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미래에셋 이어 CJ와도 ‘혈맹’ 강화…‘네이버 패밀리’ 키운다

뉴스1

입력 2020-10-14 15:45 수정 2020-10-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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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GIO © 뉴스1

인터넷 검색업체로 시작해 뉴스, 쇼핑, 콘텐츠, 부동산, 금융 등 전방위로 영역을 넓혀온 네이버가 이번에는 CJ그룹을 ‘전략적 동반자’로 맞는다.

기존 사업과는 이질적인 금융 분야 진출을 위해 미래에셋과 손잡은데 이어 물류, 콘텐츠 분야에서 ‘윈윈’ 효과를 모색할 파트너로는 CJ그룹이 낙점인 분위기다. CJ그룹은 CJ대한통운부터 CJ ENM, 스튜디오 드래곤까지 갖춘 콘텐츠·물류 분야의 최강자다.

이종산업 확장과 강화를 위해 기존 강자들과 ‘혈맹’을 맺고 ‘네이버 패밀리’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네이버-CJ 동맹 맺는다…“주식 교환 가능성↑”

1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CJ그룹은 문화와 물류 등에서 포괄적 사업협력을 위한 막바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술교류와 공동투자로 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재까지 정해진 계열사는 CJ대한통운,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와 CJ는 주식교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규모나 범위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최소 수천억원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지분 스왑이 완료되면 CJ대한통운과 CJ ENM,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 주주로 네이버가 오르는 식이다.

IB업계는 기업 간 주식교환을 ‘피를 섞는다’고 표현한다. 두 기업이 단순하게 거래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함께 키워나간다는 뜻이다.

양사가 동맹 관계를 맺는 것은 사업적 시너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협력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딜이 성사되면 네이버는 본연의 사업영역인 ‘검색’과 성장하고 있는 ‘쇼핑’을, ‘콘텐츠’와 ‘유통’ 강자인 CJ그룹은 관련 사업을 더 크게 키우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네이버쇼핑의 풀필먼트 사업 등 물류를 전담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 물류의 핵심축이 되는 셈이다. CJ대한통운은 이미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판매하는 LG생활건강 상품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접목, 24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보유한 콘텐츠를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한국과 일본, 동남아 등 해외시장서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도 웹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만큼 웹툰 지식재산권(IP)을 드라마, 영화 등으로 쉽게 확장할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다만 양사는 이날 공시를 통해 “사업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전략적인 방안들을 검토 중에 있으며 방법, 시기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강력한 플레이어와 손잡으며 新 시장 발 넓히는 네이버

네이버는 새로운 시장 확장을 위해 기존 시장에서 활동하는 주력 사업자와 손잡는 형태를 추구해왔다. 이종산업과 지분을 섞거나 직·간접 투자를 단행해 지분을 확보하는 형태다. 상대 기업은 모두 관련 시장에서의 우량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는 동영상 플랫폼 ‘브이라이브’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사업 시너지를 위해 지난 2017년 3월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네이버는 YG 투자 계열사인 YG인베스트먼트에 500억원을, YG엔터테인먼트 지분 9.13%를 500억원에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네이버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8월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SMEJ 플러스’와 ‘미스틱스토리’에 총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는 고도화된 라이브 및 커뮤니티 플랫폼 기술과 빅데이터 기반의 유료 비즈니스 모델로 비대면 디지털 공연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며 “SM과 긴밀한 협업으로 ‘팬십’(연예인과 팬을 연결해주는 회원제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네이버가 연예 콘텐츠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스타 마케팅’을 통한 팬미팅, 온라인 콘서트 등 ‘비대면 연예서비스’ 사업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류 콘텐츠 유통이 비대면 시장에서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는 점도 투자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신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실제로 지분 스왑을 한 사례도 있다. 네이버는 앞서 지난 2017년 금융 시장으로 확장을 목표로 미래에셋대우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스왑했다. 맞교환한 네이버의 자사주는 56만3063주(지분 1.7%), 미래에셋대우의 자사주는 4739만3364주(지분 7.1%) 였다.

이를 통해 미래에셋대우는 자사주를 처리하며 자본금을 늘릴 수 있었고, 네이버는 금융 시장으로 쉽게 확장할 수 있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뿌리엔 이 빅딜이 있었던 셈이다.

업계에선 최소한의 리스크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와 CJ그룹의 지분 제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분 제휴 방식은 자사 경영권 방어에도 훨씬 유리하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상호 기업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인수해서 색깔을 덮는 전략보다 경영권을 보장하면서 성공 노하우만 이식하는 방식이 훨씬 리스크가 적다”며 “지분을 섞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금 부담도 훨씬 덜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네이버가 CJ그룹과의 지분 교환이 이뤄지면 네이버쇼핑도 네이버파이낸셜처럼 물적분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양사가 확실한 결정사항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이번 딜을 ‘네이버가 네이버쇼핑을 별도 법인으로 만들어 키우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고있다”며 “양사가 각자 사업을 키우기 위해 손을 잡기보단 함께 키우는 넥스트 스텝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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