스위스 팀은 전체 6개 코스 중 4개를 6분대에 수행한 것으로 들었다”며 “한국팀은 모든 코스를 5분대에 통과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기자극 패드와 AI 알고리즘 탑재한 로봇 자전거
한국팀으로는 처음으로 자전거 경주 종목(FES)에 출전하는 ‘비어게인’ 팀. 김영훈 씨가 신동준 중앙대 교수팀이 개발한 로봇 자전거 ‘임프로브’를 타고 메달에 도전한다. 중앙대 제공
신동준 중앙대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비어게인(BeAGain)’ 팀을 꾸려 로봇 자전거로 레이스를 펼치는 기능적 전기자극(FES) 자전거 경주에 나간다. 이 종목에 한국팀이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다.하반신 마비 환자가 다리 근육에 가해지는 전기자극을 이용해 다리를 움직여 페달을 밟으면서 트랙을 도는 종목이다. 지난 대회에서 우승한 미국 ‘클리블랜드’ 팀 선수는 몸속에 전자칩을 이식하고 750m를 2분 58초라는 빠른 속도로 주파했다. 당시 함께 레이스를 펼친 영국 선수의 기록은 4분 8초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주행거리가 1200m로 늘어났다. 마지막까지 근육의 힘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로봇 자전거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신 교수팀은 옷감에 전기자극 패드를 내장한 웨어러블 슈트가 달린 ‘임프로브(ImProB)’라는 로봇 자전거를 개발했다. 1초에 30번씩 최대 80mA(밀리암페어)로 전기자극을 줄 수 있다. 최고 시속은 25km까지 나온다.
신 교수는 “계속 센 자극을 주면 선수의 근육이 쉽게 피로해져 완주가 불가능하다”며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근육의 피로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면서 자극의 세기가 조절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회가 온라인으로 치러진다. 참가팀들은 주최 측이 온라인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심판 참관하에 경기를 진행한다. 순위는 모든 경기가 끝난 14일 발표된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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